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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미러 Aug 07. 2024

Vol.21 <왓츠유어해빗>

기록보관소

사서 문주원입니다.


밴드 롤러코스터의 ‘습관'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노래 속에는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이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습관은 우리의 일상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나쁜 습관은 우리를 위태롭게 하고 또 어떤 습관들은 일상을 원만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주죠.


여러분의 습관은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방학은 비교적 시간 제약이 적어 좋은 습관을 만들기에 적합한 시기입니다. 저는 요즘 하루에 한 번은 꼭 달리거나 산책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 중이에요. 달리거나 걷는 행위는 잠시나마 잡생각을 없애주고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줍니다. 


여러분도 일상에 변화가 필요하다면 자신만의 습관을 만들어 보세요. 3명의 인터뷰이와 습관에 관해 이야기하는 토크, <왓츠유어해빗>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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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다.

변화 없는 일상은 지루하게 흘러간다. 이대론 곤란해. 칙칙한 회색 인간이 되고 말 테니.

의미 없이 흩어지는 시간을 모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한다. 작은 습관이 삶의 빈틈을 가득 메워주길 바라며.


247(24, 이하 칠)

관심 있는 분야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것들도 많은데, 상황이 따라 주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고민과 방황의 가운데에서도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러닝 후 일지를 작성하는 습관이 있다.


쏘기(22, 이하 쏘)

전공이 미술이었던 사람. 지금은 전공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림을 좋아한다. ‘굳이?’ 싶은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다정하고 섬세한 사람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


새벽(21, 이하 새)

스쳐 가는 생각을 글과 사진으로 붙잡아두는 편. 기록이 일상이 되면서 얻은 것들이 많다. 최근 생긴 취미는 연극과 뮤지컬 감상.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대학로에 달려갈 참이다.


Q1. 소개하고 싶은 본인만의 습관을 말해줘.

칠 내 삶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러닝인데, 러닝 후에 일지를 쓰는 습관을 갖고 있어.

 러닝 일지면 운동에 대한 걸 적는 거야?

칠 그런 것보다는 떠오른 생각을 쓰는 편이야. 아무 생각 없이 팔과 다리를 움직이다 보면 문득 생각나는 키워드가 있어. 꼭 단어가 아니라 문장일 수도 있고. 운동 중에 봤던 주변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도 해. 오늘따라 유난히 노을이 붉어 보이면, 노을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거지.

 신기하다. 일기 같기도 하네. 러닝은 나에게 일종의 명상이야. 이 루틴 자체가 나를 텅 비우는 일이거든. 몸을 움직이면서 땀을 흘리고, 러닝 후엔 일지를 작성하면서 머릿속을 정리해. 몸과 마음의 노폐물을 모두 제거하는 거지.


Q2. 몸과 마음 둘 다 챙길 수 있는 좋은 습관이구나. 새벽도 기록에 관련해선 할 말이 많다고 들었는데.

 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핸드폰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거든. 바로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니까 일상 속에서 틈날 때마다 기록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라든가. 꼭 기발한 발상 같은 게 아니어도 그날 하루를 되돌아보는 글을 쓰기도 해.

 떠오를 때 바로 적어두지 않으면 다 사라진다는 부분 정말 공감해.

 맞아. 다른 방식으로 글 대신 사진을 찍을 때도 있어. 오늘을 대표하는 사진을 고르거나 찍어둔 걸 보고 쓸 때도 있고. 적어둔 걸 모아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해.



Q3. 꾸준한 글쓰기는 나도 꼭 갖고 싶은 습관 중 하나야. 이제 쏘기의 이야기도 궁금해지는데?

쏘 내 습관은 어떤 물리적인 루틴은 아니고 마인드셋 같은 거야. 살다 보면 ‘꼭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 있잖아. 그럼 나는 ‘굳이?’가 떠오른 순간에 바로 그걸 행동에 옮겨. 그 단어가 하나의 신호가 되는 거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어?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가 끝난 상황이면,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는 그대로 끝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마무리 인사나 고생 많았다는 연락을 돌려. 사실 문자 하나 보내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잖아. ‘굳이?’ 싶을 수는 있는 걸 먼저 나서서 실천하는 거지.

칠 ‘굳이 법칙’ 같은 거네.

