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다이어리 #21
‘귀엽게 잘라주세요’
귀엽게 앞머리를 자르고 싶어서 미용실에 간 무리씨.
나이가 드니 왠지 귀여워지고 싶었습니다.
‘귀여운게 뭐길래. 귀엽게 잘라달라고 말한거지?’
어떤걸 보곤 예쁘다라고 표현하고
어떤걸 보곤 귀엽다라고 표현합니다.
흔히들 예쁘다라는 말은 눈으로 보기에 좋았을 때
귀엽다라는 말은 행동이나 표정이 귀여울 때 주로 쓰는 것 같습니다.
10대 때는 별 생각 없이 살았고
20대 때는 나도 ‘예쁘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고
30대의 끝물인 지금은 ‘귀엽다’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합니다.
‘귀엽다’라는 말이 사랑스럽다를 표현하는 최고의 말이랄까요~
문득, 사전적 의미는 어떤 뜻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예쁘다 [예:쁘다] -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귀엽다[귀:엽따] -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 사랑스럽다.
예쁘다와 귀엽다의 사전적 의미는 비슷했습니다.
그럼 사랑스럽다는 무슨뚯이지? 다시 검색.
*사랑스럽다[사랑스럽따] - 생김새, 행동이 사랑을 느낄 만큼 귀여운 데가 있습니다.
사랑스럽다에는 ‘귀여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습니다.
결국 다 같은 뜻이었어요.
그렇지만 다 같은 뜻이어도 단어적인 느낌을 어떻게 쓰는냐에 따라 생각과 관점은 바뀌는 거 같습니다.
어떤이에게 ‘귀엽다’라고 하면 표정이 별로이거나 기분 나빠 할 때가 있는데 귀엽다를 예쁘지 않다라고 받아들일 때가 없지않아 있는 거 같습니다.. 결국 ‘귀엽다’는 ‘예쁘다’ ‘사랑스럽다’와 같은 뜻인데도 말입니다.
같은 뜻이어도 우리는 다른 느낌으로 이 말들을 쓰고 있지 않나요? 사전적 의미는 비슷하지만 사용할때의 느낌은 엄연히 다르잖아요!
이렇듯 우리는 단어들에 속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단어 자체가 인간이 만들어 낸 언어인지라 정확한 뜻을 내포하기라 불가능하며 그 뜻을 제대로 설명하기도 힘듭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 어제 외로웠어’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인 느낌이 들어 걱정을 하게 되죠
근데 그 사람이 어제 밤 이런저런 감정들이 들었는데 딱히 부정적인 느낌이라기 보다 그냥 마음이 꿀렁꿀렁하고 기분이 묘하며 멍해졌는데 그런 느낌에 어울리는 단어를 찾다보니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그것을 외로움이라고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이 살면서 알게 된 단어들 중에 그런 감정을 표현할 단어를 외로움이라는 단어말고는 다른 단어를 모른다면 그냥 그 느낌은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귀결되는 거죠.
말의 표현이라는 것은 내가 아는 단어에서만 나오다보니 모든 것을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말로 나를 잘 표현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싸울 때를 보면 싸움의 내용이 아니라 어느순간
‘어떻게 저런 표현을 쓰지? 어떻게 저런 말을 하지?’하고 상대가 뱉어내는 단어들에 집중해서 상처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의 말에 휘둘려서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받고 화가나고 슬퍼지게 되죠.
표현력이 부족하면 단어를 잘못 선택하고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습니다.
말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말을 친절히 잘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나의 생각을 적절히 다 표현하지 못합니다.
상대로 상대의 생각을 적절히 다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단어들에 큰 의미를 두고 상처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말보다 단어보다 그 자체에서 풍겨지는 기운, 또는 내면을 본다면 상대가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이죠.
앞머리 하나 자르는데 생각이 많아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