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day의 도입을 검토하고 결정하기까지 담당자들은 '우리 회사에게 Workday가 알맞은 시스템일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 질문은 조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보다 더 정확한 질문은 "우리 조직은 Workday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가깝다. Workday를 도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IT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HR 데이터가 어떤 구조로 축적되고,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며, HR과 IT의 역할은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 함께 재정의해야 하는 프로젝트이다. 만약 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다면 Workday는 구축이 끝남 동시에 조직에게 부담이 되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Workday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후 회사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문제는 기술이 아닌 '사람의 부족'이다. SAP나 Oracle처럼 오랜 SI 생태계를 통해서 충분한 인력이 공급되는 시스템과 다르게 국내에서 Workday를 실무에서 충분히 사용했거나 구축해 본 경험을 가진 HR 담당자를 채용 시장에서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부에 Workday 경험자가 없는 상황을 고려하여 외부의 구축 파트너사의 역량에 의존하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축 파트너사가 들어오면 당연히 컨설턴트들이 알아서 그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에 알맞은 설계를 제안하고 시행착오를 줄여줄 것이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많은 컨설턴트들은 자신이 경험한 범위 또는 익숙한 방식 안에서만 가이드를 제공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종종 그들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선택하면 '협박에 가까운 경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인의 역량 문제보다 Workday 프로젝트 자체가 개인의 경험치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프로젝트 초기에 실제 한 컨설턴트는 '이 모듈은 S그룹에서도 사용하지 않고 국내 도입 사례도 없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주장을 하며 특정 모듈의 도입 자체를 반대한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전 직장을 포함한 국내에서 해당 모듈의 실제 구축하고 사용한 사례들을 접한 경험이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반박할 수 있었다. 반대로 몇몇 컨설턴트들은 국내외 다른 실제 사용 사례들을 발굴해서 이 모듈은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다양한 프로세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컨설턴트의 의견을 HR담당자가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Workday에 대한 지식보다는 컨설턴트의 설명과 의견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Workday 프로젝트에 필요한 것'이다는 사실이다. 컨설턴트의 설명을 그대로 수용하는 순간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고객사가 아닌 구축 파트너사에게 넘어간다. 그들의 의견은 참고 자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말 그런가?", "그 사례가 우리와 동일할까?"라는 질문을 HR이 직접 던져야 한다.
그리고 조직 내부에 Workday 경험자가 없다면, 급여시스템이나 ATS시스템(채용솔루션) 등의 HR 시스템들을 직접 도입하거나 사용한 경험을 가진 HR 담당자들을 Workday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천한다. 그들은 실무자로서 빠른 업무 수행을 위해 여러 시스템들의 기능을 이해하고, 더 좋은 시스템 활용 방안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담당자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면 Workday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결국 Workday 프로젝트에서 HR 담당자들의 역할은 설명을 듣는 사람이 아닌 질문하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구축사의 컨설턴트들에게 질문을 많이 할수록 컨설턴트의 경험과 수고가 반영된 다양한 기능이 있는 Workday가 결과물로 나오고, 질문이 적을수록 최소의 설정이 반영된 Workday 시스템이 남게 된다.
