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화려한 의상을 입고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스몰토크를 나누는 파티 분위기. 스포츠에 진심인 활기찬 분위기. 그럼 학교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있을까? 아직 한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미국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우리 아일들을 보며 내가 관찰한 분위기를 한번 정리해본다.
우선, 학교에서 하는 이벤트-
이건, 인정. 매 달, 매 주마다 학교에서 하는 이벤트를 학부모에게 이메일로 통보해준다. 그리고 한 가지 깨달은 사실. 여기서는 이메일을 거의 매일 확인해야 한다. Homeroom 선생님이나 출결 담당 선생님, 교장선생님, 양호실 선생님(nurse)이 중요한 공지나 행사 안내, 준비물 등을 대부분 이메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학교 생활의 상당 부분이 이메일을 통해 움직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시기는 2월 초였는데, 마침 학교에서는 Valentine's Day 준비로 한창이었다. 관련 메일이 연달아 도착했다. 혹시 초콜렛을 준비해야하는건가 싶었는데, 메일 내용을 보니 캔디는 학교에서 다 준비할테니 반 친구들이 빠짐없이 축하카드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내용이었다. 럭키하게도 이제 막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우리 집 4학년 아들은 카드를 쓰면서 반 친구들 이름을 숙지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지난 주에는 파자마 리딩데이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잠자리에서 책을 읽는 분위기를 그대로 학교 도서관으로 옮긴 행사였다. 파자마를 입고, 인형, 담요, 베개,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와서 도서관에서 편하게 뒹굴거리며 책을 읽는 시간이라고 했다. 캘린더에 메모해두고 잊지 말아야지 했는데, 딱 학교 도착하자마자 준비물을 깜빡했다는건 알았을 때는 정말 아찔했다. 실망한 표정으로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 모습이 자꾸 떠올라 결국 차를 돌려 집에 갔다. 잠잘 때 꼭 안고 자는 인형을 챙겨 학교에 전달했다. 하교할 때 인형을 안고 나오는 아이의 표정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던지, 그 모습 하나로 괜히 나까지 뿌듯해졌다.
그럼 또 어떤 행사가 있을까 싶어 3월과 4월 학교 캘린더도 살펴봤다. 3월 일정에는 Texas Independence Day가 있었다. 그래서 금요일에는 각자 텍사스 테마 복장을 입고 등교하는 날이라고 한다. 카우보이 모자에 부츠를 신고 학교에 갈 아이들을 상상하니 벌써 웃음이 난다. 4월에는 아이들이 기다리는 부활절(Easter) 주간이 있어서 학교와 집 근처 곳곳에 숨겨둔 달걀을 보물찾기처럼 찾는 Egg Hunt 행사도 열린다. 한국에서라면 영어유치원이나 문화센터에서 볼 법한 이벤트가 여기서는 학교에서 거의 일주일에 한 번꼴로 열린다. 이 모든 행사는 학부모 기금이나 로컬 비즈니스 후원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행사 준비 자원봉사자 역시 학부모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행사가 학교가 준비해 주는 이벤트에 참여하는 느낌이라면, 중학교에서 진행하는 행사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학생들이 주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연주 발표회, 축구 대회, 댄스팀 공연, 방송반 제작물 발표회, 뮤지컬 공연 등 아이들이 수업 시간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을 지역사회가 함께 공감하고 즐기자는 분위기다. 우리 큰 아이는 방송반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어떤 제작물을 만들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한국 학교에서는 이런 행사가 학기 중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데, 여기는 워낙 자주 열린다. 게다가 부모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Reminder 메일”이 또 날아온다. 잊지 말고 참석하라는 친절한 알림이다. 그럴 때마다 아, 정말 가족 참여가 중요한 문화구나 싶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아무리 무심한 부모라도 신경을 안 쓸 수 없을 정도로 시스템이 촘촘하니, 맞벌이 가정이라면 부담이 꽤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