자연이 그와 조우해 작품이 되었다.
기사나 전시회에서 자주 보던 작품이 얼마 전 모란미술관 야외 전시장에 걸려있는 걸 보곤, 그제야 그 작품의 작가에 관심 갔는데 그 작가의 독립 갤러리가 양평 어딘가에 있다는걸 알고는, 그리고 또 남준이의 인스타에서 남준이가 그 갤러리를 들른 사진을 본 기억이 나고는, '이번주다!!!' 싶어 바로 나섰다.
언젠가 가려고 리스트에 넣어 두었던 양평의 구하우스 뮤지엄과 묶어, 지난 3달간 올인했던 프로젝트가 끝나자 마자 아직 햇볕 좋은 가을 주말일 때 서둘렀다.
멀리 '저거구나' 싶은 건물이 보이는데 제일 먼저 파란 하늘을 배경삼은 하얀 나무가 지붕 위에서 사람들을 반긴다.
멀리서 오는 사람들에게 "여기요" 하려고 저기 올라가 앉았나 보다.
입구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돌모빌이 반긴다.
꼬맹이시절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어찌어찌 폴이 아주 잠깐동안 시간을 멈추면 모든 사람과 움직이는 것들이 멈추고 그 때 폴이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는 그런 레퍼토리의 만화였다. 오늘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내가 그 만화안으로 들어와 던져진 돌들이 갑자기 내 머리 위에서 멈춰버린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황홀하다~
전시장으로 올라가다 보니 가지런하고 예쁜 돌꽃이 피었네~
맨 먼저 총 5개의 전시장 중 제 2전시장에 들어섰다. 이곳은 나무와 나뭇잎이 컨셉이다.
나뭇잎을 곶감 쌓듯이 정성스레 쌓은 미로같은 입구를 지나면 갑자기 넓은 공간에 나무 테이블이 우아하고 고상하게 등장한다. 반지의 제왕에서 신들이 회의를 해도 될 것 같은 탁자다.
나무를 자유자재로 다루되 나무 특유의 부드러운 아름다움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저 감탄...
다음은 제3전시장
이 곳이 가장 좋다.
돌과 잎과 풀의 향연이다.
자연속에 그대로 있으면 한낱 돌맹이고, 말라빠진 낙엽이고, 짚더미 일 것들이 작가의 손이 닿으니 더할 나위 없는 미술품으로 재창조 되었다.
이재효 작가님 천재만재!!!
다음은 철로 만든 작품들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못이다. 못을 반으로 나눠 그 안쪽 단면이 관객이 보는 면이 됐다. 못을 이리도 구부리고 저리도 구부려 아름다운 한글 말도 만들었다.
작가의 시선이 너무 따뜻하다.
그리고는 미디어에서 가장 많이 본 작품이 드디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럴거면 해남 땅끝마을에 가져다 놔도 갔을 것 같다.
한낱 돌맹이로 태어나 너희들끼리 모여 이렇게 아름다워 질걸 얘들은 알았을까?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샹들리에이고 모빌이다. 아주 작은 바람에 아주 작은 움직임이 있는데 너무나 매혹적이어서 넋을 놓았다. 그림자 마저도 붓으로 찍어 놓은 듯 제 할일을 다 하고 더 했다.
위 작품이 너무 좋아서 그렇지 이 전시장의 다른 작품들도 넋놓고 보기는 마찬가지
나무가 아름다운 줄 알지만 이렇게나 아름답다니...
4, 5전시장은 소품들과 작가의 스케치가 놓여있다.
5전시장에 갔을땐 하필 유재하의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눈을 감고 한참을 음악을 들었다.
개인적으론 4전시장의 소품들이 이 갤러리를 완성했다고 본다.
이 작품들은 작품을 할 때의 도구, 폐자재들을 가지고 만든 것 들인데 그래서 무엇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하나씩 맞춰가니 갑자기 퀴즈 맞추는 시간이 되버렸다.
(한 번 맞춰 보시길.. 정답은 없고 각자 보는대로 보면 된다)
재미지다~
이 작품들을 보면서 작가가 얼마나 사물을 보는 시선이 따뜻한지, 또 얼마나 물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지, 그리고 그것들을 버무려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한눈에 알게 됐다.
특히 이 곳의 작품들은 작가가 흡사 조물주처럼 눈에 보이는 것들을 짚어 뚝딱뚝딱 만들었을 것 같았다.
누군가에겐 기나긴 시간과 공을 들여야 될 컨셉이고 작품들일 것인데...
작가님 내공 무엇!!!
1전시장은 매표소보다도 아래 층에 있어서 동선으로는 가장 마지막에 가게 된다. 카페에서 커피라도 오래 마시면 까먹을 수도 있는 전시장
어쩌면 매표를 하고 2~5관까지 자연스럽게 동선의 흐름에 따라 보고 카페에 들러 커피도 마시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떠나면서 들르라는 동선계획 이었을 수도 있다. 일단 맘에 드니 모든 것이 다 계획해 둔 것 마냥 좋아보인다.
2전시장인 나뭇잎관에서 돌로 바뀐 것이 다른데 비슷하지만 다른 사물이 주는 느낌이 있다. 나뭇잎이 주던 독특한 향이 없는 것도 다르다.
5전시장 까지 다 보고, 지붕에 얹어진, 마당을 차지하고 있는 여러 작품들을 또 마주하면서
이곳은 내가 살면서 몇 번이고 오겠구나
올 때마다 좋겠구나
같이 오는 사람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겠구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