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가 쓴 글 '첫 문장' 필사하기

닮고 싶은 사람, 닮고 싶은 글이 있다는 것

by 미료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배움이 찾아온다




필사를 하면서 글을 쓰는 마음가짐뿐 아니라 책을 읽을 때의 태도도 달라졌다. 독자로서 순수하게 독서의 즐거움을 누리는 때가 대부분이지만, 때로 에세이를 쓰는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한 편의 글을 완성했는지 유심히 보게 된다. 어떤 글감을 선택했는지, 소재를 어떻게 전개하고 있는지, 어떤 단어나 표현을 쓰는지, 글의 스타일이나 문체는 어떤지, 하나라도 더 배우는 마음으로 관찰한다.


지금보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표현을 구사하는 데 관심이 많은 나는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관념적이거나 사념적인 글도 나름의 의미와 통찰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머릿속에 인물과 풍경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글을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언젠가는 소설을 써 보고 싶은 로망도 있다. (첫 에세이도 소설 같은 글을 써 보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훈련이 필요할 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일단은 단편 소설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 기초를 다져 본다.


글쓰기 코칭 수업을 듣는 분들에게도 책을 읽고 필사를 하면서, 독자가 아닌 작가의 관점을 가져보시라고 조언드린다. 어떤 시각과 관점을 갖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우리에게 다른 가르침을 준다. 독자로서 좋은 책을 만났을 때는 마냥 '좋다'는 느낌이 들지만 '작가'의 눈으로 읽다 보면 종종 시기와 질투가 올라온다. 아무리 연습해도 못 따라갈 것 같을 정도로 글이 좋을 때, 또는 문장에 배어 있는 작가의 향기로운 인생이 그 자체로 훌륭한 글인 경우에 그렇다.


사실 다른 작가의 장점을 발견하고 내 글의 단점을 발견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누군가의 글을 시기한다면 그 사람은 아예 글쓰기 초보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타인을 향한 적당한 질투와 무한한 존경은 내가 성장하는 자양분이 된다. 시기만 할 건지, 변화할 건지 결정하는 이는 나 자신이다. 이왕이면 성장하고 변화하는 게 나에게 훨씬 이득이 된다.


결말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는 어떻게 글을 마무리하는지 살펴보고, 문단과 문단을 연결하는데 애를 먹는다면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전문가의 교열과 교정을 거쳤을 책 속의 문장을 필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비문을 덜 쓰게 되고 문장의 군더더기도 덜어낼 수 있다. 접속사나 지시대명사는 얼마큼 사용하는지, 부사와 형용사는 어떻게 부리는 지도 주목해서 보게 된다.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필사하며 알게 된 것



내 경우는 최근 첫 문장을 멋있게 쓰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김애란 작가의 <잊기 좋은 이름>에 실린 모든 글의 첫 문장을 필사했다. 그런데 첫 문장을 베껴 쓰다 보니 멋있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사라졌다. 작가의 산문은 "설거지를 하다 라디오를 들었다',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살았다' '이상하게 늘 여름이었다' '겨울이다' '우리 집 부엌에는 창이 하나 있다'처럼 평범하게 시작했다.


첫 문장은 평범했지만 한 편의 글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기술의 문제도 있겠지만 우선은 마음의 문제처럼 보였다. 글을 쓰지 않는 순간에 어떤 사유를 하느냐, 무엇을 어떻게 보았느냐가 좋은 글을 쓰는데 더 중요한 요소 같았다. 특히 '연필'을 소재로 한 <점, 선, 면, 겹>이라는 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역시 "내 책상 왼편에는 작은 탁상용 달력과 연필꽂이, 연필깎이가 나란히 놓여있다."로 평이하게 시작한 글은 연필로 책에 밑줄을 긋는 습관을 얘기하다, 어느덧 방향을 틀어 '아직 한 번도 깎지 않은 연필'에 관해 말한다. 그 연필을 선물해 준 사람과의 인연과 연필의 행방을 묘사하고, 이어 연필 이야기는 타인을 이해하는 일과 문학의 필요성에 관한 메시지로 확장됐다. 글을 쓸 때는 첫 문장만큼이나, 그 첫 문장을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의 곁가지를 만들어 뻗어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필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첫 문장은 특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강박을 계속 품고 있었겠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쓴 첫 문장을 한 줄, 한 줄 베껴 쓰다 보니 내 나름의 통찰을 얻었다.


닮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을 관찰하며 긍정적인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처럼 닮고 싶은 글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라는 걸 필사를 하면서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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