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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Nov 11. 2023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1, #2편에 이어 

#3편은 #1, #2편과는 다소 다른 풍의 그림들을 모았다. 


이번엔 인물화, 화조화, 동물그림이 있고, 현대의 모습을 수묵기법으로 그려내 우리의 일상이 생경해 보이게 하는 작품들도 있다. 


김기창 <매> 1979 / 비단에 먹, 색

김기창 작품임을 알아봤다. 

천마, 독수리, 그런 것들에 기가 막히게 특화 되어 있다. 

김기창 화백은 역사화, 인물화도 잘 그리는데 나는 이런 동물 표현이 더 좋다. 


이번엔 비단에 그렸는데, 세월이 지난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탁색되지 않고 화선지에 그린 듯 깔끔하게 떨어졌다. 


집중을 흐뜨러뜨리는 것이 없으니 오롯이 매에 집중된다. 


매의 눈매와 발톱, 날개와 깃털 꼿꼿이 소나무 가지에 몸을 세운 것과 매의 눈이 닿는 곳까지 찬찬히 보니 더욱 사랑스런 그림이다. 


김동선 <곰순이> 1998 / 종이에 목탄

매에 한참을 감탄했는데, 

또 놀라운 강아지 그림 


인물을 잘 그리는 사람을 찾아 초상화를 그리 듯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 반려견을 그려 두고 싶다면 (나는 반려견을 기르지 않지만) 김동선 작가에게 의뢰하고 싶다.


목탄에서 이런 질감과 표현력이 나오는 구나. 


번지는 것이 꺼려지는 재료였는데, 내가 잘못 알았나 보다. 이렇게 세세한 털까지 깔끔하게 표현이 되는 것을 보니 


정은영 <모란과 나비> 1980년대 전반 / 종이에 색

봄날의 모란 꽃에 모여든 나비들


모란은 부귀를 상징하고, 나비는 장수를 상징하므로 예부터 어르신들 선물에 자주 쓰이던 화재인데 지금도 이런 그림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부귀와 장수의 마음을 담을 것이다.  


정은영작가는 부친의 영향으로 나비를 소재로 삼은 여러 작품을 그렸는데 나비 한마리를 그릴 때에도 치밀하게 관찰하고 5~6시간동안 털 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해 낸다 한다. 


그런 정성이 그림 전체에 배여 있다. 


유난스런 더위의 여름을 지나 이 그림 속 봄을 접하니 하도 맑고 청아해 내 마음은 이미 봄에 닿아 있구나... 


정은영 <하일 (夏日)> 1983 / 종이에 색

이 꽃은 무슨꽃일까

나팔꽃과 비슷한데 딱 나팔꽃이라고 하기엔 자주 보던 다른 꽃이 있는데...


여하튼, 이런 작품은 내가 안좋아하는 비단에 그려도 될 법하다. 


이 작품의 나비도 역시 혼을 다해 그렸을 것 같다


정은영 <추정 (秋情)> 1983 / 종이에 색

봄의 모란과 여름의 나팔꽃(?)을 지나 이제 가을의 포도넝쿨로 시간이 흘렀다.  


큐레이터가 이런 계절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배치한 건지 모르겠지만 작품들에 계절의 변화를 입히니 감상의 폭이 더욱 풍성하다. 


포도 추수는 이미 끝났을 것인데 늦되게 익은 성긴 포도가 계절을 오래 머금어 진하게 열려 있고, 여름의 힘을 다해 노랗게 변해 가는 잎사귀도 이제 곧 떨어질량 쓸쓸한데 난데없이 아름다운 나비떼가 날아드니 더이상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않은 오히려 따뜻하고 단정한 그림이 되었다. 


정은영작가에게 나비는 치트키인양 어떤 그림이든 나비의 수준으로 그림을 끌어 올린다. 


신기한 지점


장운상 <한일(閑日)> 1972 / 종이에 색

신윤복의 미인도에 나올 법한 여인들이 한가로이 앉아 서로 악기를 겨루고 있다. 누구는 가야금으로, 누구는 장구로, 또 누구는 생황으로 지금 타고 있는 음악은 무엇일까


그 옆에 빼꼼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아이때문에 미소가 사르르 올랐다. 


이철주 <세종로 풍경> 1979 / 종이에 먹, 색


송수남 <자연과 도시> 1980년대 중반 / 종이에 먹, 색

우리 광화문 나가면 지금도 이런 건물 이런 풍경 보잖아요~

그런 거리 풍경이 먹으로 그려지니 이런 느낌이 나오는데 너무 놀랍잖아요~ 


도시가 먹으로 그려지니 아련해 진다. 

도시의 가로수들이 먹으로 표현되니 이런 작품이 되버린다. 


새로운 시도 신선한 자극




동산 박주환컬렉션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이상범 변관식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노수현 이용우 이영찬 김옥진 정은영을 알게됐다. 


이상범 변관식은 이건희컬렉션이 보유할 만큼 네임레벨이 높아 동산선생은 그보다 아래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다. 대신 뛰어난 안목으로 이처럼 주옥같은 근현대 한국화가들의 작품을 모으셨으니, 그 분의 성취는 실로 이건희회장에 뒤지지 않을 것 


작품들 뿐만 아니라 컬렉터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해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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