 응. 인간관계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고 청소나 빨래같이 귀찮은 일을 할 때도 적용돼. ‘굳이 지금 해야 할까.’ 같은 생각이 들 때 바로 해치워버려. 이 습관이 인간관계에도 생활에도 기름칠을 해주는 덕분에 내 세상이 좀 더 잘 돌아가는 것 같아.


Q4. 모두 부러울 정도로 좋은 습관을 지니고 있네. 매력적인 습관을 얻게 된 계기가 궁금해.

칠 러닝을 해온 지는 4년 정도 됐어. 원래는 크루에 가입해서 사람들과 함께 뛰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혼자가 됐지. 크루에 있을 땐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추억을 쌓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전보다 남는 게 없더라고. 홀로 뛸 때도 뭔가를 얻고 싶어서 일지를 쓰기 시작했어.

새 나는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은 편이었거든. 그래서 속에 가득 찬 감정과 생각을 덜어낼 곳이 필요했어. 써 내려가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은 확실히 해소가 돼. 또 해보고 싶은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닌데 바로 메모하지 않으면 까먹으니까. 잊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지.

쏘 대학에 들어오면 인간관계가 넓어지잖아. 자연스럽게 신경 쓸 사람도 늘어나지.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섬세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하기 시작했어. 내 습관은 그런 노력 중 하나야.


Q5. 각자 습관과 관련해서 기억에 남거나 재미있는 에피소드 있을까?

 지인 중 한 명이 내가 쓴 글을 보고 러닝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러닝 일지를 티스토리에 올린 적이 있거든. 러닝 자체는 엄청난 일이 아니지만, 누군가 내가 뛰는 걸 보고 현관문을 나선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일거라는 글이었어. 침체된 시기에 썼던 건데 마침 그 친구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공감이 됐나 봐. 내 글로 누군가가 위안을 얻었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아. 새 난 한동안 기록을 쉬었던 적이 있거든. 다시 시작해 보자는 마음이 들어서 찍었던 사진을 모아 아카이빙 형식으로 블로그에 업로드했어. 노을이랑 하늘 사진들을 보면서 살아있음을 느낀 적이 있거든. 사진을 본 친구가 그 안에 담긴 감성이 너무 좋다고 해줘서 뿌듯했지.

 다른 사람이 내 기록을 보고 감명을 받는다는 게 의미 있네. 나는 좋아하는 작가님께 인스타그램 DM도 보내고 행사장에 찾아가서 선물도 드린 적이 있어. 남들이 보기에 ‘굳이’ 싶을 수도 있지만 팬인 걸 적극적으로 표현했거든. 그렇게 인연을 쌓아간 지 1년 정도 됐는데 지금은 그분께 그림을 배우고 있어.

 와, 좋아하는 작가님에게 그림을 직접 배운다니. 성덕이네.

쏘 맞아. 이 습관 덕에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돌아오는 것 같아. 또 한번은 참여했던 벽화 작업이 끝난 후에 주최 측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거든. 좋은 시간이었고 작업도 즐거웠다고. 다음 날 대표님께 인터뷰해 볼 생각 있냐는 제안을 받았어. 참여자를 구하는데 내가 생각났다고 하시더라.

 인연을 소중히 여긴 보상을 받은 거네. 아무것도 아닌 관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용기 있게 표현해서 상대방의 기억에 남은 거잖아.


Q6. 좋은 습관들은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영향을 미치는구나. 그럼 마지막으로, 각자의 습관을 자랑해줘.

칠 수많은 잡생각이 사라진다는 점이 좋아. 달리면서도 그렇고, 뛰고 난 후에 문장들을 토해내면 머릿속 쓸데없는 것들이 없어져. 그러면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이 뭔지 파악할 수 있어. 그럼 계획도 더 잘 지킬 수 있게 되지.

새 스스로를 개성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어. 그런데 적어두기 시작하니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정리가 되더라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데 있어서 기록이 정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사람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건 섬세함이라고 생각해. 실제로 나도 남들이 건네주는 격려와 감사에 힘을 많이 얻었거든. 내가 표현하는 만큼 좋은 말과 일이 되돌아와. 사람들이 날 긍정적인 모습으로 기억해주니까. 그럴 때 보람을 많이 느껴.



Editor 김지윤

Photographer 이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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