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스쿨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다정하고 친근함이 디폴트값인 미국 학교

by 미루나무

아이들이 다닐 학교의 분위기가 궁금해 큰아이 중학교와 작은아이의 초등학교에 스쿨 투어를 요청했다. 학교는 흔쾌히 응해주었고, principal 선생님의 안내로 온 가족이 캠퍼스를 둘러볼 수 있었다. 학생 수만 놓고 보면 한국학교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어 보였지만, 건물 규모나 운동장, 체육관, 과학실, 음악실, 도서관과 식당까지 - 한마디로 "과연 미국이다" 싶은 스케일이었다. 어딘가 대학 캠퍼스를 닮은 분위기였다.


수업 분위기는 자유로워 보였지만 규율은 꽤 엄격했다. 테러 예방을 위해 건물 전체가 철저히 보안 관리되고 있고, 상황에 따라 락다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학교 경찰이 인근 초·중·고등학교를 순회하며 캠퍼스에 상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새삼 이곳이 미국이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도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고, 하교 후 학교 밖에서 부모에게 연락할 때만 허용된다고 했다.


투어를 마치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때?” 미국인 선생님들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고, 복도마다 웃는 얼굴들이 보여서 설레기도 하고,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고 한다. 동시에 영어가 아직 서툴러서 걱정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혹시 초반에 의사소통이 어려울까 봐 한국에서 음성인식 전자사전을 준비해 갔는데, 인터넷만 연결하지 않는다면 사용해도 괜찮다는 학교 측 답변을 듣고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망의 첫 등교일.

학교의 등록일정이 달라 작은 아이가 먼저 초등학교에 가게 되었다. 나 역시 처음 해보는 ‘미국식 drop-off’에 긴장한 채 교문 앞까지 차를 몰았다. “It’s time for one more thing.” 우리 가족의 시그니처 인사로 꼭 안아주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아들을 바라봤다. 첫날인데 말은 잘할지, 자기소개할 때 너무 떨지는 않을지, 도시락은 잘 먹을지—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KakaoTalk_20260211_132912312_15.jpg Elementary School 첫 등교일, 두근두근한 뒷모습


이삿짐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하교 시간. 픽업 장소에 도착해 사이드미러를 보는데, 선생님 손을 꼭 잡고 걸어오는 아들의 얼굴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차에 타자마자 한 말은 이것이었다.

“엄마, 학교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와우! 다행이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냐고 묻자 이야기가 쏟아졌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너무 다정했고, 수업도 재미있었다고 한다. 교실에 처음 앉아 있을 때 옆자리 여자아이가 말을 걸어와서 뭐 좋아하냐고 묻길래 “I like drawing.”이라고 했더니, 노트를 북 찢어 같이 그림을 그리자고 했단다. 자기소개 시간에는 요즘 Roblox를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여기저기서 공감이 쏟아졌다고도 했다. 역시 게임돌이들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수업은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담임 선생님이 ESL 연수를 마친 분이라 구글 번역과 사전을 활용해 개인적으로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에서 잡기놀이를 하고, 도서관에서는 소파에 엎드려 친구와 책을 읽었다고 조잘조잘 이야기했다. 한 반에 남학생 열 명, 여학생 열 명. 한국인 친구는 한 명도 없지만, 소외된 느낌 없이 하루를 마쳤다고 했다.


첫 몇 주는 울면서 학교에 가겠지 싶었던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하루였다.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따뜻하게 맞아준 선생님들과 친구들, 정말 고맙다고.


KakaoTalk_20260209_172310887_01.jpg Middle School 첫 등교일, 설렘 한가득한 첫째


일주일 뒤에는 딸의 중학교 첫 등교가 있었다. 미드를 즐겨보며 은근한 환상을 품고 있던 딸은 전날부터 착장을 점검하고, 자신 있어하는 수학 과목의 영어 용어를 정리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미국 중학교에서 베프 생기면 좋겠다.”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학교에 갔다.


하교 시간, 픽업하러 가보니 역시나 얼굴이 환했다.

엄마, 애들 K-pop 진짜 좋아해!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아이돌 이름을 줄줄이 말하면서 막 관심 보여!

게다가 그날은 학교 치어리딩 공연이 있는 날이었는데, 센터에 서있고 제일 인기 많은 여학생이 한국인 언니라며 눈을 반짝였다. 아이브, 뉴진스, (여자) 아이들, 블랙핑크까지 요즘 아이돌에 흠뻑 빠진 딸에게는 최고의 첫날이었을 것이다. 마침 또 K-pop Demon Hunters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고, 한류가 대세인 타이밍에 학교를 간 덕분에, 첫 대화의 문도 생각보다 쉽게 열렸다.


감사한 첫 등교일! 이렇게 우리 가족의 텍사스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한국의 위상을 떨쳐준 케이팝 아이돌 여러분, K-드라마, K-contents 제작자분들 감사합니다. 한류 문화가 알려진 덕분에 우리 아이들의 첫 학교생활이 너무나 수월하네요.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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