Workday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자주 체감한 벽은 '무엇이 맞는 설계인가?'를 판단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SAP나 Oracle처럼 오랜 시간 축적된 구축 레퍼런스가 있거나 IFRS와 같은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는 재무 시스템과 달리, Workday HCM Core 모듈에는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말해주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도 쓸 수 있다"는 여러 선택지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Workday 레퍼런스가 쉽게 공개되어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Workday 영업 담당자나 구축 파트너사들이 언급하는 레퍼런스는 존재하지만, 그 내용이 실제 운영과 일치하는지는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의 레퍼런스는 기능 시연이 중심이라 실제 HR 운영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제약과 업무 부담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HR 담당자는 유의미한 레퍼런스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요한 설계 구조를 확정해야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Workday는 HCM Core 모듈을 중심으로 보상(Compensation), 채용(Recruiting), 평가(Talent & Performance) 등 여러 모듈들이 강하게 연계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HCM 모듈의 설계에 따라 다른 모듈의 사용 방식과 제약 조건이 달라지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동일한 업종과 비슷한 규모의 회사라 하더라도 각 회사에는 고유한 프로세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직급을 어떻게 정의하고, 조직을 어떤 기준으로 만들며, 발령과 보상을 어떤 흐름으로 연결하는지는 회사의 업무 문화와 경영 방식에 따라 고유한 특징이 있다. 그래서 다른 회사의 설계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즉, HCM Core 모듈을 설계하고 구축할 때는 회사의 HR 정책과 실제 운영 프로세스를 최대한 정직하게 반영해야 한다. 특히 Workday가 제공하는 기능에 주목하기보다는 우리 조직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관리하고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정리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Workday는 정답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HR이 지난 프로세스를 분석해서 판단하고 이를 시스템에 반영하는 책임을 지도록 한다. 그래서 레퍼런스가 없다는 것은 HR 담당자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 있지만, 회사의 HR 프로세스에 대한 분석과 구조화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다면, 그 어느 시스템들보다 회사에게 최적화된 설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고민해야 하는 점은 Workday 구축을 위해 우리 회사의 실제 업무 프로세스와 과거 이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여부다.
Workday를 겪어보며 이제 HR 시스템은 IT 부서에서 전적으로 관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Workday는 HR이 주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이다. 기존 온프레미스(설치형) HR 시스템들은 IT가 알아서 시스템에 구현하는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었다. HR은 '이번에 제도가 이렇게 변경되으니 시스템을 바꿔달라'라고 요구하고, IT는 요구사항을 해석해서 코드와 UI를 바꾸는 방식이었다. 시스템의 구조와 데이터 모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운영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한번 만들어진 시스템은 오랫동안 그대로 사용되고, 큰 변경은 프로젝트 단위로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Workday는 전혀 다르다. Workday의 모든 기능은 HCM Core 모듈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HCM Core는 HR의 제도와 의사결정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직급을 어디에 정의할지, 조직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지, 발령이나 보상은 어떤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지 모든 판단은 HR의 온전한 몫이다. 그리고 판단의 결과물은 단순한 화면 설정으로 끝나지 않고 Business Process와 Effective Date라는 구조를 통해 모든 의사결정의 변화 이력이 Workday에 영구히 저장된다.
이 부분에서 Workday는 IT 시스템이 보다는 HR 운영의 기록 장치에 가깝다. 누가 언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 판단으로 인해 어떤 데이터가 변경되었는지 모두 저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Workday는 'IT가 알아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HR이 어떤 데이터를 관리하고 어디까지 공개할지, 어떤 기준으로 회사의 다른 시스템과 연계할지를 정의하지 않으면 IT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아이러나 하게도 바로 이 포인트가 Workday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다. HR이 명확히 제도와 프로세스를 이해한 상황에서 Workday 기능에 익숙해졌다면, IT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상당 부분을 직접 관리하고 조정할 수 있다. 보상 구조의 변경, 조직 개편, 직무 체계의 수정, 승인 프로세스의 조정 등 모두 HR의 판단에 따라 시스템에 즉시 반영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HR 시스템들과 다른 시스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론 그로 인해 HR에게는 상당한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 '제도를 대충 이해해도 가능한 시스템'이 아닌 '데이터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만약 Workday는 HR을 대신하여 데이터를 알아서 설명해 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가장 정직하게 들어내여 되돌려줄 뿐이다. 그러므로 HR이 회사의 제도를 이해하고, 질문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다면 Workday는 최고의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만약 'IT나 컨설턴트들이 알아서 해주겠지'란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프로젝트가 끝나고 Workday는 조직에 안착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Workday는 도입의 문제가 아닌 HR의 역량을 시험한다는 사실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