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술관옆산책로 Nov 01. 2023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 #2

[23.8.16 발행]




#2편은 내가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에서 가장 좋아했던 작품 중 하나로 시작한다.

Ang Kiukok <Christ> 1958

이런게 바로 새로운 미술을 볼 때의 즐거움이다.


르네상스 미술, 유럽미술이 표현한 예수만 보다가 아시아권 필리핀작가가 표현한 예수를 보니 신선하다.


가시면류관을 씀으로 누가 봐도 예수인데 길쭉한 몸 하나에 모든 신체 요소를 단순화 해 버리니 관객은 예수의 얼굴과 표정에 올곧이 집중하게 되었다.   


중동인이면서 서양인처럼 미화(?)된 모습의 예수보다 인종과 상관없이 예수의 본질에 집중하고, 그 예수를 표현해 냄에 있어 고난의 얼굴에 온 신경이 집중되도록 구성한  이 작품은 내겐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 최고의 작품이었다.



Anita Magsaysay-Ho <Tea Drinkers> 1957

꼭 영화의 한장면 같지 않은가?


작은 카메라 앵글에 꽉 찬 투샷의 인물이 앞에 촛불이라도 있다면 더욱 어울릴 법한 구도안에서 여유로이 차를 마시고 있는 장면


작가는 일상의 삶을 주로 표현했다고 하며 소재 자체 보다 구도와 라인을 중시했다고 한다.


그런 작가의 작업 방식과 철학이 잘 보이는 작품



Paisal Theerapongvisanuporn <Music, Lives and Peasants>

초현실 기법을 빌어 역사화를 그린 건가.. 라고 처음엔 생각했고

다음엔 젊을 때 악기나 연주하고 놀다 보면 늙어 거렁뱅이 된다는 아주 말초적 교훈을 담은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작품 설명엔 당시 경제적 부흥을 이뤄 가고 있는 방콕으로 악기를 들고 이주한 이민자들의 삶을 표현했다고 한다.


읽고 나서 보니 멀리 보이는 삐까뻔쩍한 도시와 거기서 멀리 떨어진 어느 메마른 땅에서 구걸을 하는 농민의 삶이 보인다.  


첫인상과는 많이 동떨어진 작품이지만 서두



Monitien Boonma <The Pleasure of Being, Crying, Dying and Eating> 1993

내셔널 갤러리에서 가장 불편했던 작품


사람의 뼈가 식탁의 젓가락으로, 그리고 냅킨걸이로 쓰이고,  무언지 알수 없는 그릇들이 산을 이루는 모습은 그것이 무엇을 표현했건간에 불편감을 갖게 했다.  


그런데 설명판은 부처가 말한 삶의 단계 - 삶(being)과 죽음(dying)사이의 기쁨(eating)과 고통(crying) - 를 표현한 것이라 하니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다.


내 사고체계와 이 나라 주변국들과의 생각체계는 많이 다르구나...



Pinaree Sanpitak <Smiling Body> 1997

내가 편하게 받아들일 법한 작품이 등장했다.


<Smilig Body>


몸 자체가 웃고, 그 몸을 보고 있는 사람들도 웃고


단순하고 좋다


어디에 걸어놔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법한 작품






내셔널 갤러리가 엄청 컸는데  비슷비슷한 작품들을 다 볼 것은 아니라 입구 브로슈어에서 눈에 띄었던 기획전 하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어떤 면에서 우리의 강요배 선생 같고, 어떤 면에선 로랑 그라소 같은 작품을 하는 분이었는데, 친구가 동료와 저녁약속을 한 시간이 다가와 마지막으로 볼 전시로 다른 관들을 건너뛰고 이곳으로 왔다.


작가는 Liu Kuo-Sung


미술관이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나, 할당된 넓고 훌륭한 공간이나, 그런 것들을 봐선 국민작가 쯤 되는 것 같다



 <Winter Mountains> 1967
<Inside and Outside the Mountain> 1968

이런 작품들에서 우리의 강요배선생을 닮았다고 느꼈다.


바다와 파도와 바위와 산 같은 비슷한 대상을 선택해 거칠고 힘있는 붓질로 그려낸 것이 수묵화와 유화의 중간 어딘가의 그림인데 종이에 잉크를 사용했다. 그래서 인지 부드럽다기 보다 날카롭고 힘이 더 느껴진다.



<The Conposition of Distance No. 15> 1971

지구 밖에서 지구를 내려다 본 시점과 그 위에 그려진 태양과 달은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Sunrise against the Morning Fog> 1970

이 그림은 지구 밖 시점은 아니나 비슷한 구도로 역시 초현실적이다.



<Rising Moon> 2008

여러 달과 해로 확대됐다.

지구는 그대로인데 달과 해의 움직임을 겹겹이 쌓아 시간이 흐름도 알려주는 듯하다.  




법원과 시청사로 쓰이던 건물이라 미술관 자체가 좋다.

그래서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작품들은 건물의 도움을 받았다고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