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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술관옆산책로 Dec 01. 2023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 박물관 #5_공예품들

빈 미술사박물관에는 회회 뿐만 아니라 각종 공예품과 고대유물들도 즐비하다. 그중 인류역사상 가장 화려할 듯한 공예품 컬렉션들은 압권이다. 국중박 합스부르크전 때도 회화보다는 결국 공예품들의 수준이 뛰어남에 놀랐었는데 본 박물관에 오니 바다건너 왔던 공예품의 수준은 그야 조족지혈, 입을 다물지 못할 수준이었다.   

공예품은 미술관의 0.5층이라고 되어있는 곳에 몰려 있다. 회화는 1층인 것이고. 


 <Fury> 1610/20

공예품들은 작가의 이름을 내세우지 않는 경향이 있어 이 작품엔 작가의 이름이 없다. 상아로 정교하게 빚은 <Fury> 또는 <Master of Furies>라는 이 작품은 미술관 리플렛의 주요작품에 표시되 있을 만큼 핫한 작품이다. 


곱슬한 누들같은 머리카락, 입안 저 깊숙히 까지 정교하게 깍고 그 앞 가지런히 치아를 남겨놓은 솜씨, 지금 막 바람이 불어 망토가 흩날리는 듯한 생동감, 무엇보다 분노를 표현해낸 역동적인 얼굴 표정까지,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힘든 것을 조각으로 해냈다. 


<Coin Cabinet of Archduck  Ferdinand II> 1580

페르디난드 2세의 동전함인데 실제 안에 들어갈 동전보다 동전함 자체가 훨씬 돈이 나감직한 작품이다. 총 5단을 세워 각각의 세세한 조각품, 공예품을 올려두었다.


흑단나무(Ebony)가 이렇게 매혹적인 재료였구나


흑단나무와 상아, 동, 진주 등 각종 진귀한 소재로 만든 작품 


Nikolaus Schmidt <Ornamental Basin with Ewer> 1592

작가의 이름이 달린 장식 대야(Basin) 


서양 공예품들을 보면 우리말로는 대야로 해석되는 Basin이 많이 만들어지는데, 수도가 만들어지기 이전이어서 세안이건 세수건 대야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장식물로도 꽤 발전한 분야인가.. 생각한다. 


합스부르크전 때도 과하게 장식이 많고 실제 인체보다 작은 갑옷의 용도는 세력 과시였던 것을 보면  이런 Basin도 실용적 목적에서 많이 벗어나 부나 미적 감각을 뽐내는 도구로 많이 쓰였을 법 하다. 


<Centerpiece in the Form of a Dragon-Bird> 1580

크리스탈, 루비, 토파즈 등으로 만든 용모양의 센터피스.  


서양인들은 용을 주로 과하게 두려움의 존재로 여기던데 여기선 앙증맞은 새의 모습에 용의 형상을 조금 접목시켰다. 보이기는 Dragon-Bird라기보단 그냥 백조같은데


크리스탈의 안이 없는 것처럼 무게감이 덜 느껴져 안에 공주님의 쿠키나 초콜렛이라도 넣는 것인가 싶었는데 연회의 센터를 장식하는 꽃과 같은 센터피스다. 화려안 궁중의 생활이 상상이 가는 작품 


리움이나 호림에 가면 이렇게 사각의 보호관에 유물이나 작품을 넣고 360도 관람하게 하는 기법을 좋아하는데 빈 미술사는 여기에 더하여 헤링본 스타일의 우드 바닥과 돔형 아치가 기하학적으로 아름답게 물려있는 천정까지 유물들을 아름답게 감상하기에 최적의 박물관이다. 


