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저, 조직이동 하겠습니다

by 미생팀장

2017년 여름, Task 리더

2017년 초봄, 새로운 팀원

연 팀장님이 마지막으로 뽑은 사람이 있었다.

김영호 선임.

당시는 아직 책임 진급 전이었다.

개발자 출신으로, 다른 연구소에서 우리 팀으로 조직 이동한 케이스였다.

첫인상은 깔끔했다.


"안녕하십니까. 김영호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MBTI로 치면 'J', 'T'에 가까운 스타일.

모든 일이 계획적이고 일처리가 깔끔했다.

본인 주장이 강하고, 때로는 타협하지 못하는 면도 보였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다.

김영호 선임이 우리 팀에 합류한 지 몇 달이 지났다.

당시는 연 팀장에서 내가 팀장을 막 넘겨받은 직후였다.

팀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빠져나간 상태.

공석이 많았다.

개발자 출신. 계획적이고 일처리가 깔끔한 스타일.

나는 그에게 중요한 Task를 맡겼다.


"영호 선임. 이번에 교육 프로그램 고도화 TF 하나 꾸리려고 하는데."

"리드를 맡아주시겠어요?"

"네, 하겠습니다."


Task 멤버는 총 3명.

김영호 선임, 그리고 본인보다 고참인 두 여성 책임.

경력으로 치면 김영호 선임이 가장 짧았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리더 역할을 맡겼다.

개발자 출신이라 체계적으로 일을 풀어가는 능력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한 달 후, 균열

원활하게 굴러가지 않았다.

한 달쯤 지났을 때, 두 여성 책임 중 한 분이 내 자리로 왔다.


"팀장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네, 무슨 일이세요?"

"김영호 선임이요…"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일을 너무 본인 마음대로 진행하려고 해요."

"우리 의견은 듣지도 않고…"


나는 난처했다.

다른 한 분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계획만 세우고 실행은 우리보고 하라고 해요."

"그런데 그 계획이 현실적이지 않을 때가 많아요."


나는 김영호 선임을 불렀다.


"영호 선임, Task 진행 어떻게 돼가요?"

"아…"


그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팀장님."

"제가 Planning을 하고 주도적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데…"

"두 분이 잘 안 따라주시는 것 같아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김영호 선임의 문제인지, 아니면 두 책임의 텃세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웠다.

결국 그 Task는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어그러졌다.

상처만 남긴 게임이었다.




2019년 가을, 두 번째 균열

몇 년이 흘렀다.

김영호는 책임으로 진급했다.

이준석 책임도 우리 팀에 합류한 후였다.

이번에는 같은 파트에서 일하는 다른 여자 책임과 큰 갈등이 생겼다.

박호정 책임.

두 사람은 공동으로 행사를 기획하는 업무였다.

김영호 책임은 계획을 세워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철두철미하게 챙겨가는 스타일.

박호정 책임은 유연하게, 상황에 맞춰 조율하며 가는 타입.

어느 날, 크게 싸움이 났다.


"호정 책임님, 제가 분명히 지난주에 이 부분 체크하라고 했잖아요!"

"영호 책임님, 그건 우리가 논의해서 바꾸기로 했던 거잖아요."

"논의? 언제요? 저한테는 보고도 안 하고…"

"보고? 우리는 같은 파트인데 뭘 보고를 해요?"


둘 다 흥분한 상태였다.

나는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며칠 후, 박호정 책임이 내 자리로 왔다.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팀장님…"

"네, 말씀하세요."

"저… 잠시 쉬고 싶어요."

"네?"

"몸이 많이 안 좋습니다. 정신과에도 다녀왔고…”

“아무래도 휴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2020년 초, 조직이동

박호정 책임이 휴직에 들어갔다.

김영호 책임 역시 큰 상처를 입었다.

며칠 후, 그가 면담을 신청했다.


"팀장님."

"앉으세요."


그는 앉자마자 바로 말을 꺼냈다.


"저. 이 팀 정말 오고 싶었던 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감정이 실려 있었다.


"팀장님도 제게 신뢰가 많이 떨어지신 것 같고…"

"…"

"아닙니다."


그가 나를 쳐다봤다.

"저. 조직이동 하겠습니다."

"네?"

"0000 팀으로 이동하고 싶으니 마지막으로 부탁하나만 드리겠습니다."

"그 쪽 팀장님과 잘 말씀하셔서 도와주십시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진심인가?"

"그렇습니다."

"와이프랑 상의는 하고 이야기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박호정 책임과의 갈등에서 나는 김영호 책임에게 상처를 줬다.

