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30분. 출근길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가 연방 파산법 11조 적용을 신청했습니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158년 역사의 금융 회사가 무너진 것입니다. 월가는 패닉 상태입니다…"
나는 핸들을 꽉 쥐었다. 지난 몇 달간 감지했던 불길한 기운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사실 조짐은 있었다.
7월부터 기업들의 교육 문의가 뚝 끊겼다. 8월에는 예정되어 있던 프로그램 2개가 연기되었다.
"경기가 안 좋아서요. 내년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곧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이건 차원이 달랐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환율 창을 띄웠다. 원/달러 환율이 실시간으로 치솟고 있었다.
1,450원… 1,480원… 새로고침 할 때마다 숫자가 바뀌었다. 1,500원 돌파.
숨이 막혔다. 우리 사업 모델을 떠올렸다. Columbia에 지급하는 강사료, 프로그램 운영비. 모두 달러였다. 전체 원가의 80%가 달러 지출이었다.
사업계획서를 꺼냈다. 환율은 1,100원으로 가정하고 짰었다. 1,500원이면… 간단한 계산이었다. 같은 매출을 올려도 우리는 한 달에 수천만 원씩 환차손을 보는 것이다. 아니, 매출이 같을 리가 없었다.
민수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형, 뉴스 봤어요?"
"응."
"이거… 심각한 거 아니에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주 목요일. S그룹 계열사 교육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표님, 죄송한데요…"
그 목소리에서 이미 알 수 있었다.
"올해 교육 예산이 전면 동결되었습니다. 11월 프로그램… 취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년에 경기가 나아지면…"
"괜찮습니다. 이해합니다."
전화를 끊고 의자에 깊숙이 기댔다. 11월 프로그램. 그건 우리의 4분기 매출 전부였다.
다음날 금요일, L전자에서도 전화가 왔다. 그다음 주 월요일, H중공업. 화요일, K통신. 마치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모두가 같은 말을 했다. "예산 동결", "내년에 다시", "죄송합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데, 지금 자기 회사가 살아남을지도 모르는데. CEO가 무슨 리더십 교육인가. 그것도 수천만 원짜리 미국 프로그램을.
10월 들어 사무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우리는 세 명뿐인 작은 회사였다. 매출이 끊기면, 그게 바로 우리의 일상에 직격탄이 되었다.
어느 날 저녁, 재훈이 물었다.
"형, 솔직히 말해줘. 우리 괜찮은 거 맞지?"
나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괜찮아. 일시적인 거야. 곧 나아질 거야."
하지만 내 목소리는 확신이 없었다. 재훈도, 민수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무실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세무 회계를 맡기고 있던 회계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표님, 급한 일이 있어서요. 잠시 만나뵐 수 있을까요?"
"전화로 말씀하시죠."
"이건… 직접 뵙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장부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대표님, 이번 달까지 현재 추세로 운영하시면 자본잠식 상태로 진입합니다."
"…자본잠식이요?"
"네. 법인 자본금이 까이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나는 숫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다. 매달 수천만 원씩. 매출은 없는데, 고정비는 나가고, 환차손은 계속 발생하고.
"대표님,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지금 멈추시거나, 아니면…"
그는 말을 흐렸다. 아니면 자본금을 다 날릴 때까지 버티거나. 그 자본금은 내 돈이 아니었다. 투자받은 돈이었다.
그날 밤부터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 숫자를 계산했다.
만약 3개월 더 버티면? 자본금이 반으로 준다. 6개월이면? 다 날린다. 그리고 경기가 회복되려면? 전문가들은 2-3년이라고 했다.
선택지는 명확했다. 지금 접거나, 자본금을 다 날리고 빚까지 지거나.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1년 전 그 레스토랑에서의 약속. 소주잔을 부딪치며 "대박 나자"고 외치던 그 순간.
민수는 삼성을 그만뒀다. 재훈은 외국계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그들이 얼마나 큰 결심으로 나를 믿고 따라왔는데. 지금 내가 그들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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