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안되게 했기 때문에 안된 것이다.
내가 맨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였을 때, 우리 부서에서 직원들의 주인의식 고취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가 있었다. 그때 나는 막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으로 며칠간 고민을 하며 미팅을 준비했었고, 미팅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쏟아 내었다.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소리함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우수 아이디어를 제안한 사람에게 별도 휴가를 포상으로 주면 어떨까요?"
"릴레이 칭찬합시다 캠페인을 하면 어떨까요?"
그때마다 20년이 훨씬 넘게 인사업무를 해오신 팀장님께서는 내가 그거 해봤는데, 그건 이래서 안돼. 이건 이래서 안되라고 하셨던 것이 기억이 난다. 당시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요즘 표현으로 '답정너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따라 해)'를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아이디어 회의 시간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내가.. 최근 사내 Culture team 미팅에서, '이건 인사 담당자로써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는데 진행하기가 매우 힘든 사안입니다'라고 말했다. 미팅이 산으로 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였으나,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나의 옛 팀장님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마 나의 팀장님도 20년 전에 그 미팅을 하시고 나서 나와 같이 후회하셨겠지..라고 생각하며, 나는 나의 수행 부족을 탓하고, 나 스스로 아픈 피드백으로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연륜을 뽐내지 마라. 그렇다고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때는 안되게 했기 때문에 안되었던 것이고, 지금은 되게 하면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