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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Oct 31. 2023

김범 "바위가 되는 법_리움" 재방문 후기

[23.9.14 발행] 




피곤한 날, 문득 퇴근을 좀 빨리 하고 리움에 들렀다. 


첫인상이 꽤나 복잡했던 김범 전을 한번 더 보고 싶어서다.  


두 번째 보니 새로 보이는 것이 있고, 다시 보이는 것이 있고, 전혀 처음 보는 것이 있었다. 쉽지 않은 김범 전시를 다시 보며 내 어수선한 마음에 숨구멍이 생겼다.  


고맙다.


길게 쓸건 아니고 기억나는 작품들 몇개 후기로 얹는다. 



김범 <무제> 1995

첫 방문에서 영어 텍스트를 줄줄 읽어야 하는 것이 귀찮아 스스륵 보고 끝낸 작품을 남준이가 하필 대표컷으로 인스스에 올린 것을 보고 '아차차' 싶었던 작품 


다시 찬찬히 본다. 


남준이는 아래 부분을 잘라 인스스에 올렸는데 


그 아래에 아래 같은 문구가 또 있고, 


그 문구(작품에선 시라고 명명한)는 세상 스윗하더군


당신이 살아 있는 한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지켜 준다고 약속하세요



김남준 마음에 지금 뭐가 일고 있는 거니


헤어질 결심을 몇번이나 보고, 정서경 작가를 만나서 상기된 얼굴을 하고, 인스스에 박해일과 탕웨이의 명장면을 올려놓던 그 갬성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니


우리 남준이 이쁜 사랑 늘 하길, 

많이 사랑하고 느끼고 깨지고 보듬길, 

그 모든 경험이 가사로 글로 나오길...



김범 <무제 (지평선 위에 업무)> 2005

빗자루를 공간 한 구석에 잘 세워둔 걸 보고서, 


거리를 청소하고 있는 청소부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냐고 물으니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을 하고 있죠" 비스무리한 대답 (실은 좀 더 멋드러진 대답이었는데...)을 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런 빗자루였다. 


타이틀이 무제지만 부재가 <지평선 위의 업무>


그 소중한 빗자루는 그래서 그냥 빗자루가 아니고

옛날 무사들이 본인의 검에 아름다운 문양을 세기 듯

그래서 그 검이, 그 무사가 누구인지 대변하 듯

그런 문양을 가지고 있다. 


이 빗자루로 지평선 위의 소중한 일을 하는 것이 나이고, 내 소명이라고 이야기하듯



지평선 위의 소중한 업무를 하고 있는 빗자루 대의 아름다운 문양
지평선 위의 소중한 업무를 하고 있는 빗자루 대의 아름다운 문양

빗자루대만 보면 어느 집 아름다운 창틀 일부 같기도 하고, 아직 검을 쥘 수 없는 명망 높은 양반댁  막내 아들램에게 좋은 목검을 해준 것 같기도 하고, 질 좋은 흙으로 잘 반죽해 빚어 놓은 도자기에 아름다운 문양을 세겨 놓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아름다운 빗자루로 세상에 나온 소명을 다하듯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중인가 보다. 



김범 <자신이 도구에 불과하다고 배우는 사물들> 2010

이전 포스팅에서 얘기했 듯 


자신이 새라고 배운 돌이라든지,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맹이 들을 보고나니


이 작품에서 원래가 사물인 것을 자기가 생물이라 배우는게 아니라 그대로 사물이라고 배운다는 걸 보고는 이건 또 무슨 일관성없는 반전인가.. 싶어 이런 반전매력의 작가가 좋았다.  


사물이 사물이라고 배운다면 이 사물들은 원래는 뭐라고 알고 있었던 건지, 알긴 알았던 건지, 사물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물이라고 또 더 강조해 배우는 건지, 알긴 뭘알어 사물일 뿐인데.. 같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라서 웃었다. 


그래서 김범 전시는 숨구멍 같다.  



김범 <쥐와 박쥐 월페이퍼('폭군을 위한 인테리어 소품' 중)> 2016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다가 어느 이웃님이 입구 벽면에 있는 것도 작품이라고 알려준 기억이 나서 다가갔다. 


아름다운 패턴 디자인인가보다.. 그럼 김범답지 않은데... 라고 생각하다 제목을 보니 "쥐와 박쥐" 얘기가 있다.


자 또 그러면 뭐가 쥐고 뭐가 박쥐인지, 찾아봐야 쓰것


블랙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니 (나만 그런가) 아래 패턴에선 박쥐와 쥐를 잘 찾았는데


이 아래 패턴에선 으디가 박쥐고 으디가 쥐래는 건지 알고 봐도 한참 찾았네

그냥 보편적인 벽지가 아니라 박쥐와 쥐 두개를 기기묘묘하게 반복적 패턴으로 창조해 낸 김범 


대단하다


이 벽지를 집안에 발랐을 때 몰랐으면 모를까 알고 나면 밤마다 무섭고 괴로울 것인데 


또 반대로 어느 공포 체험 하는 버려진 고성에 이런 벽지 문양의 침실에서 하루를 모르는 새 자고 났더니 나중에 패턴이 쥐와 박쥐였던 것을 알면 꽤나 신나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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