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의 놀라운 세계
우연히 마주쳐서 더 감동한걸까,
어느 날 어떤 식으로 보았든 감동은 필연이었을까?
남준이 도슨트 작품들을 보기위해 빠르게 다른 빌딩으로 넘어가며 BCAM관 1층에 잠시 눈길을 줬다 발견했다.
박대성화백의 작품은 국중박 이건희전의 <불국설경> 이후 다른 전시들에서 한 두 점씩 만나다, 이번에 이렇게 한꺼번에, 그것도 초 대작들이 포함된 전시를 이국땅에서 예상치 못하게 보게 되니 감동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전시관 입구에 발을 디딘 순간 한 눈에 360도 모든 벽면의 작품들이 한꺼번에 내가 다가왔다
그렇게 넓은 공간을 100호가 족히 넘을 작품들이 널찍널찍 자리잡고 있으니 관람의 시야가 장쾌하게 뻗는 느낌부터가 너무 좋다.
입구부터 그의 시그니처 같은 폭포수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Sound of Water, 수음>
어딘가에 있는 실명의 폭포라기 보다 작가가 상상을 더한 작가만의 폭포라 그 모습이 참으로 신비롭고 무릉같다.
왜 박대성 작가를 진경산수의 대가라 하는 지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이런 작품을 가까이 두고 보며 친히 사귀면 나쁜 생각을 할 사람이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나에게 와 준 <불국설경>
국중박 이건희전에서 본 버전의 10배정도 확대된 버전이다.
국중박에서 작은 사이즈로 봤을 때도 (그 땐 그것이 작은 사이즈라는 생각을 못했다) 이미 '와우!' 를 연발했는데 이렇게 한 벽면을 털어 규모에서도 압도되고 나니 이 작가가 꾸는 꿈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불국설경의 오른쪽으론 <Blue Mountain and White Cloud>, 원제가 <청산백운>인 작품이 있다.
작게 화면으로 보면 산수화 화첩중 한 점으로 보일 수 있는데, 불국설경 옆에 당당히 자리를 잡은 모습으로 이 작품을 처음 접한 나로서는 몇 획과 몇 색으로 이런 표현을 해 내는 작가의 내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 산의 가운데 어딘가, 저 정자 위에, 또는 절 위에 서 있으면 절로 인생이 깨달아 질 것 같은 그림이다.
불국설경의 크기가 가늠되라고 관람객도 들어간 사진을 넣었다.
그리고 오늘의 Pick은 이 작품
오늘 전시된 모든 작품은 뭐 하나 뺄 것이 없지만 특히 이 <금강산>이 가장 좋았다
금강산을 이 시점에서 이리 보니 이전에 보던 금강산은 어디가고 박대성의 금강산만 보인다
그저 바위일 뿐인데 속도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수직으로 뚝 떨어지는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도 있고
새처럼 금강산을 헤집고 다니며 자유롭게 보는 느낌도 있다.
대단하다.
소라면 이중섭화가를 떠올리는데 박대성의 소싸움은 또 다르다.
수묵의 단조로운 색이지만, 앞발을 들고 서로를 노려보는 두 소의 기싸움이 채색화 못지않게 스펙터클하다.
잔뜩 힘들어간 두 소의 등의 곡선이 그림에 리듬감을 주고 있고 그림엔 보이지 않지만 콧바람도 쌩쌩 날 것 같은 순간이다.
산 봉우리 하나하나에 절도 넣고 탑도 넣고 불상도 넣었다.
그림이 이리 앙증맞을 일이냐고
불국사나 금강산을 표현했을 때와 사뭇 다른 붓터치다.
생각지도 못하게 박대성화백의 대작들을 보고는
'오늘은 이걸로 다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고상하고 우아하며, 기백과 기품이 있는 수묵화라니...
리움이 사랑하는 화가라는 수식어도 이해가 된다.
이리하여 나는 또 언젠가 시간을 내 경주 솔거미술관에 가야하는 당위가 생겼다. 그 동안은 불국사, 석굴암, 왕릉 앞 산책길 같은 것이 경주를 가는 이유였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