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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제임스 앙소르 展

by 미술관옆산책로

벨기에 왕립 미술관으로 이동하다 어느 건물 앞에 걸려있는 제임스 앙소르전 포스터를 보았다. 언젠가 읽은 미술책에서 본 <절인 청어를 두고 싸우는 해골>그림이 포스터에 있었기 때문에 눈에 안 띌수가 없었다. 왕립미술관을 보고 나오면 꼭 들러봐야겠다, 신도 났다. 갑자기 찾아온 작은 행운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틀에 걸쳐 꼼꼼히 왕립미술관을 보고 이제 앙소르를 보러 왔다. 포스터를 찍어 두질 못해 전시명이 무엇이었는지 전시한 미술관이 어디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림만은 남겨둘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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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출신의 제임스 앙소르의 실물은 이렇게 생겼고,


SE-661e846c-2e59-42a1-8d0e-5600a23dc9ce.jpg?type=w1 <Self-Portrait> 1884

그가 그린 자화상에선 이런 모습이다. 그림만으론 꽤 오래전 사람인가.. 싶었는데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에 돌아가신 비교적 최근의 작가였다.


SE-96e52720-d743-4aaa-bf5d-2466d614fa3a.jpg?type=w1 <My Sleeping Aunt Dreaming of Monsters> 1888
SE-c74a680a-e1f0-4bc8-b080-4cf1b4b92936.jpg?type=w1 <Monsters and Caricatures> 1888

전시 초입엔 스케치와 캐리커쳐 작품들이 있었는데 앙소르는 초기부터 소재가 앙소르다웠다.


SE-060ca8cd-6e87-4684-8252-3b19cb90a368.jpg?type=w1 <Skeletons Fighting over a Pickled Herring> 1891

이 그림이 <절인 청어를 두고 싸우는 해골>이다. 책으로건, 블로그로건, 기사로건, 어떤 매체를 통해 처음 접했든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잔상을 남기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원화로 보게 되다니.. 그것도 목적한 것이 아니라 우연히...


그림은 10호 안쪽으로 작은데 임팩트는 대단하다. 굳이 청어인 이유와 그 청어를 두고 싸우는 것이 해골들인 것, 그 선택의 기묘함이 절묘하다.


'절인 청어'의 벨기에어 발음이 '앙소르'와 비슷해서였다는 것을 어느 글에서 본 기억이 있다. 더하여 두 해골 중 하나가 당시 경찰모자를 쓰고 있는 것도 그래서 앙소르를 물고 뜯는 당시 평론가와 미술계를 은유했다는 해석이었다.


평생 미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했으니 그 마음을 그가 잘 하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활용해 이렇게 표현해 낸 것이다. 그럼으로 이 그림이 앙소르를 대표하는 그림일 수 있는 것


SE-d2911172-1050-40a0-9455-6a5b6da3bfcd.jpg?type=w1 <Figures in Front of a Poster of La Gamme d'amour> 1925-1929
SE-fbf6ed9e-657c-45d6-9e9f-a1fee1a46b49.jpg?type=w1 <The Intrigue> 1890
SE-b1513400-6055-4407-afc5-66b519029c72.jpg?type=w1 <The Strange Masks> 1892

그는 '마스크맨'으로 불려도 될 만큼 가면을 쓴 인간들을 시종일관 그려내었다. 가면속에 숨기고픈, 또는 꼭 숨겨야만 하는 인간들의 악함과 연약함과 불안함이 가면 밖으로도 삐져 나오는 듯했다.


색채감은 또 어떠하며...


이런 색채감은 에곤실레나 마크 샤갈을 떠올리게도 한다.


SE-4f3abfd2-9dd4-42ae-af89-84d0bd7fc606.jpg?type=w1 <The Bad Doctors> 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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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소르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잘 보여준 그림


사악한 의사는 환자의 고통이나 생명엔 관심이 없고 환자를 놓고 한판 축제를 벌이듯 신이 났다.


환자의 배속에서 길게 뽑아낸 창자를 목에 건 신사는 앞으로 나아가며 환자를 더 죽이고 있고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의사들과 그중 유독 탐욕스런 얼굴을 한 의사는 이 와중에 신사의 지갑까지 빼내느라 정신이 없다. 자신의 창자를 내어주고 있는 환자도 배가 불룩하니 욕심 가득한 인생을 살았음에 분명한데 이제 인생 끝에서 자기보다 더 욕심많고 사악한 의사들을 마주하고 당황한 인상이 역력하다.


이 그림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제정신이 아닌데 이 복잡한 카오스적 상황이 바닥에 널부러진 끈처럼 보이는 창자들로 더욱 심란해 진다.


이 모든 씬을 지켜보고 있는 죽음의 신은 조용히 문안으로 걸어 들어와 그의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고. 클림트의 그림에서 봐온 죽음의 신 모습이라 이 그림에선 오히려 친숙하니 순한 맛으로 보일 정도다.


SE-842c5f1c-76b7-4e83-b0e6-6065191cf0fe.jpg?type=w1 <Study of a Man Standing> 1880
SE-24c97188-0e58-4cde-accd-797716665eec.jpg?type=w1 <The Lamplighter> 1880
SE-507cdef3-fdfe-4e79-bc27-4e2e7a0e56d0.jpg?type=w1 <A Colourist> 1880
SE-ff3820a6-8a5c-4227-9c12-611563793ead.jpg?type=w1 <Russian Music> 1881

앙소르는 1880여년 즈음 인물에 대해 깊게 스터디 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가 선택한 인물들도 다양하고 자세와 구도 의복이나 주위 환경도 다채롭다.


다만 그는 인물을 정면에서 그리진 않았구나... 발견했다. 얼굴을 정면에서 그리는 대신 이후부터 인물들을 가면 속에 가두고 가면으로 인물을 표현하기 시작했나 보다.


모딜리아니가 인물의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느껴졌다.


SE-e0c6a54a-a13c-4689-ad29-496e055d7f17.jpg?type=w1 <Satan and the Fantasic Legions Tormenting the Crucified> 1886
SE-d408e6d1-09dd-407b-acca-6d974d74a04f.jpg?type=w1 <Peaculiar Insects> 1888

그의 초기 스케치 작품들

두번째 그림은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곤충의 머리에 본인의 얼굴을 넣은 듯


카라바조가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그림에서 잘린 골리앗의 머리에 본인의 얼굴을 그려 놓은 것이 떠올랐다.


SE-ee6b3cd5-dce4-4a61-b25a-d19f8da2f510.jpg?type=w1 작자미상 <The Dangerous Cooks> 1896/1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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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소르의 그림은 아니고 앙소르의 기법을 본딴 작자미상의 그림이라고 한다. 그(그녀)도 역시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하다.


SE-d8eeb3aa-3903-4de1-b671-ca5cd1c2109f.jpg?type=w1 <Christ's Entry into Brussels in 1889> 1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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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소르의 대표작 중 하나일 그림인데 원화가 아니라 시트지에 대형 프린트를 해 둔 것이라 작품으로서의 의미는 없으나 컬렉션을 갖춘다는 생각으로 준비해둔 듯 하다.


이 그림에선 우리의 박생광화가가 떠올랐다. 화려한 원색들이 복잡하고 무질서하게 부딪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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