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제와 과-부제의 기원
지금 회사는 여러 개의 계열사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각 계열사마다 HR을 인사팀, 인사부, 인사과라고 각기 다르게 부르고 있다. 누군가 나에게 우리 회사는 인사팀, 인사부, 인사과 중에서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우선 조직설계의 기원은 근대 사회학자인 베버 (Max Weber)의 관료제에서 개념적으로 다루어졌고,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과-부제*가 도입되었고, 1990년대 말 IMF 전까지 과-부제가 거의 모든 조직에서 사용 되었다. IMF 이후에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 자체는 큰 변화를 겪게 되고, 이런 구조조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직의 슬림화, 서구 조직체계 모방, 젊은 인재의 발탁 등을 위해 팀제가 도입되었다.
* 일전에 일본계 회사에 컨설팅을 들어갔을 때, 나는 일본어를 하지 못해 옆에서 듣고만 았었으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부쪼, 차쪼, 과쪼 등을 통해 부장, 차장, 과장을 이야기하는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팀제가 도입되었으나, 팀제의 조직 설계 및 운영 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팀제는 호칭이나 모양만 팀제가 되었고, 실제로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과-부제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호칭을 계속 사용하게 된다. 조직설계는 팀제를 기반에 두고 있으나, 과-부제의 직급체계가 공존하는 기형적인 조직체계는 '한국형 팀제'라고 불리며, 우리 사회에 애매모호하게 남아 있게 된다. 이제는 시간이 너무 지나서, 이런 기형적인 조직체계가 자연스럽게 정착이 되어,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도 않게 되었다.
** 팀 조직은 팀장과 팀원으로만 구성되어 빠른 의사결정과 권한 위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형 팀제에서는 팀장, 파트장(그룹장), 팀원으로 구성되어, 과-부제에 더 유사하다. 팀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팀장의 역량 / span of control / line of sight가 적절해야 하고, 조직 차원에서도 팀 성숙도 / 운영 시스템 등이 받추어 주어야 한다. 이런 기반 요소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팀제가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그리하여 나는 더 이상 우리 회사가 인사팀, 인사부, 인사과 중에서 무엇이 맞는지 묻지 않기로 하였다. 세상에는 그냥 묻어 두는 것이 더 좋은 때가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