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이직은 그래도 신중하게 고민하세요.
최근 '중고 신입'과 '경력 이직' 시장이 급격히 활성화되면서 이른바 '대(大) 이직의 시대'가 열렸다.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이직을 못 하면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친구가 이직헀으니 나도 해야하나?'는 분위기 속에서 무작정 이직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과거 부모님 세대(베이비붐~386세대)가 '평생 직장'을 이상적으로 여긴 것과 달리 요즘 세대는 이직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증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직'이 마치 커리어 성장의 유일한 해답처럼 소비되고 있는 점이다.'회사에 남은 사람 = 도태된 사람'이란 왜곡된 인식 속에서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이직이 점점 늘면서 오히려 '회피의 언어'처럼 쓰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면 이직을 여러 번 경험한 후보자들을 흔히 만나게 된다. 그렇다면 '잦은 이직'은 불리한 걸까?
아직까지 국내 채용시장에서 이직이 잦은 후보자에 대한 인식은 이직이 활성화된 미국 등 해외와 달리 긍정적이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직이 많은 후보자를 채용할 경우 입사 후 조기 퇴사 가능성에 우려하게 된다. 채용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같은 포지션을 반복적으로 뽑는다면 채용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라는 추가 손실까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면접 등의 검토/검증 과정에서 후보자의 이직 사유가 '습관성'인지 채용담당자들은 면접 때 '이직 사유'만큼이나 '퇴사 패턴'을 유심히 살펴본다. 예를 들어 매년 연봉협상이나 성과급 시즌 뒤에 회사를 반복적으로 옮겼거나, 조직 개편이나 상사가 바뀔 때마다 이직을 선택했다면 '적응력보다 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결국 이직이 잦다는 것은 일부 '불가피한 선택'이 있어도 경력의 다양성이 아닌 '인내심 또는 일관성의 부재'로 해석되기 쉽다.
일반적으로 주니어 시절(사원, 대리 등)에는 주로 운영 업무를 담당하다가 경력이 쌓이면 점차 기획이나 전략, 관리 영역으로 업무 범위가 확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직을 하게 되면서 맡게 될 포지션의 레벨은 다소 유동적이고 이로 인한 업무 범위의 확장 폭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당신은 분명한 성과를 만들어야 하며, 만들어내지 못하면 기존과 동일한 범위(Range)와 수준(Scope)의 업무가 반복된다. 즉, 이직을 통해 커리어가 성장하는 것이 아닌 정체될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반대로 한 조직 안에서 맡은 업무 폭을 스스로 넓혀간 사람은 '한 직장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하기는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머문 기간이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는가이다. 그래서 채용담당자 입장에서 '몇 번 이직했는가'보다 '한 곳에서 무엇을 바꾸거나 해냈는가'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탐구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코인과 부동산, 주식을 통해 빠르게 자산을 불린 '파이어족' 사례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부동산 대출 상환과 생활비를 지출하면 본인의 노후 자금을 충분히 마련하기 어렵다. 그래서 퇴직금은 '퇴직 이후의 삶'을 위해 최소한의 자산으로 남겨두어야 한다.
그런데 잦은 이직은 퇴직금이 충분히 쌓일 수 있는 적립 기간을 단축시킴으로서 자신의 노후 자금을 스스로 줄이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투자에 자신이 있다면 예외일 수 있지만 투자 수익률이 적금 이율보다 낮다면 미래를 위해 불필요한 이직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지금의 불만이 단기적인 감정인지 아니면 커리어의 한계 때문인지 그 차이를 구분해야 '성공적인 이직'을 준비할 수 있다. '이직은 도피가 아닌 이동이어야 한다'. 한 번의 이직은 커리어의 전환점이지만 잦은 이직은 방향을 잃은 회전문이 될 수 있다. 회사를 떠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무엇을 피하고 있는가? 아니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면 그 이직은 분명한 성장의 시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