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ROR둔 이야기
첫 점심시간에 초밥집에 갔다. 와사비를 싫어하는 나는 평소처럼 와사비를 뺀 모둠 초밥을
주문하려 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말했다. “세상에 와사비를 싫어하는 사람도 다 있어? 그런
사람과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어.” 다른 친구들도 저마다 어떻게 와사비를 싫어할 수 있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는 세상 속 사람들은 전부 와사비를 사랑했다. 와사비의 날이 있고,
‘가장 와사비를 많이 먹은 아이’ 상도 있을 정도였다. 어린 시절 와사비가 싫다고 말하면
선생님에게는 입맛을 고쳐야 한다는 핀잔을 들었고, 가족들에게는 한심하다는 눈초리를
받았다.
결국 어색하게 나도 와사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며 와사비가 듬뿍 얹어진 초밥을 입에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더 와사비를 좋아했나 보다. 주 5일,
점심시간마다 초밥을 먹으러 가잔다. 그들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던 나는 꼼수를 쓰기로
했다. 회 부분만 살짝 들어낸 후 간장에 듬뿍 담가 먹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코를 찌르는
와사비 향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그게 내가 와사비가 주류인 세상에 적응하는
방식이었다.
가끔은 간장에 흠뻑 절인 초밥이 비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왜 나만 남들과 다른 입맛을
가졌는지, 왜 당당하게 와사비를 싫어한다고 말하지 못하는지 한탄하기도 한다. 화합이
미덕인 세상에서 비주류의 특성을 품은 채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이제는 이런
나의 입맛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기로 한다. 내 입맛은 잘못된 게 아니라 특별할 뿐이니까.
그러니 굳이 ‘와사비를 싫어함’을 공감받지 못해도 괜찮다고.
<와사비 나라에서 살아남기>
Editor 장윤하
Photographer 박세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