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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 May 07. 2020

사장님의 독수리 타법

처음에 누구에게, 어떻게 일을 배웠느냐가 자격증 20개보다 더 중요하다

우리 회사의 사장님은 회사의 경영자로서 뿐만이 아니라, 한국 내 업계에서도 영향력이 있는 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존경받는 분과 같이 일하면서 한 가지 놀랐던 사실은.. 사장님이 독수리 타법으로 메일을 쓰신다는 것이다...


사장님과는 집무실 또는 회의실의 미팅 데스크에서 만났기 때문에 직접 컴퓨터를 하는 모습을 뵌 적이 없어, 처음 2년 동안은 독수리 타법으로 워드를 치시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훌륭하신 분이 독수리 타법으로 한글자 한글자 메일을 쓰고 계시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임원분들의 타자법을 유심히 관찰하였고, 사장님의 Boss (본사 매니저)도 독수리 타법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독수리 타법과 일반 타자 타법에는 엄청난 업무 효율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분들은 독수리 타법을 버리지 못했을까? 이 분들은 모두 60세 이상이 되신 분들로 처음 일을 시작 하셨을 때는 컴퓨터가 없어서 타자기만 전문적으로 치는 직원이 별도로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뒤늦게 부장 즈음되었을 때 컴퓨터로 일을 하기 시작하였을 것이고, 그때 타자 치는 법을 배우지 않아 이렇게 되었을 것이다. 


이 사장님의 독수리 타법은 내가 경험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설을 증명하는 또 다른 증거이다. 

한 개인의 직장생활에서 궁극적으로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개인의 능력도, 열정도, 태도도 아니고, 그 개인이 처음 누구로부터 일을 배웠느냐 이다 

많은 위인전들을 읽어보면, 위인들이 젊었을 때 만난 어떤 분에게 큰 영향을 받아 삶의 방향과 업적을 쌓을 수 있는 기초를 배우게 된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회사에서는 매년 6개월의 인턴십을 운영하는데, A부서는 보통 200:1의 경쟁률을 넘기고, D 부서는 보통 20:1의 경쟁률도 되지 못한다. 상식적이라면 A부서의 인턴이 채용 당시에는 더 훌륭한 자원이었을 수 있으나, 6개월이 지나고 보면 D 부서의 인턴이 빠릿빠릿 일을 잘하고, 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선발이 되었다. A부서의 인턴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계약직으로 연장이 된 적이 없었다. 


D 부서는 총 10명 정도의 작은 부서이지만, 모든 직원들이 출근부터 퇴근까지 자신이 한 업무에 대한 시간을 기록하고, 최소 3개월의 업무를 Forcasting 하는 등 부서장이 매우 체계적으로 팀원들을 Discipline 시키고 있었다. 부서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술을 마시거나 회식을 자주 하지 않았다. 팀 내의 규율이 엄격했음에도 팀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았다. 이 D 부서에서 인턴생활 6개월을 마치면 웬만한 대리 정도의 업무처리 기본을 가지게 된다. 회사의 인재 사관학교라 불릴 수 있고, 실제로도 D 부서의 출신들이 각 부서에서 핵심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제 이 이야기의 결론으로 여러분이 아직 직장생활 3년 차 미만이고, 회사 생활에서 배우는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한 생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배울 것이 없는 회사 생활에서는 쓸데없는 참견 (출근/퇴근 근태관리, 복장, 언행 등)만 많아지고, 자기 자신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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