(왼쪽) Nikolaus Pfaff <Lidded Cup> 1611 / (오른쪽) Hans Jakob <Table Automation with Diana> 1602

저렇게 정교하게 세공을 한 작품이 고작 뚜껑이 있는 컵이고 (왼쪽) 이 무슨 대단한 보석함인가 했는데 우리 용어로 치면 (일본 용어로 치면) 오르골인 듯하다. 사소한 (물론 궁중의, 또는 귀족들의) 생활용품에도 스며있는 장인정신과 그 시대의 화려함이 바로 느껴지는 작품들 


(가운데) Jean Boulogne <Hercules and Antaeus> 1578/80
Jean Boulogne <Flying Mercury> 1585 Bronze

위의 <Hercules & Antaeus>와 아래의 <Flying Mercury>는 모두 Jean Boulogne의 작품들로 아래 Mercury는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으로 소개가 되 있다. 


동 작품들은 소재에서 오는 감흥은 적어도 시대를 오래 이겨내는 대표적인 소재이므로 특히 신화처럼 이야기로도 생명력이 무한한 소재를 택할 때 많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이런 소품들은 물성상 오히려 작고 정교하게 다루기 힘들텐데도 왕실의 컬렉션들은 이를 해냈다. 


Friedrich Hillebrand <Ensemble of Double and Lidded Cups> 1593/1600

뚜껑이 있는 컵의 세트들. 


실버와 진주, 에메랄드 루비 등 값비싼 보석류들로 화려하게 만들었다. 실버소재에 뚜껑 부분은 하늘색을 칠하고 각종 보석들로 치장한 것일 듯한데 실버에 내는 색감이 여러 보석들과 잘 어우러졌다.  


악세사리 브랜드 티파니가 떠오르네 


실로 이런 컵들도 사용을 하기 위함인지 그저 장식용인지 궁금해진다 


Benvenuto Cellini <Saliera> 1540-43
위 작품의 반대편

긴 설명판을 읽으니 넵튠(바다의 신)과 텔러스(땅의 신)를 가지고 소금과 후추통을 만들었는데 작가는 당시에도 이 분야 최고였던 분이라고 요약된다. 


빈미술사의 공예품중 가장 유명하다. 별 다섯개쯤 되는 듯 


흑단나무에 상아와 순금, 에너멜을 활용한 작품으로 로마에 가면 확대해서 분수 하나 만들어도 될 만큼 장대한 형태미가 빼어나다. 

워낙 넵튠과 텔러스가 시선강탈인데, 한바뀌 뱅뱅 돌며 보고 위 아래로 보다가 가장 아래 흑단나무 위 인물이 뉘신지 간에 눈이 마주쳤다. 볼풍선을 만들고 계신 이 분 때문에 진지했던 작품에 유머가 깃들었다 :-) 


대에충 세워놔도 이정도


어마무시한 컬렉션이다. 


<Aquamanile in the Form of a Griffon> 1120/30

1100년경 작품의 정교함이 이 수준이다. 

유지보존의 상태가 이리 뛰어나 지금이라도 날개를 차고 일어나 하늘로 날라갈 것만 같다. 


빈미술사의 공예품들 중에 나는 이번엔 상아소재의 작품들에 마음이 갔다. 유백(乳白)의 은은한 색과 안으로 감추되 밖으로 새나가고 마는 광택이 다른 어떤 반짝이는 화려한 소재들 보다 좋았다. 


만들어진 품새를 보니 상아는 그렇게 다루기 어렵지 않은 소재인가.. 오해할 법 하다만 그렇다고 손쉬운 작업은 아닐 것


상아가 요즘같은 친환경 시대에 앞으로도 자주 만들어질 소재도 아니라 더욱 마음이 갔을 수 있다. 


돌의 성질을 그대로 가져와 각각의 캐릭터를 조각하고 실버 단 위에 구현해 놓은 작품들 


돌과 은이 이렇게 붙으니 생경하고 독특하다. 


이쯤 되면 소박한 장신구라고 해야할 각종 악세사리와 소품들. 들여다 보면 작은 장신구 한알한알도 서두른 기색 없이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다. 


요즘 장신구의 장인들은 명함도 못내밀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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