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사안(event)을 구성하고 있는 객관적 실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산행을 하다 독사에게 발을 물리게 되었다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1번. 다리를 묶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고, 119에 연락한다.
2번. 독사를 쫒아가서 몽둥이로 속 시원하게 때린다.
이 사례에서 객관적 사실은 등산객이 독사에 물렸다는 것이고, 즉시 응급처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1번이 정답이 된다. 2번은 주관적 반응으로 당장 등산객의 마음은 시원할지 모르나, 자신을 파멸시키는 행동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과연 쉽게 1번을 선택할 수 있을까?
네덜란드 출생 스말렌브뢰크는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국적을 바꾸어 2011년부터 오스트리아 대표로 활동했다. 그리고 드디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1,500m 스피드 스케이팅 출전권을 획득하였다. 하지만, 그는 여권을 제때 발급받지 못해, 올림픽 조직 위원회로부터 대회 출전이 무산되었음을 통보받았다.
국적을 바꾸면서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던 것이, 여권을 미리 발급받지 못해 일생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면,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객관적 실체는 명확하나, 분명 이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962년 영국 리버풀에서 결성된 밴드 '비틀스'의 드러머는 피트 베스트였다. 그는 밴드 구성원 4명 중에서 인물이 가장 훤칠했으며 프로 다웠다. 하지만, 음반 계약이 성사된 후, 베스트를 제외한 3명의 멤버는 매니저를 통해 베스트를 해고하도록 하였다. 베스트는 음반 녹음을 3일 남겨두고, 설명도 없이 갑자기 다른 밴드를 알아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후임자로 나이 많고 코가 큰 링고가 섭외되었다. 이후, 이들은 지구 상에서 가장 유명한 4인이 되었다.
베스트는 심각한 우울증과 음주에 빠졌고, 비틀스 멤버를 고소하였으며, 이후, 자살도 기도하게 된다. (출처 :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저)
내가 베스트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갑자기 밴드에서 쫓겨났다는 객관적 실체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만약, 비틀스가 실패한 밴드로 끝났다면, 베스트는 과연 만신창이가 되었을까?
객관적 실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이득이 되는 것은 없다.
1994년 인터뷰에서 베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계속 비틀스 멤버로 지냈다면, 지금처럼 행복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베스트의 설명에 의하면, 비틀스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아내가 될 여인을 만나게 되었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전과 다른 것에 가치를 두고, 삶을 다른 식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아무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객관적 실체라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이미 벌어진 일이 나를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무방비 상태로 두어서는 안 된다. 벌어진 모든 일들이 결과적으로 내 삶의 밑바닥에 거름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베스트 또한 비틀스에서 쫓겨난 사실을 받아들여 궁극적으로 자신의 삶에 건설적인 자재가 되도록 했다.
객관적 실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희망은 여기에서 싹이 튼다. 벌어진 일들에 끌려 다니지 않고, 받아들이고, 삶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삶은 오직 나 스스로가 끝났다고 인정할 때, 끝이 난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고,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상황을 극복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으로 성공해야 한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는 것은 시간과 정력의 낭비일 뿐이다.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 프랭크 크레인 -
삶이 비참해지는 지름길은 과거에 얽매이고,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