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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 May 04. 2020

나는 누구를 위하여 일하는가?

잘 모셔 두었다가 나중에 똥이 되면, 누구 손해인가?

회사 화장실에서 우연히 A군을 보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회사의 촉망받는 High potential 직원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그 빛을 잃고, 지금은 고만고만한 직원이 되어 버린 경우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는 흔히 일어나고, 인사팀도 바쁘기 때문에 일일이 이런 사안까지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 전 사장님이 하신 말씀도 있고 하여,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A군과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최근 사장님과 1:1 (일대일 면담) 과정에서 우연하게 A군에 대해 '머스탱*을 가지고 회사에서 픽업(트럭)처럼 몰고 있어'라고 하셨다.

*Mustang: 미국 Ford사의 Sports car 브랜드



한참 A군이 촉망받던 시절, 핵심인재 멘토링 차원에서 종종 같이 점심을 먹었던지라 자리는 어색하지 않았다. A군은 밥을 다 먹고 커피를 마실 때까지 속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가, 커피를 마실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이야기는 길었으나, 결국 핵심적인 내용은 팀장님과의 불화이다. 자신의 공적을 팀장이 자신의 것처럼 가져가 버렸고, 자신을 다른 팀원들과 협업하지 못하는 구성원처럼 대우하고, 실제 업무에서도 핵심 프로젝트에서는 제외되고, 자잘한 뒤처리 업무만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시키는 것만 적당히 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육아 등 개인 가정사가 엮여 있어 당장 이직을 할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은 20~30년의 직장 생활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 있는 것이고, 의외로 생각보다 주변에서 자주 발견된다. 하지만 이것 또한 다른 HR 이슈와 마찬가지로 뾰족한 해결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 A님은 누구를 위하여 일을 하세요? 그 팀장님을 위해 일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회사를 위하여 일을 하는 건가요? ... ... 혹은 A님을 위해 일을 하시나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면 마치 팀장님 또는 회사를 위해 일하시는 것처럼 들려서요. 그런데, 제가 보면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 일을 하는 거예요. 힘든 프로젝트를 하면 힘들다고 불평하고, 자잘한 일들은 자잘하다고 불평하고, 이런 과정이 모두 자신의 경험과 성장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는 거 같아요." 


너무 목사님이나 스님처럼 이야기한 것 같나요? 그럼 제 스타일대로 설명드릴게요. A님의 능력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 똥 됩니다. 그거 똥 되면, A님만 손해입니다. 

예를 들어 보면, 박항서 감독님의 베트남 축구팀의 성과가 박항서 감독에게만 간다고 불만을 가진 축구선수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박항서 감독님의 손해인가요? 그 축구선수 손해인가요? 박항서 감독님은 그 선수를 다른 선수로 바꾸면 그만입니다....

나의 팀장이 미운 것과 일의 성과를 내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Decoupling 시켜야 합니다.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입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한다고 해서 크게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사실 상대방을 봐 가면서 조언을 해주곤 한다. 나는 A군이 나의 조언을 잘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능력을 쓴다"는 의미는 적극적 vs. 수동적 노동에서 적극적 노동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의 차이와 수동적 노동을 적극적 노동으로 전환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추후 이야기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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