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루 May 20. 2020

언제나 꽃길만 걸을 수는 없다.

나의 첫 번째 직장은 흔히 말하는 오너(Owner) 집안이 있는 대기업이었다. 당시 인사부는 오너이신 부회장님 집무실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였기에, 부회장님의 집무실과 임원 회의실을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당시 부회장님은 한국의 다른 여느 오너가 그러듯이 회사에서는 모든 의사결정을 주관하는 절대 권력자였다. 매일 많은 양의 보고를 받으시니, 부회장님은 당연히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피로감이 있으셨을 것이기에, 부회장님의 질문에 대해 대답을 잘못하면 크게 질책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하면 별 말없이 넘어가 주셨다. 이런 부회장님 보고에 대한 노하우가 알려지자, 오너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 확신이 없으면, 확인하고 바로 보고 드리겠다며 위기상황을 모면하는 사람들이 대세를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일부는 계속 솔찍한 의견을 말하고, 핀잔 듣고, 때론 소신을 굽히지 않아, 부회장님과 대립각을 세워 주변 사람의 간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역설적으로 부회장님이 다른 계열사로 옮길 때, 부회장님으로 부터 많은 핀잔들 듣던 이들은 주요 보직을 맡게 되었다. 반면,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던 분들은 그 당시에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임원회의실에 더 이상 초대받지 않는 자리로 서서히 옮겨가게 되었다. 그렇게 그분들의 커리어는 희미해져 갔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편한 길과 험한 길이 보이는 순간이 올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을 항상 험한 길로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인생에서 한번쯤은 어금니 꽉 깨물고 험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 험한 길을 선택할 때,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오히려 자기 꾀에 자기가 속아,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한다. 


내가 첫 번째 회사를 그만두려던 바로 그 순간, 앞으로 내가 6개월 내에 해외 대학원 입학허가서 (admission)을 받기 위해 TOEFL과 GAMT 준비 스트레스로 2달 만에 10Kg이 빠지는 고난의 행군에 연속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리 고생하여 대학원 졸업하고 컨설턴트로 뼈와 골수를 태워가며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을 알았더라면, 나는 첫 번째 회사를 그만두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경이 나를 성장시켰고, 예전에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커리어로 나를 이끌었다. 


 3년간 역경을 통해 성장한다는 복삼재* 하나쯤은 각오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나의 험한 길로 떠나는 여정을  응원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언제나 꽃길만 걸을 수는 없다. 

 


복삼재와 악삼재 : http://www.mytemple.co.kr/waybbs/way_bbs.php?bo_table=faq&wr_id=152

매거진의 이전글 직장에서의 다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