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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 May 14. 2020

담을 넘어 들어오는자와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의 차이

대화와  설득의 기술

2018년 가을에 과로로 인해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을 한 적이 있었다 (보통 인사팀과 같은 지원부서는 일이 적다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나.. 사실 인사부서는 매우 노동 집약적인 업무 체계를 가지고 있다). 모처럼 일에서 해방되어,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를 아주 재미있게 보았는데, 때 내게 기억이 남는 장면이 있었다. 

미스터션샤인 화면 캡처

"고사홍은 무엇보다 고애신을 향한 걱정이 컸다. 그 때문에 그는 유진 초이(이병헌 분)와 구동매(유연석 분)를 불러 구동매에게는 애신을 지켜달라 했고, 유진 초이에게는 일본군 대좌 모리 타카시(김남희 분)를 죽여달라고 했다. 구동매는 "왜 저는 지키는 자이고, 저자는 죽이는 자입니까?"라고 물었고, 고사홍은 "물불 가리지 않고 지켜줄 자와 고심하여 완벽을 기할 자, 담을 넘어 들어오는 자와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의 차이다"라고 대답했다."


회사에서 많은 분들이 인사팀으로 면담을 오시는데, 이 분들에게서도 이런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화가 나거나, 흥분하여 찾아오시는 유형

일단 찾아오셔서, 어디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지 모르겠다 하면서.. 하염없는 길고 긴 이야기를 해주신다. 자기의 분함과 화를 참지 못하고, 간혹 눈물을 왈칵 쏟고 가신다. 이런 경우, 어떤 것을 원하는지, 어떤 것을 조치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아서 애로사항이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분들의 70%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만으로 해결이 된다. 다만, 단점으로는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되지 않으니, 같은 사유로 더 화가 난 상태에서 다시 오신 다는 것이다. 


냉철하게 할 말을 하고 조치를 요구하시는 유형

 이분들은 본인의 인사적인 이슈사항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여기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정리하여 차분하게 이야기를 주신다. 차분한 어조 속에서 이 분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깊은 고민을 했는지가 느껴진다. 이 분들께는 희망적으로 이야기드리지 않고, 가장 현실적인 대책을 말씀드린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내가 말하게  하는 유형 

인사팀과 면담하는 분들의 5% 정도 미만의 구성원분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이 분들은 먼저 본인의 고민에 대해 조언을 구하려 왔다고 한다. 이 분들은 이미 상황 설명에서부터 '본인이 원하는 답이 나올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 Frame으로 이야기를 주신다. 정말 신중하게 듣지 않는다면, 내가 어떤 Frame에 빠져있는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솔직히 대부분 넘어가게 된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우호세력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종종 이런 Frame을 깨는 탐침 질문 혹은 가정을 깨는 질문을 드리면, 이 분들은 또한 당황하지 않고, 더 이야기를 진전시키지 않는다. 조용히 다음을 기약하며 사람을 서서히 물들게 하는 전략을 구사하신다. 




나는 이분들이 옳다 그르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저마다 직장 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만의 대화와 설득의 기술을 가지고 계신다. 다만 어떤 분들은 쉽게 일을 성사시킬 것이고, 어떤 분들은 일을 어렵게 만들어 갈 것이다. 이 차이는 '담을 넘어 들어오는 자와,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자의 차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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