'네가 가해자고 그 친구가 피해자'라는 식으로 접근했었다.

그게 도화선이 되었다.


"알겠습니다."


나도 어찌할 도리를 몰랐다.

나는 그 쪽 팀장을 만나서 타진을 했다.

평소 우리 팀에 호의를 가지고 있던 그 쪽도 환영이었다.

다만 Head Count 문제로 CTO 인사담당 동의가 필요했다.

김영호 책임은 두 번이나 인사담당과 면접을 했다.

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되지 않았다.

헤드카운트 문제였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 사람 하나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2020년 봄, 어색한 시간

조직이동이 무산되었다.

김영호 책임은 남았다.

어색했다.

팀 안에서 그와 나, 둘 다 불편했다.

몇 주가 그렇게 지나갔다.

나는 결심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2020년 여름, 제안

"영호 책임님."

"네, 팀장님."

"하나 제안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컨퍼런스요."


김영호 책임이 고개를 들었다.


"네?"

"이준석 책임님이 3년 정도 컨퍼런스를 리드하셨어요."

"이제 다른 일도 해야 할 때가 됐고요."

"그래서… 영호 책임님이 맡아주시면 어떨까 합니다."

"저요?"

"네."

"왜… 저죠?"


나는 준비한 답을 꺼냈다.


"영호 책임님의 강점이 뭡니까?"

"…………."

"Project Management요."

"계획 세우고, 추진하고, 마감 맞추고."

"그게 영호 책임님의 최고 장점이에요."

"컨퍼런스가 바로 그런 일입니다."

"1년 내내 준비해서 단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일."

"천 명 넘는 개발자를 움직이는 일."


김영호 책임이 침묵했다.


"생각해보세요."

"네…"




2020년 가을, 첫 컨퍼런스

김영호 책임이 컨퍼런스를 맡았다.

처음에는 이준석 책임과 함께 준비했다.

가을, 첫 번째 컨퍼런스가 열렸다.

참가자 1,100명.

코로나 상황에서도 온오프라인을 혼합해 역대 최대 규모를 만들어냈다.

행사는 완벽했다.

타임테이블 하나하나가 정확했다.

세션 간 전환이 매끄러웠다.

참가자 만족도 조사: 4.8점 (5점 만점).

행사가 끝나고, 뒷풀이 자리에서 김영호 책임이 말했다.


"팀장님."

"네."

"아니 근데 진짜 재밌어요."

"네?"

"저 진짜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그의 눈이 빛났다.


"PM 역량을 이렇게 발휘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싶어요."

"컨퍼런스는 정말… 제게 딱 맞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나는 웃었다.


"다행입니다."

"다시 이런 기회가 생겨서 정말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그와 잔을 부딪쳤다.




2021-2023년, 성장

그 후 3년.

김영호 책임은 컨퍼런스를 매년 성장시켰다.

2021년: 1,300명

2022년: 1,500명

2023년: 1,800명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이뤘다.

세션 다양화, 네트워킹 프로그램, 전시 부스, 해커톤.

매년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리고 매년 성공했다.

팀 내 동료평가에서 김영호 책임은 최고 점수를 받았다.


"김영호 책임님은 본인 일을 팀 차원으로 승화시켰습니다."

"팀플레이어의 전형입니다."

"컨퍼런스를 통해 우리 팀의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에필로그: 갈등에서 적합성으로

2017년 여름, 나는 김영호 선임을 잘못 쓴 것일까?

아니다.

그는 PM 역량이 있었다.

하지만 Task 리더는 그의 자리가 아니었다.

경력이 짧은 그가 고참들을 이끌기엔 무리였다.

2019년 가을, 박호정 책임과의 갈등.

나는 김영호 책임에게 '가해자' 프레임을 씌웠다.

그게 그를 상처 입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두 사람 모두 잘못이 없었다.

그저 일하는 스타일이 달랐을 뿐.

2020년 초, 조직이동이 무산되고 그가 남았을 때.

나는 마지막 기회를 줬다.

컨퍼런스.

1년 내내 준비해서 단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어내는 일.

철두철미한 PM 역량이 필요한 일.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여러 팀과 협업하는 일.

그 자리에서 김영호 책임은 빛났다.

Right People은 처음부터 빛나는 게 아니다.

Right Fit을 찾기까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갈등도, 상처도, 실패도.

그 모든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그 사람이 빛날 수 있는 자리를 찾는다.

김영호 책임은 그 길을 걸었다.

그리고 나는 그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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