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거진 미러 Oct 23. 2021

Interview 36

[인투더미러]

Interview 36

<이상의 실현> 편집부 양윤영



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7호부터 미러 편집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윤영입니다.



2. 요즘 일상 루틴이 궁금합니다!

점심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아무거나 입에 집어넣고 그날 할 일을 해요. 틈틈이 고양이랑 놀아주는 것도 잊지 않고요. 물론 주 무대는 집입니다.


3. 즐겨 읽는 책 장르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장르를 가리진 않고 때마다 꽂히는 책을 읽는 편이에요. 평전, 소설, 에세이, 시집 모두 좋아한답니다. 책을 읽을 땐 인물의 내면이나 심리 파악에 집중해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글을 쓴 작가는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 이러한 것들을 상상하면서 읽으면 입체적인 감상이 가능해서요. 음 덧붙여보자면, 요즘은 고전을 읽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예를 들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책이요.



4. 마음에 오래 새겨진 문장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달리아가 그 스산한 달빛 속에서 나를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싶자, 그래도 조금은 괴로웠다. 마치 사랑을 하다가 사소한 어긋남이 있었을 때처럼, 빗소리가 한층 가슴을 죄어들었다. 그 집의 고요함이, 달빛이, 바다 냄새가 마치 후회의 감정처럼 되살아났다. 비는 여전히 아스팔트를 씻어 내리고 있었다. 나 역시 비에 젖은 것처럼 사진과 함께 가만히 누워 있었다.”

-<데이지의 인생>, 요시모토 바나나.


5. 윤영 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요?

가슴에 ‘쿡’하고 박혀서 도무지 떠나지 않는 글이요. 예전엔 형식에 치중했던 것 같아요. 어려운 단어들을 나열하거나, 아예 쉽게 읽히는 글을 써보려고 하거나. 근데 제일 중요한 건 그 안에 함축된 메시지겠죠. 형식이 어떻든 말이에요. 누군가의 기억에 잔상이 오래 남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6. 윤영 님이 쓰신 글 중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여태껏 써온 글들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굳이 꼽아보자면 이 대목인 것 같아요. 머릿속에서 갑자기 와르르 쏟아져 나온 문장이었거든요.

“끓어오르는 본능을 억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안다. 우린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에. 그래서 유일하게 드러난 날 것 그대로의 감정 표현을 숨죽여 바라볼 수밖에 없다. 마침내 분출된 활화산이 금세 식어 잿더미가 돼 버릴지라도 말이다.”

-18호 연, <악의 파편에 찔릴지라도>.



7. 글을 작성하거나 글감을 얻을 때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었나요?

전 과거를 갉아먹으며 현재에 기생하는 사람 같아요. 그래서 글의 원천은 대부분 기억 저편에서 온답니다. 글을 쓸 때 필요한 기억 몇 편을 꺼내서 각색하거나 살을 덧붙이곤 해요. ‘기억의 재창작’인 셈이죠.


8. 이번 19호 <미성년> 기사를 작성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글이 있으신가요?

작은엄마와 허물없이 지내는 편이에요. 이번 기사를 작성하면서 작은엄마께 “저 파격적인 기사 써요!”하고 말씀드렸더니 물개박수 치며 궁금해하셔서 반려 기구에 관한 토크를 함께 나눴어요. “다른 잡지에선 이게 유명하다더라~” 하면서요. 새벽까지 얼굴 붉히며 깔깔댔던 기억이 나네요.


9. 매거진에 '양윤영'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다면, 어떤 이야길 담고 싶으신가요?

제 삶의 모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싶어요. 전 모순이 가득한 인간이거든요. 자신을 가장 사랑하면서도 가장 혐오하고. 뭐 이런 거. 지금까지 모순으로 인한 갈등과 성장을 반복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아요. 추상적이어도 인간 양윤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에. 이 내용을 써보고 싶네요.



10. 미러 17호에선 감성 타투에 관한 글을 쓰셨었는데, 윤영 님도 타투를 새기셨다면 소개해주세요!

음 여러 개가 있는데 가장 의미 있는 두 가지만 말해보자면, 하나는 아버지와 관련된 타투에요. 아버지가 아주 오래전 기타리스트셨거든요. 그래서 집엔 항상 기타, 베이스, 드럼 같은 소음이 가득했죠. 매일 저녁엔 반강제적으로 아버지와 밴드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을 갖곤 했고요. 그게 싫었어요. 근데 어느 날 들었던 밴드 음악은 시끄럽게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아빠의 음악을 처음으로 좋아하게 만들어 준 밴드라서 옆구리에 로고를 새겼어요. 그날의 기분을 잊고 싶지 않아서요.

다른 하나는 제 신념이 녹아든 타투에요. 어릴 적부터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좋아했어요. 지금 제 전공이 사학인데도 다 그런 이유가 있기도 하구요. 박물관에서 접하는 청자나 백자 같은 옛 도자기들이 너무 멋스럽게 느껴졌어요. 제가 지금 수백 년 지난 도자기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처럼 미의 본질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 유지된다고 생각했어요. 조금 철학적이죠. 타투는 시간이 지나면 후회한다고 쉽게들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반증의 의미로 청화 문양을 살에 옮겨 담았어요.



11. 깁'미러'브, 윤영 님이 사랑받고자 했던 경험을 알려주세요!

저는 사랑이 두렵더라고요. 하는 사랑이든, 받는 사랑이든. 모두요. 그 자체로 저한테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사람에게 허물없이 잘 다가가는 성격이었는데 성인이 되면서 많이 변했죠. 사람을 만나면 등껍질에 숨는 거북이처럼 자기방어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땐 세상 사람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었는데 그럴수록 오히려 자기혐오에 빠지게 됐어요. 내가 부족해서, 완벽하지 않아서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크게 자리해서요. 이제는 조금 간단하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냥 날 사랑해주기. 제일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 같아요.

12. 마지막 질문이에요. 나에게 미러란? 다섯 글자로 표현하고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이상의 실현

미러는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맴돌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커서 그 폭을 좁히지 못하고 항상 딜레마에 빠져있는 사람이었거든요. 미러는 그런 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첫 출발 무대였어요. 그래서 애정도 너무나 크답니다.

작가의 이전글 Interview 3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