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술관옆산책로 Nov 10. 2023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2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편에 이어


허건 <추경산수> 1974 / 종이에 먹, 색

이런 그림을 보면 늘 사람을 찾게 된다. 이번 그림에도 여지없이 왼편 강기슭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는 어부가 보인다. 


세월을 낚는 것은 아닐게다

저리 일어나 열심히 낚시줄을 던지는 것을 보면


김옥진 <고사방우> 1976 / 종이에 먹, 색

우리 강산이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를 느끼게 해주는 그림


바위산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사이에 노랗고 발갛게 물이 든 단풍이 그저 아름다운데, 이쪽에서 저쪽으로 연결되 있는 다리위를 초연한 선비 하나가 건너고 있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을 들여다 보니 저위 바위산에 집이 한채 있다.


<고사방우(高士訪友)>


높은 곳에 있는 또는 고고한 선비에게 친구가 찾아온다는 이야기 


유붕자원방래 (有朋自遠方來)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는 그런 기쁨이 그림에서 느껴진다. 


산수화인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있는 그림이었다. 


이응노 <공주풍경> 1941 / 종이에 먹, 색

이응노화백은 작품도 좋지만 인간으로서도 좋아한다. 그가 시대에 눈감지 않았고 저항하고 표현해서 그렇다. 


그가 소박하게 풍경을 그리거나 농촌의 사람들을 그린 그림들이 그래서 그의 숨구멍 같고 좋다. 


이 그림도 그래서 마음에 담아왔다. 


대전의 이응노미술관에 가면 생각보다 그의 작품이 많지 않아 이렇게 부지불식간에 다른 미술전시에서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반갑기 그지 없다. 


위 그림들이 원형전시실에 높이 맞추어 한꺼번에 전시되어 있다. 



정하경 <아침> 1988 / 종이에 먹

이런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 나라에 이렇게 동양화를 잘 그리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다. 


조선회화로 대표되는 수묵화의 시대를 지나 종이에 먹과 색으로 담박하게 그려낸 그림들 


나는 수묵화는 조선시대에만 그리는 줄 알았던 사람인데 근대와 현대를 지나면서 이런 그림들이 여러 작가를 통해 꾸준히 그려지고 그 수준의 빼어남을 목격하면 감탄스럽다. 


이영찬 <구미정> 1992 / 종이에 먹, 색

전시 포스터에도 사용된 히어로 그림 

이영찬의 <구미정>이다. 


구미정은 강원도 정선군에 실제하는 <구미정>을 그린 그림으로 실경산수다. 


여백을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 빽빽하게 그려진 그림이 아름답다고 느낀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동양화에 맞지 않게 모든 공간이 촘촘한데 

전혀 답답하고 어수선하지 않게 

있을 곳에 있어야 함 직한 모습으로 그려지니 


실로 


빼.어.나.다. 


라고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뒤로는 소나무를 두고 앞으로는 기암절벽이 시야를 모두 가릴 정도로 우뚝 서 있는데 구미정에 들어앉은 선비는 말없이 그저 이 모든 풍광을 온 몸에 받아들인다. 


풍광을 묘사하는 붓질이 서두름이나 대충없이 모든 부분에서 성심이 깃들어 있다. 


다시 한번 느낀다


대.단.하.다. 


허백련 <볼로장춘> 1959 / 종이에 먹, 색

이영찬의 <구미정>을 보고 나오다 마주한 작품인데, 

이 작품을 먼저봤다면 소나무의 기개가 살아있다, 남성적이다.. 라고 생각했을 것을 <구미정>을 보고 나니 이 작품이 너무 소박하고 앙증맞고 여성적으로 보이네... 


작가의 이전글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