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술관옆산책로 Nov 01. 2023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 #1

[23.7.31 발행]




슈가 싱가폴콘 두번을 주말동안 보고, 화요일 새벽 1:55 비행기를 타기전 온전하게 월요일을 비웠다. 그렇게 일부러 길게 시간을 비워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를 선택했다.


홍콩은 아트바젤이 있는 나라이니 미술계가 활발할 텐데 싱가포르의 미술은 어떨지 딱히 잡히지가 않아 오히려 더 호기심이 생겼었다. 싱가포르의 미술을 내셔널 갤러리 하나보고 전날 본 레드닷 뮤지엄만 보고 판단할 수 없지만 그래도 현시점 나의 첫인상은


싱가포르는 그들 고유의 강렬한 미술 흐름이 있다기 보다 주변 동남아국들의 미술을 가지고와 나름의 집대성을 한 나라다. 그 집대성이  싱가폴만의 어떤 스타일로 이어졌다면 의미가 있겠다만 주변국 작품들의 컬렉션 정도인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  


거기다 유럽계, 미국계 대단한 화가들의 유명한 작품들을 컬렉션으로 보유한 것도 아니어서 미술관으로는 다소 밍밍하다.


그럼에도 제3세계 아트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어 내 마음의 미술 지도에 하나의 DOT을 찍을 수 있었다.    


위치는 좋다.


싱가포르가 어차피 MBS를 끼고 한바퀴 돌면 대부분의 영역이 커버되는 곳인데 원래도 가려했던 멀라이언 파크가 코 앞에 있고 그 뒤로 민트색 돔 건물이 내셔널 갤러리



미술품이 전시되는 공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데 시청과 법원으로 쓰이던 건물이 미술관으로 변신되어 공간으로는 최고의 간지가 났다.


작품들은 주로 2층~5층에 걸쳐 있으니 올라가면서 보든지 내려오면서 보든지 하면된다. 보통은 내려오면서 보는데 여기에선 올라가면서 보는 쪽 선택


Yei Chi Wei <무제>  1960년대 중반

이중섭의 소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다.


둘이 부딪히는 힘이 있고 색이 오묘하며 구상과 추상 어드매인 이 작품은 내가 보던 작품스타일과 달라 신선하고 묘한 매력이 있다.


작품 설명판에 고대 벽화의 말을 표현하던 방식을 차용했다는데 그래서 이 작품이 말이래는건 아니지?


라고 자문자답 중  



Tan Swie Hian <Portrait of Lu Xun> 1993

우리도 들어봄직한 중국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 루쉰을 그린 작품


몇번의 굵고 강한 붓터치로 인물을 이렇게 잘 표현하다니...


직각의 앞머리가 루쉰의 성격을 보여주는 듯하고, 얼굴과 어깨까지의 검은 먹색과 몸통아래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하얀 배경이 대비되면서 비율적으로도 아래의 넓은 면이 안정감을 갖게 한다.


사진으로 실물 확인을 하니 더욱 잘 그려진 초상이라는 생각

<소스: 서울신문 / 구글>



Fan Chang Tien <Untitled> 1981

벽면 한가득히 펼쳐진 매죽을 보며


왼편 오른편 한면씩 차지한 그 균형감이 좋다고 느끼면서도 보통 사선구도이거나 어느 한쪽을 메우고 나머지는 비워놓는 여백의 미를 보이는 우리 그림의 구도가 그래서 미적으로 완벽한 구도구나... 느낀다.


다른 나라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 그림의 특성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된다.  



Wu Tsai Yen <Chicks under Bamboo>  1967 (왼쪽부터)


한쪽은 대다무 아래 닭, 다른 한쪽은 매화나무 아래 앵무새.


우리 조선 그림과는 다른 듯 닮은 듯한데


내게 새로웠던 것은 Rice Paper에 그림으로 기름종이에 그린 듯 번짐없이 두껍게 그려진 부피감과 종이 질감 그 자체였다. 하얀 화선지에 가득한 여백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아름다움이다.



Lee Wen <Journey of a Yellow Man> 1997

우리의 이동욱 작가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 드는 작품


통조림 속에 실제 사람과 흡사한 미니어처를 넣어 만드는 이동욱 작가와 달리 이 작품은 모델(혹시 작가?)이 직접 냄비에 들어간 모습을 위에서 촬영하여 프린트한 작품이다. 제작영상을 보면 사람이 갑자기 일어나 걸어 나간다.


사람을 노란색으로 칠해 두어 슬쩍 보면 냄비속에 요리되어 져 가는 치킨의 모습인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동공이 커진다.  이런 행위예술을 보다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계속 보려고 노력중이다.  



Lim Mu Hue <Self-Portrait> 1963

안경속에 무엇이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 보았는데 오히려 자세히 보려다 보니 무엇인지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층의 소개에 있는 작품이니 이 층에서 의미있는 작품이련만 작가가 드물게 싱가포르 태생이므로 본국버프를 받은건가...


