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책을 읽으라는 말,
"수준 높은 책을 좀 읽으세요"
누군가 독서노트 유튜브 채널에 남긴 댓글이었다.
수준 높은 책이란 무엇인가, 상념에 빠졌다.
이윽고 '수준'이란 무엇인가,
브레이크 없이 훅 들어와 수준을 운운하는 수준은
어떤 수준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어딘가 삐딱한 댓글을 삐딱하게 곱씹다 보면
꽤 좋은 질문이 된다. )
그가 말하는 '수준 높은 책'이 뭔지 알 것도 같았다.
내게는 이런 의미로 다가왔다.
요즘 이런 책을 읽고 있어요'라고 얘기하면
뭔가 있어 보이는 책,
'와 저렇게 어려운 것도 읽네'
사람들이 감탄할만한 책
솔직히 관심도 흥미도 없고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는 책,
나도 '수준 높은 책'을 좋아한다.
똑똑해 보이기 때문이다.
전공 교과서만큼 두꺼운 책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들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까지 신경 쓰며 책을 선택하기엔
읽고 싶은 책이 많았고,
그 모든 책을 읽기에 인생은 짧았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책으로 얻은 지식은 이론에 불과하다고 믿는다.
존 롤스의 '정의론'을 100번 읽고
'아, 정의란 이런 거구나'
자기만의 확고한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현실에서 정의로운 인간이 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의론을 읽은 어른보다
세일러문을 좋아하는 아이가
정의에 대해 더 잘 알 수도 있다.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으니까)
독서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에 위안을 준다는 점에서 위태롭다.
실천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꼭 알아야 할 것은 알았다는 합리화.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자기만족.
나의 독서량과 지식수준에 대한 자만까지.
어쩌면 독서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취미 인지도 모른다.
독서노트는 그 위험을 대비한 보험 같은 거다.
내가 얻은 지식과 실제 삶이 유리되는 듯한 기분이 들 때
재빨리 노트를 펴서 내가 쓴 문장을 읽는다.
지식을 머리로만 이해하지 않고
나의 일상과 긴밀히 연결시키려는 일종의 실험.
보통 검은색 펜으로만 필사를 하는데
가끔 회색 펜 (sarasa 0.5mm)을 꺼내 들어,
문장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일기처럼 적는다.
필사한 문장이 왜 좋았는지를 적어 내려가다 보면
쓰기 전에는 몰랐던
내면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것은 꼭 '수준 높은 책'을 읽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당신이 '수준 낮다'라고 생각했던
이런 책이 출판되는 건 종이낭비라 확신했던 책도
필사를 하다 보면 그 책의 가치를 알게 된다.
수십 억 인간의 마음은 다 다른 것 같고,
그 수준도 천차만별인 것 같아도
알고 보면 하나다.
들여다 보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
수준을 따지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모든 책으로부터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책의 수준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책을 응용하는 수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사는 데 조금이라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책을 읽을 때 거듭 생각하는 질문이다.
단 5분을 읽고 적더라도
내 삶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하는 5분 독서 노트법 영상을
올해 초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했었다.
해당 영상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1. 작은 노트를 준비한다.
- 노트가 작아야 채워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고
금방 한 페이지를 채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2. 제목과 읽은 날짜와 시간, 장소를 쓴다.
- 기록은 디테일할수록 나중에 봤을 때 좋다.
책을 읽은 날짜, 또는 독서노트를 쓴 날짜와 시간 장소를 쓰면
나중에 노트를 봤을 때 당시의 분위기나 기분까지 떠오른다.
3. 한 문장 필사하기
- 하루 한 문장 필사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매일 한 문장 필사에 성공한다면
그다음에는 두 문장, 세 문장.. 열 문장에도 성공할 수 있다.
뭘 하든 처음 시작할 때는
항상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의 50%만 발휘해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딱 한 문장만 쓴다!
4. 필사한 이유
- 인생의 많은 문제에서 우리는 '왜'라는 질문에 잘 대답하지 못한다.
왜 그 회사에 갔을까, 왜 그 사람을 선택했지,
왜 그 음식을 골랐으며, 왜 그 영화를 좋아하지.
'왜'라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은 '나'를 탐색하고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지만
평소에 이렇게 자신을 성찰할 기회가 별로 없다.
내가 왜 이 문장을 좋아하는지 적어보자.
스스로에 대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5. 단어 수집하기
- 마음에 새기고 싶은 단어, 발음이 예쁜 단어, 알아두면 신조어 등
저장하고 싶은 단어 하나를 적어본다.
그 단어를 크게 써서 책상이나 벽에 붙여놓으면
인생의 화두처럼 마음에 꽂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책을 선정할 때는
내 마음이 정말로 끌리는 책을 고를 것.
그러다보면
타인이 선정한 필독서를 억지로 읽지 않고
지금 내 상황과 기분에 맞는 책을
착착 골라내는 안목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