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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루 Sep 01. 2020

리더의 '권력 역설'

실제 권력을 가진 리더의 뇌는 손상되었다.  

사장님을 비롯한 회사 중역들이 모두 참석한 중요한 회의에서 김부장님이 5 늦게 회의실에 도착했다. 회사의 모든 임원들이 기다렸던, 그 5분을 옆에서 같이 기다렸던 나는 정말 숨이 막히는 줄 알았다. (하물며, 김부장님은 회의실로 달려오는 그 5분이 오죽하였을까..)


처음에는 경영기획팀에서 사정이 있어서 김부장이 잠깐 늦는다고 이야기하자, 임원들은 재빨리 핸드폰으로 메일을 보고, 문자를 확인했다. 이후 3분이 지나자 모든 임원들의 얼굴에 짜증이 역력했다. 미팅 준비팀은 식은땀을 흘리며, 블랙홀과 같은 이 적막함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드디어 4분이 넘어가자, 영업 임원이 요즘 회자되는 시사 거리를 이야기하며, 재미있게 농담을 하였다 (역시 영업 쪽 중역은 이런 어색한 상황을 넘기기 위한 준비가 항상 되어 있었다.) 서로 농담을 주고받는 도중, 김부장이 이마에 땀을 흘리며 조용히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간략하게 사과 멘트를 시작하고 바로 발표를 진행하였다. 그 발표의 내용은 좋았으나, 이미 기분을 망쳐버린 중역들을 설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약 20여 명의 중역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김부장이 왜 늦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고, 묻지도 않았다. 중역들은 오직 '김부장이 늦었다'만 기억하고 있었다.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간이 권력을 가지게 되면 인간의 뇌에서 공감능력의 원천이 되는 미러 신경이 손상을 입게 되어, 뇌의 공감능력이 점차 퇴화된다고 한다. 즉, 권력을 가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뇌의 구조가 바뀌어 공감 능력이 퇴화되고, 다른 영역의 뇌가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지인이 갑자기 권력을 가지게 되고, 한참 후에 보았을 때, 많이 변했다고 느낀다면 어쩌면 이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옛날 팀장님이 승진하여 고위 임원이 되었을 때, 더 냉정해 보이게 되는 것도 이런 인간의 뇌 과학적인 현상일 수 있다.


길을 가다, 아이가 무릎에 피가 나서 울고 있을 때 당신은 무엇이 먼저 보이나요?
1번 : 무릎의 피
2번 : 울고 있는 아이

권력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 있을수록,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런 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우는 아이는 잘 보이지 않고, 어디에서 피가 어느 정도 나는지만 잘 보이게 된다. 이는 어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회사에서 나의 상사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나를 공감해주지 못한다고 혹시 속상한 적이 있는지요?

직장은 거래관계를 기반으로 한 집단입니다. 이곳에서는 결과와 성과가 우선입니다. 직장의 거래관계가 오래 쌓이다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 직장 동료애가 됩니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친분관계를 기대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친분관계는 가족, 종교, 친구 간에 만드는 것입니다. 직장에서 친분관계를 기대한다는 것은 잘못된 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고, 이는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나의 직장 상사와 임원이 삭막하다고 너무 원망하거나, 어려워하지 마십니다. 그냥 자연스러운 인간의 변화 모습이라고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 캐나다 맥매스터대학교 연구진과 기타 다른 많은 연구결과 : https://blog.naver.com/skpole/221329864813

* Power causes brain damage : https://www.theatlantic.com/magazine/archive/2017/07/power-causes-brain-damage/528711/

나는 무엇을 먼저 보는가? https://brunch.co.kr/@miruhr/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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