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술관옆산책로 Nov 07. 2023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3_구스타프 클림트 특별전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에는 카스파르와 아놀드 뵈클린을 보러 간 것이고 그외 그곳의 상설전까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빈에서 클림트의 작품이 대거 넘어와 기획전을 하고 있었다 


내일 빈으로 넘어가 서울로 출발하기 전 이틀동안 오스트리아의 대표 작가인 클림트와 에곤실레를 그들의 홈타운에서 충분히 볼 생각이었는데 베를린 구 국립에 안 왔더라면 빈에 가서 클림트의 여러 대표작들을 못 볼 뻔 했다. 


갑자기 가슴 쓸어내려지는 상황;;




입구부터 사람들이 다른 관들과 다르게 복작인다. 


좀더 다가가니 입구 정면부터 <유디트> 


<Judith> 1901


여러 유디트 중에는 젠틸레쉬의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아래) 


젠틸레쉬의 유디트는 유디트의 칼이 홀로페르네스 목의 반을 막 관통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라 아직 채 숨이 끊기지 않아 배신과 경악과 포기의 표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적의 얼굴과 이 순간을 기다려 절대 실패치 않겠다는 유디트와 그녀의 조력자의 비장감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대단히 집중력 높은 작품이 되었다.  


[참고자료]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쉬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 1620년경 (소스 : 구글)


그에 비해 클림트의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들고 승리의 기쁨을 맛보고 있는 어떤 초월적 여신처럼 표현되어 있다.


클림트가 평생을 그려온 금빛의 대형 여성 초상에 잘린 목을 든 것 뿐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 클림트의 유디트를 어떻게 봐야 하나 시작에선 난감했다. 


<Pallas Athena> 1898

오히려 지혜와 전쟁의 신인 아테나를 표현했을 때는 <유디트> 때와 달리 주제와 작품이 서로 잘 붙었다. 전쟁의 잔인함과 강인함이 잘 드러나는 표정과 장치들이 그림에 힘을 불어 넣었다. 


<Music> 1895

유디트나 아테나같이 강한 그 어떤 것보다 클림트는 그로테스크함과 치명적 아름다움이 절묘하게 맞닿을 때 빛이 난다. 


이 작품은 <음악>을 표현 한 것인데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여인이 타고 있는 음악은 경쾌한 왈츠일 수 없고 무거운 진혼곡 일 듯 하다. 


<Love (Template for "Allegories, New Series," No. 46)> 1895

클림트의 클리셰가 보이는 <사랑>이라는 작품 


그림 속 남녀는 현재 서로 없으면 죽을 듯이 열렬하지만 그 사랑은 찰라이며 끝이 올 것이고 이는 그림 위 아이와 여성과 악마들을 통해 말해준다.


허락되지 않은 사랑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Lady with Cape and Hat on a Red Background> 1897/98

멀리서 보면 상당히 고혹적이고 우아한 여성인데, 가까이 보면 흐릿하게 뭉겐 표현기법과 압도적으로 독특한 눈동자 때문인지 어딘지 우울하고 무섭기 까지 하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여성 


<Serena Pulitzer Lederer> 1899
<Portrait of Emilie Floge> 1902

순백의 아름다운 여인과 

클림트 특유의 패턴 드레스를 입은 여인을 지나  


<Girl in the Foilage> 1898

하얀색 퍼프소매에 큰 모자를 쓰고 싱그러운 잎사귀를 뒤로 하고 화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성


매력적이다. 


클림트의 여성들은 정적이고 고상하며 지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The Large Poplar II> 1902/03

클림트 특유의 패턴들이 자연에서 부터 서서히 발전하였겠구나, 추측할 수 있는 그림 



다음은 Stuck이라는 초면 작가의 작품 

클림트가 빈 분리파의 대표주자 였듯이, Stuck이라는 작가는 뮌헨 분리파를 만들었다.  

Franz von Stuck <Pallas Athena> 1898

이 그림은 클림트와 같은 전쟁의 신 아테나를 그린 것인데 클림트의 아테나보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을 보편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그려냈다.


클림트의 아테나와 같이 전시되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정형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다. 


Franz von Stuck <The Sin, ca.> 1912
Franz von Stuck <Tilla Durieux as Circe, ca.> 1913

아테나를 그린 Stuck을 보고 비교적 평범한 스타일의 작가구나.. 생각했는데


이 두 점을  보고는 '어라?'했다. 


클림트 기획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들에 Stuck의 위 두 작품도 빠질 수 없다. 두 작품 모두 그로테스크하고 어떤 면에선 악마적이며, 치명적이고 뇌쇄적인 인물 표현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두번째 작품인 <Tilla Durieux as Circe, ca.>은 칼데론 극장에서 오스트리아 여배우 틸라 뒤리우스가 마법의 서커스 역할을 하는 사진 (아래, Mary von Stuck의 작품)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그림을 먼저보고 나중에 사진을 알게 되었는데, 

그림과 사진, 무엇이 낫다, 좋다, 고 할 수 없을 만큼 같으면서 다른 방식으로 끌림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를린 구 국립미술관 #1_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