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보관소]
사서 도승현입니다.
매일 겪는 일상이지만 유독 힘들고 지친 하루를 보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소소한 무언가로부터 힘을 얻고 위로받곤 합니다. 그 무언가는 거창한 것이 아닌 누군가의 한마디가 될 수도, 문득 눈길이 가는 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에게 위로가 되는 곳은 어디인가요?
어느 지친 하루의 끝에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며 11호의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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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직장 상사에게 시달린 주인공은 야근 후 귀갓길에 오른다. 삶이 너무나 퍽퍽해서 웃을 힘조차 나지 않을 즈음, 길가에 어스름히 놓인 포장마차를 발견한다. 자석에 이끌리듯 자리에 앉아 친구를 부른다. 친구는 조용히 주인공의 등을 토닥여 준다. 그리고 그 둘은 평소에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밤새 술을 마신다.
둘, 남자 친구와 헤어진 여주인공은 울면서 밤거리를 걷는다. 한 빌딩 앞에 있는 작은 포장마차를 발견한다. 혼자서 조용히 테이블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술잔 한 모금에 그 동안 지나간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옆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이야기를 배경 삼아 작은 위로를 받으며 외로움을 달랜다.
영등포 포장마차
포장마차는 우리의 일상 속에 간이 쉼터처럼 존재한다. 영등포역 1번 출구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이 포장마차도 마찬가지다. 영등포의 도심 한가운데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는, 발갛게 바랜 포장마차는 그 역사를 보여주는 듯하다. 좁은 입구의 천막을 들어 주인아주머니께 인사를 건네면 정겨움이 느껴지는 오래된 식기 도구 같은 것들이 우리를 반긴다. 아주머니는 여느 때처럼 메뉴판을 건네며 손님들과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나눈다. 이 동네가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이 포장마차를 언제부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
이곳의 포장마차에서는 아주머니가 정성스레 끓여 주신 국물 가득한 골뱅이부터 늘 즐겨먹는 라면까지 다양한 메뉴들을 판매한다. 아주머니의 투박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손맛과 함께 오늘 밤 저 달과 별들만 알고 있게 될 이야기들을 나눈다. 어쩌면 다음 날 후회할 수도 있는 이야기까지. 그렇지만 우리는 그 사이에서 울고 웃으며 사람들과 만남을 이어 나간다. 이렇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포장마차를 나오며 슬픔을 떨쳐내고 다시금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행복이란 크기는 작지만 안은 꽉 찬 이 포장마차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Editor’s Comment
영등포 포장마차는 다른 곳들에 비해서 주변이 매우 조용하다. 따라서 친구들의 고민 상담이나 진지한 주제를 이야기하기에 이만한 곳이 없다. 또한 친하지 않았던 사람들과도 가까워질 수 있는 마성의 포장마차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에디터도 여기서 어색했던 사람과 말을 놓았다.) 이 코멘트를 읽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저녁 함께 가보는 건 어떨지.
종로 3가 포차거리
반짝이는 수많은 불빛들, 도로 위를 천천히 달리는 차들, 그 양 옆으로 사람들 머리 위에 자리 잡은 작은 천막들이 눈에 띈다. 한 거리가 온통 붉은빛으로 물든 이곳은 사람들의 온기를 머금고 있다. 낮보다 밤에 더 따스한 빛을 내뿜는 이 길은 5호선 종로 3가역에 위치한 포장마차 거리이다. 높이 솟아 있는 빌딩들 속 홀로 빛나는 영등포 포장마차와 다르게 종로 3가는 거리 전체가 포장마차의 연속이다. 한 가게마다 거리 특유의 분위기가 담긴 이름들이 있고 자신 있는 메뉴가 존재한다.
이 포장마차 거리는 해산물이 메인이며 어떤 가게는 수족관까지 구비해 놓았다. 가지각색의 가게들은 저마다의 특색 있는 메뉴를 가지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길을 처음 들어서면 생선구이, 튀김, 어묵탕 등 고소한 음식 냄새가 한데 뒤섞여 난다. 마치 이리 오라고 손짓하듯 노랗게 물든 조명과 향긋한 내음들이 우리의 발걸음을 포차 안으로 이끈다. 일상에 지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이곳에 온 사람들은 자리에 앉아 서로의 ‘말’이 아닌 ‘귀’를 필요로 하며 넋두리를 늘어 놓는다. 낯설거나 특별한 음식은 아니지만 누구와 어디서 먹는지에 따라 그 의미는 남달라진다. 천막이 드리워진 작은 공간 속에서 세상살이에 바쁜 사람들이 친구나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받고 추억과 그리움을 다룬다.
Editor’s Comment
거리 전체가 포장마차로 뒤덮여 있어 입구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만약 동아리 활동이나 동호회 뒷풀이 등을 소규모로 하게 된다면 여기를 추천한다. 불금이나 휴일에 가게 되면 자리를 잡기 힘들 수 있어 평일 밤이 좋다. 하지만 복잡할 때 가더라도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느끼며 활력을 충전시키고 올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에 맞춰 찾아간다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Vol. 11 <도심 속 위로의 불빛>
Editor 김현정, 오정진
Photographer 김범우, 장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