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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Oct 31. 2023

김범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_리움

[23.8.12 발행]




리움에서 하는 김범의 "바위가 되는 법"을 보러 갔다. 직원이 오디오 가이드를 빌리는게 좋겠다고 한다. 개념미술이라 이해하기 쉽지 않을 거라고.


보고 나니 맞말.

그런데 들었다고 더 이해되는 것도 아니었다.


이해를 했다고 작가의 생각과 아이디어에 더 동의가 되는 것도 아니고



작가의 아이디어는 신박하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도 좋다.

상상의 끝에 작가와 같은 생각에 닿지 않더라도 그대로 의미가 있었다.



<임신한 망치> 1995
<기도하는 통닭> 1994, 캔버스에 실

작가는 사물에 인간의 형상을 접목한다.

그렇다고 그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과물이 위트있다.   



<서있는 사람> 1995, 캔버스에 금속고리

구두 발자국을 하나 만들어 놓고 <서있는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그럴 듯한 확장이다.



<두려움없는 두려움> 1991


미술전시에서 익숙한 입체로 보이는데 평면인 작품이다.

2D이나 3D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자 착시

톰과 제리 만화에서 톰이 벽을 뚫고 도망나온 그림 같아 웃음이 났다.



좌로 부터 <현관열쇠> 2001, <자동차열쇠 #3> 2001

산인가.. 했는데 열쇠다.

하나는 현관열쇠, 다른 하나는 자동차 열쇠


TV 두뇌퀴즈 프로그램들에서 나올 법한 그림


"이것은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요?"



<누드 #2> 2001

열쇠라는 걸 알고 나니 사람임이 보인다. 여성이고.  


위에서 본 여성의 모습.



<서있는 여인 #1> 1999

이 작품은 좀 헤맸는데 이것도 여인이다. 서있는 여인.


위에서 내려다 본 시점



<서 있는 여인 #3>

이것도 서있는 여인인데,  서있는 사람이 아니라 여인이라고 칭했다. 어디에 여성성이 있는 건지 여전히 갸우뚱



<무제> 1995

이건 좀 쉽다

뒤집어 본 소 다리와 꼬리


타이틀은 <무제>이나 소나 말, 그 비슷한 가축의 모습이다.


재밌네



<친숙한 고통 #13> 491 X 348.5

작가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시리즈라고 한다.

시리즈 중 가장 대작이고.  


<친숙한 고통>


타이틀이 찰떡이네


미로인데 <친숙한 고통>이라는 타이틀이 달리고 나니 물질과 개념 사이 넓은 간극에 관람객이 생각할 여지가 생겼다.


여기서 더 주요한 것은 <친숙한 고통>일 것이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미로>를 선택했다. 꼭 미로가 아니어도 친숙한 고통을 표현할 것은 많다. 엉클어진 실타래,  잼 걸려 있는 차량들, 쏟아지며 섞여버린 잡곡, 얽히고 섥힌 사람들 마음


그런 것들 중에 선택된 미로는 미적 성취까지 이뤄 냈다.


이 미로는 작가가 직접 창조해 낸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예술적 재능 외에 수학적 사고에도 뛰어난 분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좌로부터 <무제 (친숙한 고통 #3-2 & #5)> 2008

<친숙한 고통>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


#13번에 비해 작은 작품들인데 이 사이즈다 보니 미로문제를 풀고 싶어진다.


나 말고도 몇몇이 손가락을 작품과 10cm 뗀 허공에 대고 길을 찾고 있었다.



<백조> 2004 스티로폼, 모터, 프로펠러, 무전 수신기

손의 형상으로 만들어 놓은 백조


스티로폼 색을 그대로 사용해 그대로 백조가 되었다. 손으로 벽에 대고 하던 그림자 놀이의 입체 버전이다. 손으로 나비도 만들고 새도 그리고 게도 만들고 그랬었는데, 손을 죠래 하면 백조도 만들 수 있었겠구나...



<무제> 2002, 종이


서세옥의 <군상>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설치물


이 정도면 오마주인데!?


서세옥의 <군상>에는 시대정신이 있고 역사가 있고 서사가 있는데, 같은 형태의 사람을 종이접기하여 만들어 둔 이 작품은 그렇지는 않다.


형태란 예술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변신술>> 책의 목차와 글의 일부

김범 작가는 <<변신술>> 이라는 작품에서 <바위가 되는 법>이라는 챕터를 두고 어떻게 하면 바위가 되는지 설명해 줬다.


한참 "내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바퀴벌레가 되 있으면 어떻게 할꺼야?" 라고 묻는게 유행을 했는데 만약 질문처럼 피동적인 것 말고 적극적으로 무언가 되고 싶어, 그 대상을 바위로 정하고  


"내가 바위로 다시 태어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해?" 같은 질문을 누군가 한다면 이 책을 펴서 알려 줘야지...  


다음 생엔 돌멩이로 태어나고 싶어하는 윤기도 떠오르고.

윤기 이제 D-Day 콘서트도 끝났는데, 이 전시 보러 와서 이 부분을 발견하면 재밌겠네


그러다 <4. 바위가 되는 법>의 디스플레이 기법이 얼마 전 본 남준이의 <나무가 되는 법> 인스스와 너무 비슷하여 남준이가 이 전시를 다녀 간건가.. 그러면 '<나무가 되는 법>은 어디있지?' 하며 아직 못 본 전시공간을 볼 때 <나무가 되는 법>을 발견하려 애썼는데 없는 것이다.


'분명 <바위가 되는 법>과 똑같은 전시 기법인데...'


싶어, 직원에게 아래 처럼 생긴건 어디 있냐고 물으니 그런건 없댄다.

남준이의 인스스 <나무가 되는 법>

우리 리더 이 전시 보고 가서 아예 <변신술> 책을 읽은거구나

본인에게 딱 맞는 <나무가 되는 법>을 알고 싶어 책을 읽고 그 부분을 찍어 올린 거구나


이렇게 책과 미술에 적극적인 우리 리더라니...


바위(=돌멩이)가 되고 싶은 윤기와 나무가 되고 싶은 남준이가 있고


아마도 하나씩 연결한다면


냇물은 제이홉이랑 어울리고

표범은 태형이  

에어콘이 정국이

풀이 지민이

문이 석진이


쯤 이랑 줄긋기가 될 거 같다


변신하고 싶은 사물의 특성을 다 가지고 있는 멤버들


희안한 방식으로 기승전방탄 ;;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 2010

이번엔 김범 작가의 독특한 예술관을 보여준 작품이다


돌에게 시를 가르쳐 준다.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은 그렇지 않은 돌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소나 닭, 돼지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가축들의 복지와 나아가 인간의 먹거리에 도움이 된다고는 한다만 무생물에게 생물에게 할 법한 행동을 한 후의 차이는 - 차이가 있다면 - 이를 해석하는 우리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일까 주체인 돌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일까?



<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 2010

돌에게 "너는 새야"라고 말해줌으로 돌은 새가 되는 것일까?

알튀세의 호명이 이렇게도 쓰이는 걸까?


복잡하지만 묵직하진 않고 가볍고 해학적인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었다.



아니쉬 카푸터 <큰 나무와 눈> 2009
아니쉬 카푸어 <하늘 거울> 2012


복잡하지만 무겁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는데 리움에 올 때마다 흐린 날이었거나 맑음 그 자체여서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았던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들에 파란하늘과 몽글한 구름이 떴다.


드디어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된 순간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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