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다이어리 #22
무리씨의 미대 친구들입니다.
대학입학 시점으로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은 잘 지내고 있고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같은과를 나왔지만 같은 일을 하는 친구는 없죠.
한명은 사회적 기업을 시작해서 나름 멋진 회사를 꾸려가는 대표지만 최저월급이며 언제 망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늘 노출되어 있습니다.
또 한명은 예고에 미대진학, 프랑스유학코스를 밟은 친군데 지금은 아이 셋의 다둥이 엄마이며 아이스크림가게를 운영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또 다른 한명은 북디자이너인데 회사를 다니지만 자주 그만둡니다. 지금은 꽤 좋은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무리씬 미술강사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몇년전부터 프리랜서로 살고 있습니다. 프리랜서의 삶은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지만 월급 또한 자유롭습니다.
북디자이너로 회사엘 다니는 친구네 구내식당 밥이 싸고 맛있다고하여 오늘의 회동 브런치는 회사 구내식당으로 정했습니다.
그 친구가 언제 회사를 그만 둘 지 모르기 때문에 그 전에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했습니다. 회사를 다니고 싶진 않지만 직장인들의 혜택은 누려보고 싶었습니다.
친구가 회사 동료에게 대학 친구들이랑 구내식당 간다니깐 동료들이 왜 하필 거기서 회동을 하냐는 말에
'제 친구들이 다 일용직이라~이런밥 먹고싶어해요ㅎㅎ'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동료사원의 대답 '소박하네요~'
뭐 틀린말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정확한 답변이었습니다. 쩝.
“우와~ 회사밥이다!! 퀄리티도 좋고 맛도 좋네”
“많이 먹어~!”
우린 직장인 코스프레를 하며 싹싹 다 긁어먹었습니다.
구내 식당을 나와 옆 카페엘 가니 사원은 1500원에 커피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좋구나! 월급도 많이 받고 밥도 커피도 싸게 맛있게 먹고 좋다~.’
이 회사 계열 직원들로 가득 차 있는 카페.
그들은 앉아서 서서 서로 계속 이야기를 하며 점심 시간이라는 것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뭔가 여유로워 보이는 듯 했지만 조금 답답 할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명히 월급은 적지 않을 것이고 그 월급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것인데 내겐 다른 삶의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저들은 정해진 시간에 들어가 일을 할 것입니다. 무리씬 정해진 시간도 정해진 일도 없기에 계속 이 카페에 앉아 있을 수 있었지만 친구의 업무 시간에 맞춰 같이 카페를 나왔습니다.
좋은회사를 아니 대기업을 다닌다는건 어떤 것일까요.
무리씬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라 잘 알지 못합니다.
무리씨 사주에 편관이 있어서 그런지 안정적이고 멀쩡한 자리를 거부하게 되는 성향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부자되긴 글렀다고 자본주의마이너가 되겠구나 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습죠.
어찌보면 많이 가진 것보다 덜 가진 삶이 더 편하다고 느낀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소유로 살 자신은 없지만 조금 덜 가지며 살 수는 있을 거 같았기에 돈을 번듯이 잘 벌지 못하더라도 괜찮을 거 같았습니다.
혹자는 멀쩡한 대학을 나와서 아깝다고들 하는데.
근데 세상이 좋다는 대학 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그리고 대학네임이 돈을 잘 벌게 하는 것이 아님은 주위를 보면 너무나 잘 알 수 있습니다.
서른이 넘으면 무슨 대학을 나왔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슨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습니다..
무리씨도 어릴땐 대학을 나오면 뭐라도 보장되는 줄 알았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꿈보다 대학을 중시했기에 입시땐 대학이 그냥 꿈이었습니다.
소실적 공부 잘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회사가 시키는 일을 평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쩔땐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습니다. 물론 무리씨만의 생각입니다.
이 사회가 만든 '한달 짜리 삶' 은 월급과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서 월급 맛을 보면 쉬 빠져 나오기 아쉽습니다. 달달한 월급이 주는 행복에서 빠져 나오기란 쉽지가 않죠.ㅜㅜ
예전에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며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왜 월급이지?
왜 모든것이 한달이지?
수도, 전기, 가스, 핸드폰요금, 월세, 카드결제, 적금 등등 모든것이 한달로 짜여있게 때문에 한달에 일정 금액의 돈이 입금되지 않으면 지금의 사회에선 살아가기 힘들어 지는구나..
한달을 잘못 살면 그 달의 어려움이 다음 달로 이어져서 생활이 힘겨워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달살이로 짜여진 사회이기에 월급이라는 것에서 빠져 나오기 힘든거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월급을 받을 수 있음에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근데 누가 정한 걸까. 이 시스템은...
지금의 무리씨도 월급은 받지 않지만 여전히 한달살이를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그렇습니다.
모든건 한달로 짜여있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던 안다니던 결과적으로 무리씨 또한 그들과 똑같은 삶인 거 같습니다.
회사를 잘 그만두는 그 친구가 그만두기 전에 한번 더 구내 식당을 이용해야겠습니다.
싸고 맛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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