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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 Apr 28. 2020

나도 팀장이 처음입니다

임원으로부터 L팀장님과 면담을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그 팀장님의 부서원이 최근 큰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팀장님은 과거 노동조합 지도부였고, 그래서 서로 나름 친분을 가지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본격적인 고민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예전에 노동조합 지도부 경험이 있어서, 팀원들에게 나를 믿고 따르라고 했는데, 약발이 딱 반년 가는 것 같네요. 요즘은 어디까지가 나의 책임인지 점점 더 헛갈리고, 그동안 일부 팀원들과 갈등도 겪으면서 심한 배신감도 들도, 때로는 내가 하는 일이 내 양심에 어긋나는 것이 없는지.. 점점 더 잘 모르게 되는 것 같아요. 유관부서와 미팅에서 소위 연공과 내공에 밀려서, 일만 우리 팀으로 가져오는 것 같아 팀원들 눈치만 보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내가 팀장으로서 적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우선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 팀장님에게 말씀드렸다. 

"이 세상에서 준비된 리더는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컨설턴트를 하면서 여러 회사 경영진을 만나고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사장님, 상무님 하시는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봐 유수석,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나? 자네 생각을 이야기해주게.'  생각해보니, 그 사장님, 상무님들도 처음 사장, 상무를 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잘 모르시는 것이 더 많으시더라고요. 어떻게 평가 및 보상 등급을 최종 결정하는 조정회의 (Calibration session)를 이끌어 갈지, 어떻게 조직을 관리하고 인재를 육성할지에 대해서 큰 조직장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다 처음에는 낯설음 마주하고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경험은 경험을 해봐야만 쌓을 수 있습니다. 


팀장으로서의 권위와 관계는 인간관계를 통해 형성이 됩니다. 그런데, 이 인간관계라는 것이 지름길이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고 신뢰를 가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 시간은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 줄일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바쁘다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시간을 줄이시면 안 됩니다. 


지금 17명의 팀을 이끌고 계신데, 일반적인 인원관리 범위(Span of control) 보다 많은 팀원을 가지고 계십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권한 위임(Empowerment)이 필수적입니다. 팀원들을 믿고, 많은 권한을 파트장에게 넘기고 그들을 믿어 주십시오. 사실 인간이 하는 일에서 잘못되어 봤자 별일 아닙니다. 팀장님의 파트장이 일을 잘못해도, 다시 하면 됩니다. 파트장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믿고, 일을 맡겨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을 드리자면, 팀장님의 가장 중요한 업무 3가지를 고르십시오. 그리고 지금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분석해 보십시오. 팀장님의 시간에 대부분을 그 가장 중요한 3가지 업무에 쏟을 수 있도록 업무 우선순위를 배치하고 일을 위임해 나간다면, 최소한 일을 못하는 팀장님이 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제가 잔소리할 것은 많은데, 피곤해하실 까 봐 일단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우리는 다들 촉박한 다음 일정들로 인해 이야기를 마치고, 앞으로 한 달에 30분씩 3달간 만나기로 약속을 하며 헤어졌다. 회사는 준비된 팀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디에도 완벽하게 준비된 팀장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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