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이런 그림을 보면 늘 사람을 찾게 된다. 이번 그림에도 여지없이 왼편 강기슭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는 어부가 보인다.
세월을 낚는 것은 아닐게다
저리 일어나 열심히 낚시줄을 던지는 것을 보면
우리 강산이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를 느끼게 해주는 그림
바위산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노랗고 발갛게 물이 든 단풍이 그저 아름다운데, 이쪽에서 저쪽으로 연결되 있는 다리위를 초연한 선비 하나가 건너고 있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을 들여다 보니 저위 바위산에 집이 한채 있다.
<고사방우(高士訪友)>
높은 곳에 있는 또는 고고한 선비에게 친구가 찾아온다는 이야기
유붕자원방래 (有朋自遠方來)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는 그런 기쁨이 그림에서 느껴진다.
산수화인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었다.
이응노화백은 작품도 좋지만 인간으로서도 좋아한다. 그가 시대에 눈감지 않았고 저항하고 표현해서 그렇다.
그가 소박하게 풍경을 그리거나 농촌의 사람들을 그린 그림들이 그래서 그의 숨구멍 같고 좋다.
이 그림도 그래서 마음에 담아왔다.
대전의 이응노미술관에 가면 생각보다 그의 작품이 많지 않아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다른 미술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반갑기 그지 없다.
이런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 나라에 이렇게 동양화를 잘 그리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다.
조선회화로 대표되는 수묵화의 시대를 지나 종이에 먹과 색으로 담박하게 그려낸 그림들
나는 수묵화는 조선시대에만 그리는 줄 알았던 사람인데 근대와 현대를 지나면서 이런 그림들이 여러 작가를 통해 꾸준히 그려지고 그 수준의 빼어남을 목격하면 감탄스럽다.
전시 포스터에도 사용된 히어로 그림
이영찬의 <구미정>이다.
구미정은 강원도 정선군에 실제하는 <구미정>을 그린 그림으로 실경산수다.
여백을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 빽빽하게 그려진 그림이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동양화에 맞지 않게 모든 공간이 촘촘한데
전혀 답답하고 어수선하지 않게
있을 곳에 있어야 함 직한 모습으로 그려지니
실로
빼.어.나.다.
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뒤로는 소나무를 두고 앞으로는 기암절벽이 시야를 모두 가릴 정도로 우뚝 서 있는데 구미정에 들어앉은 선비는 말없이 그저 이 모든 풍광을 온 몸에 받아들인다.
풍광을 묘사하는 붓질이 서두름이나 대충없이 모든 부분에서 성심이 깃들어 있다.
다시 한번 느낀다
대.단.하.다.
이영찬의 <구미정>을 보고 나오다 마주한 작품인데,
이 작품을 먼저봤다면 소나무의 기개가 살아있다, 남성적이다.. 라고 생각했을 것을 <구미정>을 보고 나니 이 작품이 너무 소박하고 앙증맞고 여성적으로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