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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사 May 25. 2024

25년 전 실종된 여동생을 찾습니다.

그래서 탐정은 그녀를 찾았을까?

"실종된 지 25년 된 여동생을 찾는 게 남편의 첫 사건이었거든요?"

"아이고, 쯧쯧. 그 오랫동안 을매나 보고싶었을꼬... 그래서 찾았는교?"


남편이 탐정을 한답시고 집을 떠난 뒤 독박육아에  죽을 것만 같던 나는 단골 마사지 샵을 찾았다.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 어깨와 목을 집요하게 조지시던? 마사지 선생님께서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지 침을 꼴깍 삼키셨다.


"근데, 선생님. 왜 25년이 지나서야 찾는 걸까요? 이상하지 않으세요?"

"뭐, 그럴 수 있지. 가족이니까 당연히 찾고 싶겠지."

"그렇죠?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아인교? 그럼 뭐 땜시?"


남편의 스승 탐정님이 실제로 똑같은 질문을 남편에게  던졌다고 했다. 왜 25년이 지난 지금 이 시점에 동생을 찾는 것일까? 


남편이 떠올린 것은 유산상속. 


"유산 상속을 받기 위해서는 친권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데 만약 실종자가 있고, 사망 확인이 안 되면 상속을 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합리적으유산상속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죠. "


세상에. 인류애가 말라버린 것일까. 나나 우리 정 많은 마사지 선생님은 유산상속은 아예 생각도 못했다. 정말 유산상속 때문이라면 이건 너무 비정하지 않은가.


결국 이 사건은 문의가 들어와 인터뷰까지만 진행하고, 착수로까진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굳이 이 에피소드를 글로 남기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스승 탐정님께서 하셨던 말씀에 크게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죽지 않았으면 100% 찾을 수 있고,
돌아가셨으면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행적까지는 찾을 수 있다.


심지어 합법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헐, 어떻게?"

"그건 영업비밀이지롱."

"쳇, 나한테만 알려줘 봐."

"(소근소근...)"


흠. 며느리도 모르는 코카콜라 급 비법을 남편을 통해 열심히 듣긴 했지만 사실 잘 기억은 안 난다. 미안하지만 기억나도 공유는 못 해 드린다. 특급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있으니, 도대체 의뢰인은 25년 전 실종된 여동생을 이제야 찾는 걸까?


"대한민국에서 실종된 성인은 없다, "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성인 실종자가 아동 실종자의 3배에 이른다는 뉴스라인을 들어봤다면 이건 뭐 또 신박한 헛소린가 싶겠지만 여기엔 안타까운 사실이 숨어있다.


성인은 실종돼도 특별한 범죄 혐의가 없으면 가출인으로 분류되어 범죄 혐의가 없는 경우 위치추적에 곧장 나서기가 어렵다는 것.


만약 막 성인이 된 당신의 자녀가 12시가 넘어도 집에 오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었다면?


아침이 되어서도 연락이 안 되어 실종 신고를 하러 갔는데 단순 가출로 분류된다면?


그러다가 뒤늦게 수색을 시작했으나 실종 골든타임을 놓쳐 영영 찾지 못한다면?


너무 끔찍하지만 조금만 찾아보아도 이런 일들은 사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성인들에게는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어 집을 떠날 수 있다. 사생활의 문제도 있는데 가족들이 원한다고 위치 추적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도 있으니 범죄와의 연관성이 확실하지 않으면 공권력을 사용하기 힘든 것도 이해는 간다.


의뢰인은 25년 전 경찰에 여동생의 실종신고를 했지만 가출로 분류되어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게 방법을 몰라 그리워만 하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더 늦기 전에 동생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그럼 유산 때문은 아니었어?"

"어. 부모님이 돌아가시며 남긴 유산은 500만 원 남짓 이었대. 실종된 동생을 성공적으로 찾았을 때 드는 비용보다 적어."

"그럼... 진짜 그냥 보고 싶어서였구나?"

"그렇지."


아. 마음이 아팠다. 공권력의 사각지대에 놓여 이렇게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살아가야 한다니.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정말 상상도 하기 싫다.


자, 여러분의 추리는 어땠나? 결국 남편이 틀렸고 나와 마사지 선생님의 생각이 맞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뢰인의 동생은 아직도 "가출" 상태라는 것이다.

의뢰인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인 작년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지만 담당 경찰서 통폐합으로 담당형사가 바뀌었고, 범죄혐의점이 없어서 다시 거부당했다.

탐정 제도는 이러한 공권력의 사각지대에 너무나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너무 갑자기 끝나는 것 같다고? 맞다... 지금 독박육아로 딱 죽을만큼 힘들기 때문에.... 이만 줄인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남편의 스승
탐정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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