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8월 30일이면 호암에서 <<루이스 부르주아>> 전을 할텐데 도쿄 롯본기에서 본 대형 마망 말고도 헤이그 시립미술관에서 앙증맞은 마망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루이스 부르주아의 헤이그 시립미술관 작품은 이리 생겼다.
호암/리움에서 그리고 롯본기에서 본 거미작품은 초대형이라 실내에 이리 꼭 들어맞는 시리즈도 있음에 반가웠다. 게다가 이 거미는 커플이다. 두마리의 거미가 자연스레 서로 다리를 겹치고 포개서 한마리 처럼도 보인다.
거미작품은 모두 마망(엄마)인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보면 엄마(마망)이 두명은 아닐 것이고 거미를 소재로 어떨 때는 엄마를 어떨 때는 여기처럼 커플을, 또 다른 경우에는 모자, 부녀같은 표현을 하는 것인 듯하다.
지극히 날까로운 발끝들이 위태로움 속에 안정적으로 보이는 것이 작가가 수학적 감성을 내재하고 있는 분이 아닐까 생각하게 했다.
대작이 아니어서 실내에 쪼꾸맣게 (그래도 엄청 큰) 있어서 이렇게 가까이, 자세히 볼 수 있는 건 아주 아주 좋은 점
칸딘스키의 10년의 간격을 둔 작품 둘을 나란히 보니 그의 스타일이 어떻게 진화되 왔는지 보인다. 1924년작이 간결하고 좋다.
피카소도 그의 초기 작품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고,
에곤실레치곤 상당히 점잖은 (?) 초상화도 걸려있다. 남의 부인을 두곤 이리 그렸구나...
베이컨만은 아이를 두고도 그의 스타일 대로 그렸다. 처음엔 그저 한덩어리로 뭉쳐진 인간 고깃덩어리려니 했는데 아이의 네발걸음을 연구한 작품이었다.
부르스 나우먼의 작품과 저드의 작품이 한 공간에 중첩되 있다. 공항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소리없이 돌아가는 속에 걸려있는 것은 우리 일상과 친숙한 가축들.
띵... 한 마음이 들고...
바닥의 흙자국은 동물의 skid mark같은 것일까
저드의 작품은 마주칠 때 마다 반듯한 균형미에 속이 시원한 느낌을 받는다.
헤이그 시립미술관은 헤이그 역에서 전철로 가깝고 도착하면 너른 수변이 반긴다.
헤이그에서 시간이 조금 남아 몬드리안을 보려고 간 것인데 이 미술관만 타겟하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어도 한번쯤 거치기엔 손색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