무엇을 드러내고 싶은 자화상일까...




미술관 입구에서 Namjoooning이 쓰여있는 안내패널을 보았다. 들여다 보니 미술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아니고 아미들이 자체적으로, self-guide를 하고 있다.


미술을 좋아하는 남준이의 선한 영향력이 이곳에까지...


그전엔 그냥 무리지어 있던 사람들이었는데, Namjooning이라는 문구를 보니 아미구나.. 싶어 내 눈에 하트가 뿅뿅 떴다.



Cheong Soo Pieng <Returning from Market> 1975 (born in China, dead in Singapore)

비롯 중국인 작가긴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그림을 보고 싶었다.


보던 스타일의 그림이 아닌 그런 그림들

사람을 표현하는 방식도 색감도 캔버스도 모두 다르다.


비동양인들이 이런 그림을 보면 동양여인에 대한 환상과 특정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이 이해가 되게 하는 그림이다.



Lee Moon Fong <Baliness Life> 1960s (born in China, dead in Indonesia>

이 그림도 그러하다.


이번엔 인도네시아 여인들의 모습이다. 남태평양의 여인들을 표현하던 고갱처럼 인도양즈음의 여인들은 또 이렇게 이런 작가들을 통해 표현된다.


원시성이 잘 드러난 그림일까.. 라고 생각하다 지금도 발리섬의 어느 외진 곳은 이런 삶의  모습으로 살고 있을 듯해 생각을 접었다.



Artist Unknown <Pair of Framed Portraits> 1910s

화려한 장신구와 깃털이 달린 모자의 여성과 한쌍을 이루고 있는 남자의 초상화


1910년대에 이런 복장을 하면서 초상화를 남길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사회의 상류계급 일 것

100여년 전 그들 삶의 한 단면을 본 듯하다.


의복이나 머리등 넓은 면은 굵은 붓으로 칠했겠다만 이목구비나 장신구등은 세붓으로 정교하게 그려넣어 동양인들의 특성이 잘 드러났다.  


서양화가들에게 동양인의 초상을 그리라고 했을 때 나오지 않을 듯한 스타일


규정하기 애매하지만 이런 초상화를 보며 또 동서양의 차이가 느껴졌다.  


(근데 우리 박정민배우 왜 여기서 나와~~)



대법원으로 쓰이던 건물을 리노한 미술관이라 이런 방에 이런 작품들 전시가 가능했다. 법정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에 역대 왕, 왕비의 전신화를 걸어 놓았는데, 왕이나 왕비보다 대법관이나 법과 관련된 인물이었다면 건물과 좀더 조화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건 작은 아쉬움이고 방 자체가 주는 위엄과 구조 덕에 곳곳의 작품들을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었다.



Juan Luna <Spain and the Philippines> 1884, 1888-1893 (좌로부터)

동일한 작품명의 연작이다.


스페인과 필리핀 역사의 어느 부분을 상징화 했을 것인데, 그들간의 역사에 문외한이기도 하지만 설명판들도 충분히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이 컬렉션들이 하나하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기 보다 컬렉션된대로 임의선택된 작품들인가...


좀 실망스러워지는 지점의 작품들이었다.


혹시나 자국민들은 이 두 여성의 뒷모습을 보고 어떤 의미를 찾아낸다 해도 국립미술관은 전세계 사람들에게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소인데 설명판이 이래 허술해서야...


긴 문장들을 굳이 다 읽고도 "그래서 뭐지? 의미가 뭐가 없는데??" 같은 마음이 드는 것은 아쉬움이었다.



Raden Saleh <Eruption of Day> <Eruption of Night> 1865
Basoeki Abdullah <An Indonesian Village at Sunset> Undated

다양한 인접국가 작가들의 작품들


화산폭발을 한 어떠한 날의 낮밤 표현과 인도네시아 어느 섬의 해지는 모습은 기록화이고 풍경화이다.


이번 내셔널갤러리에서 본 작품들은 주로 붉은색이나 갈색계열을 많이 사용해 강렬하지만 한편으로는 피로감도 있다.



Raden Saleh <Forest Fire> 1849

위에 화산폭발의 장면을 그린 작가와 같은 작가이다. 그의 작품 중 가장 크기가 큰 작품이라고한다.


기개 있는 호랑이가 전면에 있어, 인도네시아의 어떤 전설이나 설화를 이야기 하는건가.. 했는데, 설명판은 야생동물들이 불꽃에 쫓기는 모습이라고 한다.


아..


내 감상법이 그간 의미와 해석에 중심을 너무 둬 왔었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긴 했지만서두 그림이 미적으로 완벽할 때는 특별한 의미나 해석보다는 그 자체를 감상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만 이 그림이 미적으로 완벽한 것인가...


라고 했을 때 개인 차이나 나로서는 고개가 저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쿄에서 흘려놓은 시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