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술관옆산책로 Oct 25. 2023

샌프란 리젼오브아너(Legion of Honor)#1

로뎅의 출세작

[23.3.9 발행]




바로 전날 "화가의 출세작" (저자 이유리)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로뎅편에서는 <청동시대>라는 작품을 출세작으로 들었다. 


로뎅하면 떠오르는 <생각하는 사람>이나 <칼레의 시민>같은 작품은 그가 유명해진 후 그의 대표작들로 <청동시대>라는 작품은 책에서 이야기 하듯 고대와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남성의 몸이 우락부락한 근육질로만 대표되는 것에 반기를 든 의미있는 작품이다.


화가의 출세작, 이유리, p.196


 그러네.. 이 작품 이전의 조각들은 대부분 깍아지른 듯이 미끈하고 정교한 근육질에 황금 비율의 남성성이 가득한 조각이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떠올려 보면 바로 이해된다) 


이 작품으로 사람들은 남성의 몸에 대한 환상을 깨고 (현대의 내 눈으론 이 네이라는 사람의 몸이 더 이쁘다만...) 남성의 몸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보기에도 대단히 아름다운 이 조각을 이름도 생소한 레전드오브아너 뮤지엄에서 예상치 못하게 마주할 것이라곤 전혀생각지 못했다!


레전드오브아너뮤지엄은 후배가 가고 싶다 했다. 샌프란 모마는 혼자 이미 다녀왔고, 요세미티를 가기 전 하루가 남아 뭘 할까 싶은 날이었다.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으슬으슬 추운 날이라 빨리 실내로 들어가야지 싶었다. 



들어가다가 미술관 입구의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보고 또 한참을 이리보고 저리 보고 했지만 말이다. 



추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정신없이 티케팅을 한 후 미술관 로비에 들어가자 미자 눈 앞에 갑자기 어제 본 책의 그 작품, <청동시대>가 딱!!


헐...

꿈이야 생시야...

이게 뭔일이야...


책에서 본 것보다, 훠얼씬 아름답다. 


평면의 사진이 입체인 조각을 따라 올 수 없다. 


<청동시대>가 처음 나왔을 때 하도 인체를 잘 표현하여 사람을 실제로 놓고 주물로 떠서 작품을 만들었다는 의심을 받았을 정도다. 


디테일은 책에서의 그의 출세작과는 조금 다르다. 고개를 들어올린 각도나 갈비뼈의 모양새 등이 그렇다. 


작품 타이틀에 The Age of Bronze, 1877 (cast ca. 1914)라고 써있는데 이 cast ca. 라는 의미가 원본을 추후에 캐스트떠서 모사했다는 의미인가... 생각해 본다. 


로댕 <The Age of Bronze> 1877 (cast ca. 1914)



로비의 <청동시대>에 감탄을 하고 나서야 보이는데 현재 레전드오브아너 미술관에서 로뎅전이 열리고 있는 거였다. 


그의 유명한 작품들이 상당량 들어와 있었고, 그의 진품들은 맞으나 1/4, 1/10로 축소된 작품들로 많이 채웠지만 아름답기는 매 한가지다.   




그의  또 다른 유명한 작품 <Kiss> 


대략의 기억으론 어떤 이야기에 착안한 작품인데 프란체스카라는 여성과 시동생인 파올로의 사랑을 표현한 것으로 결국 이 사랑이 들통나 목숨을 잃게되는 이야기가 모티브다. 이 둘은 불륜이므로 이 작품의 제목은 Kiss지만 이 둘의 입술은 닿을 듯 닿을 듯 닿지 않고 영겁을 살아야 한다. 


원본의 1/4로 축소된 작품으로 뺑뺑 둘러 이리도 보고 저리도 보았는데 내 눈엔 입술이 붙어 보이던데...


입술 논쟁이 워낙 큰 작품이라 거기에 시간을 들이다 (ㅎㅎ) 이 작품이 작품 자체로 너무 아름답다는 것에 정신이 확 차려졌다. 


그렇죠? 너무 아름답죠? 없던 사랑도 샘솟게 생겼죠? 


로댕 <The Kiss> 1881-1882 (reduced 1904 [no.4], cast ca.1914)



전시장의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The Three Shades>, <세 망령>이라고 번역되고는 한다. 


이번엔 원본에서 확대하여 재제작된 것으로 이 세사람의, 아니 이 세 망령의 기괴하고 오묘한 합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게 했다. 무수한 좀비를 겪고 나니 좀비의 기원 어느매에 이 작품이 존재했을 수도 있겠다 싶게 꺽인 목 각도가 익숙하다. 


근데 망령도 이래 아름다운 근육을 갖는거니.. 그런거니...


로댕 <The Three Shades> 1898 (enlarged 1902-1904, cast ca. 1923)



다른 다양하고 아름다운 작품이 몇 십 점은 더 있었다. 


너무 많아 그 중 권진규의 <손>이 떠오르는 작품 하나 더 고른다.


제목이 <The Mighty Hand or Clenched Right Hand>다. 전지전능한 손과 꼭 쥔 오른손이 어떤 맥락에서 같은 의미일지... 어바웃타임처럼 오른 손을 주먹 쥐면 (옷장에 들어가진 않을지라도) 전지전능해 지는 건가...


로뎅 <The Mighty Hand or Clenched Right Hand> 1880s (enlarged ca.1910, cast1913)


로뎅전을 다 보고 회화와 다른 작품들을 보러 이동하려니 느닷없이 사람들이 모여있고 아름다운 오르간 연주 소리가 전시 공간을 꽈악 채운다.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완벽한 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SF MoMA)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