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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Nov 04. 2023

베를린 페르가몬 뮤지엄 (Pergamon Museum)

베를린에서 매년 9월경 있는 전시 프로젝트를 끝내고 돌아가는 경유지를 오스트리아 빈으로 정해 그 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카를 보고 빈의 미술관을 이틀간 가는 일정을 짜놓았다. 베를린에서는 거의 열흘을 있지만 프로젝트에 밤낮 매어 있으니 베를린의 뮤지엄은 떠나는 날 비행기 시간을 최대한 늦게 잡아 하루를 온전히 간다는 계획이다.


그 딱 하루의 시간 속에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오로지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Alte Nationalgalerie),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작품이 있는 곳.


그의 고독하고 명상적인 작품을 실제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분명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을 미리 2매 예약 했는데, 당일이 되서 출발을 하며 프린트 해놓은 표를 들여다 보니 어이없게도 내가 페르가몬 미술관을 예약 해놓은 것이었다.  


헐...


베를린은 뮤지엄섬에 주요 미술관, 박물관이 많이 모여있는데 현지 한 사이트를 통해 베를린 섬의 뮤지엄들 포함 베를린 시 주요 미술관, 박물관 15개를 모두 다 예약할 수 있다.


그 사이트에 들어가 내가 정신없이 예약하다 페르가몬을 예약해버렸나 봐...



[베를린의 주요 미술관/박물관을 모두 예약할 수 있는 사이트]


https://shop.smb.museum/#/tickets/time?group=timeSlot&date=2023-10-08




오늘 전시 끝나고 출장자들이 대부분 베를린을 빠져나가면서 어디라도 들른다고 그제부터 인기있는 근방 뮤지엄들이 거의 매진이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래서 이미 내가 가고 싶은 뮤지엄 티켓을 구매 해 놓은 나 칭찬해~~ 그러고 있었는데 이 왠 등골 오싹 식은땀 줄줄 나는 시츄에이션인거야...


정신차리고 얼른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다행히 내가 가고 싶은 뮤지엄은 인기가 덜 했는지(?) 티켓의 여력이 있었다.


하아.. 다행...


뮤지엄에 함께 가기로 한 동료는 3일 전부터 "페르가몬이 14년 동안 닫는데요, 거길 우선 가는건 어때요?" 했는데 나는 박물엔 관심이 없어서 그래도 미술관에 가겠다 했었는데...


이틀전 미리 프로젝트가 끝난 다른 동료들이 떠나면서 페르가몬을 들르겠다고 사이트 들어가 보니 애저녁에 매진이라며 매년 오는 베를린에 앞으로 14년 동안은 페르가몬을 못간다고 툴툴 거렸다는데...


나의 엉뚱한 실수로 페르가몬에 가고 싶었던 동료는 입가가 흐뭇하다.


아침부터 서둘렀으니 페르가몬에서 1~2시간, 중간에 꼭 학센을 먹고 싶다는 동료를 위해 2시간, 그러면 베를린 구 미술관은 4~5시간 정도의 여력이 나온다.


그래, 그 정도면 되었다.


약간의 헤프닝으로 시작한 하루의 동선 정리가 끝나고 이제 페르가몬으로 고고



페르가몬 박물관            

Bodestraße 1-3, 10178 Berlin, 독일



현재 페르가몬뮤지엄의 메인 게이트는 공사중이어서 James-Simon-Galerie 쪽 입구로 들어가야 한다.



암것도 모르고 갔는데 페르가몬 뮤지엄은 주로 고대, 고대 중동, 이슬람아트 위주이다. 이 시대나 지역의 예술에 관심이 덜한 사람들은 그리 매력적으로 느끼지 못할 것 (나 말인가...)



입구 통로 양쪽의 작품들은 실제 작품은 아니고 전시 작품들을 모사하여 장식을 해 놓은 것


일단 눈길을 끄는 화려함으로 사람들이 좋아한다.


