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는 못해요. 좋은 습관 만드는 황금율!?
오렌지색 표지에 ‘넛지, 아웃라이어 이후 세계가 주목한 최고의 비즈니스 북’ 이라는 찬사가 붙은 자기계발서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라는 책이 있다. 하도 유명해서 읽지 않아도 서점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사실 찰스 두히그의 책이 나오기 전, 잭 D. 핫지라는 작가가 쓴 <습관의 힘>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습관(Habit)을 소재로 한 책이 표지와 내용만 살짝 바뀌어서 변주되는 걸 보면 ‘좋은 습관 길러 성공해봤으면’ 하는 마음은 자기 변화를 갈망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본능이 아닐까 한다.
둘 다 훌륭한 책이지만 나는 찰스 두히그의 저서보다 잭 D. 핫지의 저서를 좋아한다. 찰스 두히그가 너무 같은 제목을 끌어다 쓴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고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왠지 잘 쳐다보지 않게 되는 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잭 D.핫지가 쓴 책의 핵심은 저자가 인용한 마크 트웨인의 말을 재인용해 요약할 수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매일 하도록 해라. 이것이 바로 고통 없이 자기 의무를 수행하는 습관을 갖는 황금률이다”
달리는 기차를 멈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관성의 힘이 필요하다. 여기서 달리는 기차가 나쁜 습관이라면, 기차를 멈추는 일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일, 동시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달리는 기차를 한 번에 멈추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나쁜 습관도 하루 아침에 버리기란 힘들다.
저자는 습관을 개선하려면 적어도 21일이 걸린다고 명확한 수치를 제시한다. 뭉뚱그려 대충 ‘노력해라’ 하는 게 아니라 명쾌한 숫자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자기 계발서의 매력. (90년대의 명저 <컴퓨터 1주일만 하면 전유성만큼 한다>는 책 제목에 1주일이라는 말이 없었다면 그만큼 성공하지 못했으리라) 잭 핫지 교수는 맥스웰 몰츠 의사의 주장을 빌려 인간의 생각이 대뇌피질에서 피질하까지 내려가 습관을 각인시키기까지 21일이 걸리고, 여기에 66일을 더하면 습관을 완전히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무엇이든 일단 21일만 매일 하면 평생 고치려고 해도 못 고친 습관을 바꿀 수 있고 100일 가까이 하면 환골탈퇴 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산뜻하고 명료할 수 있을까.
습관을 만들기까지 100일이 걸린다는 대목을 읽자마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단군 신화의 곰과 호랑이였다. 인간이 되기 위해 100일 동안 빛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으면서 견뎌야 했던 우리의 조상과 조상이 될 뻔 했던 존재. 누가 단군 신화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이건 명확하게 ‘뇌 가소성’에 대한 은유이자 습관 생성 서사의 원형이며, 작심삼일의 고비에서 번번이 넘어지는 나와 당신을 한 교훈이다. 단군할아버지 시절부터 조상 대대로 좋은습관 만들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 전파되어 왔지만 21세기 인간들은 여전히 마음의 관성을거스르지 못하고 무너진다. 현실과 자기계발서의 법칙은 괴리가 크다. 21일 동안 야식을 먹지 않다가 22일째 되는 날 폭식을 하고, 5년 동안 담배를 끊었다가 하루 아침에 다시 줄담배를 피운다.10년 째 108배를 하고 있으면서도 매일 달리는 기차를 멈추는 심정으로 좌복 앞에 서는 나만 봐도 습관을 형성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체감할 수 있다. 누구나 인내심 많은 곰이 되고 싶지만 대부분은 ‘에라 모르겠다’ 동굴 밖을 뛰쳐나가는 호랑이에 가깝다.
호랑이처럼 되지 말고 곰처럼 되라고 배웠다. 이 땅에서 호랑이나 곰으로 사는 게 나은지, 웅녀로 사는 게 나은지 생각해볼 만한 문제지만 나중에 논의해보기로 하고, 일단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버틴 곰이 독한 거지, 도망 간 호랑이가 이상한 게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 호랑이 유형이 곰 유형보다 많다면 호랑이들에게 관대해질 필요도 있다. 나약하다고 비난하지 말고, 끈기없다고 채찍질 하지 말고 기회를 줘야 한다. 뛰쳐나간 호랑이를 다시 데려와서 ‘마늘은 나중에 먹고 쑥부터 시작하자’ 살살 달래서 먹이고 동굴이 너무 어둡다 싶으면 가끔 촛불이라도 하나 켜 보고, 몰래 뒤로 피자나 햄버거도 넣어주는 거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호랑이도 인간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뛰쳐나간 호랑이를 설득해서 데려오지 않고 혼자 마늘과 쑥 먹고 인간이 된 곰이 살짝 얄밉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지력이 중요한데, 혼자일 때보다 같이할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동굴에서 뛰쳐나갈 때 누군가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데려올 수 있고, 21일 걸려 만들 좋은 습관을 11일 만에도 만들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지금 남편과 나는 매일 자기 전에 108배를 하고 있다. 108배 경력은 내가 훨씬 길지만, 나를 좌복 앞에 세우는 것은 남편이다. 내가 2번 절할 때 1번 절하는 덩치 산 만한 남자인데, 몸이 무거워서 엎드렸다 일어나는 걸 보면 내가 다 힘겨운데, 저녁 6시가 되면 무조건 108배 할 준비를 해 놓고 나를 기다린다. 꾀가 나다가도 자기 마음에 지지 않겠다고 50일째 절을 하는 남편을 보면 힘이 되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혼자 할 때는 정말 힘든데 옆에 같이 하는 사람이 있으니 108배에 리듬감이 훨씬 살아나 활력이 돋는다. 우리 둘 사이에 좋은 에너지가 흐르는 게 몸소 느껴진다.
나는 10년 째 하면서도 매일 절이 하기 싫은데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결심하면 해내고야 마는 모습이 멋있다고 하니 돌아온 대답. “네가 아니었으면 나도 혼자 못했을 거야” 좋은 습관과 함께 우리의 사랑도 영글어간다. 습관은 꼭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만드시라.
108배를 다 끝내고 합장을 하고 나란히 서면 발코니 너머로 달과 별이 보인다. 정안수 떠 놓고 아들 딸 잘 되라고 밤낮으로 기도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게 해 달라고 빈다. 내가 변화하고 세상도 변화하는 데에 21일은커녕 21년도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바뀔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