<Ishtar Gate of Babylon> 기원전 575년경

가장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구역이다.


<바빌론 이슈타르 문>인데, 바빌론은 지금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근방으로 기원전 18세기 부터 기원전  4세기까지 있었던 도시이니 근 2500년이 된 문인 것


고대 유물을 복원한 전시품이고 이후 꾸준히 보수해 왔겠지만 이런 모습의 게이트를 갖는 도시가 중동 어느 한 지역에 2500년전에 있었고, 그 수준이 이러하다는 것은 경외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참고자료] 이슈타르문이 있는 바빌론의 3D 복원도 (출처: 나무위키)



이슈타르 문에 세겨진 말의 모습

이슈타르 문에 양각으로 세겨진 말의 모습


자세히 보니 뿔이 있다.


그시대 바빌론엔 뿔이 달린 말이 있었을 수도 있고 (긴 시간 동안 퇴화되었다면...) 지금 처럼 뿔이 신비함을 대변함으로 벽에 세겨진 유니콘말에 전쟁의 승리나 좋은 소식 같은 염원을 담았을 수도 있다.


고대인들의 미술 수준이 지금 사람들에 비해 뒤쳐지지 않음은 여러 자료를 통해 봐왔지만 새삼스레 대단하다.. 느껴진다.


<Market Gate from Miletus> 2세기 경


도시의 일부분을 털어왔으니 이런 대단한 규모가 나온다.


밀레투스 시장으로 통하는 문인데 요르단 페트라 같은 곳에 가면 이런 느낌일까


지진으로 무너진 것을 발굴 복원한 것으로 높이가 17m이니 미술관 내부에 있을 법한 규모가 아닌 걸 미술관에 넣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페르가몬, 페르가몬 하나보다.


정교한 조각술이 인상적인 인물상들
<Ashur (Iraq), Water Basin> 7세기

물을 저장하던 대형 수조

4면에 하나하나 정교한 부조들이 인상적이다.


<Time as a Shifting Color Palette>

화려한 벽부조에 눈길이 가서 한참을 봤는데, 색이 점점 옅어진다. 어리둥절 하는 사이 색은 점점 바래 벽의 색으로 돌아갔다.


알아보니 지금은 모두 색이 바래 그 시대 예술품들의 컬러감을 볼 수 없어 미술관에서 벽부조를 만들고 그 면에 컬러 팔레트 미디어아트를 해 둔 것이었다.


미술관의 이런 꼼꼼한 전시기법도 사람들이 페르가몬을 사랑하는 이유 일 듯


내가 박물들을 선호하진 않고 특히 고대 유물들에 관심이 없긴 했지만 페르가몬 뮤지엄은 기획자나 설립자가 고대유물들에 위대한 지식과 관심을 가지고 대단한 애정으로 이 박물관을 꾸려온다는 것이 쉽게 느껴졌다.


특히 박물관의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즈음해 아래 유물을 이전하기 위해 전문적인 프로세스를 갖추고 시행하며 그 과정을 관람객들과 적절하게 소통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Mshatta Facade> 8세기

벽면 장식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떼어내 독립 포장을 하고 떼어낸 조각들은 다시 붙을 위치를 지정해 꼼꼼히 넘버링 해 두었다. 그 과정을 유리벽 뒤로 볼 수 있게 해두었는데 그 광경이 감동이다.


원래는 아래와 같은 모습이었다고 하니 이사가 완료되고 다시 전시가 될 때 갖출 위용이 기대가 된다.


[참고자료]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다고 한다 (소스:  구글 이미지)


이외에도 많은 크고 작은 유물들이 있다.


내 관심영역이 아니어서 따로 포스팅을 하지 않지만 박물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베를린에 온다면 꼭 와봐야 되는 곳은 맞다


지금도 훌륭하다고 느끼는데 14년후 2037년에 더 대단한 컬렉션이 더욱 훌륭한 전시기법을 입고 새 단장한 미술관에서 대중에게 선보인다면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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