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부 흰 코뿔소 수컷 한 마리가 결국 죽었다. 이로서 이 코뿔소는 멸종되었다.
이렇게 해서 지구상에 한 동물이 멸종되었다.
1936년에 출간한 도롱뇽과의 전쟁.
<카렐 차페크>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 이것은 미래에 대한 추측이 아니라 지금 우리 앞에 존재하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도롱뇽과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도롱뇽으로 대치되는 것들이 이제는 너무 많이 산재해 있다. 디스토피아에 관한 소설 영화 등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이 책이 얼마나 자유롭게 완벽한지 차페크가 겪은 그 시대를 생각하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맨 처음 원전 설립을 한 사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사람의 인터뷰를 희미하게 본 것도 같다.
이 소설 마지막에 파파 포본드라 씨는 눈물을 흘리며 후회한다. 자신이 본디 씨의 집사였을 때 J 반토흐 선장을 들여보낸 것을. 내가 그때 그 선장을 돌려보냈었다면 본디 씨를 선장이 만나지 않았을 것이고 도롱뇽을 지상에 끌어들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지구에 이런 재앙이 들이닥치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 다 내 잘못이라는 얘기를 너희한테 꼭 하고 싶구나. 내가 그 선장을 본디 씨한테 안내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났을 텐데.....”
하지만 포 본드라 2세는 아버지를 위로한다.
“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요”
“ 넌 몰라 이제 여기도 바다가 덮칠 게다. 다 내가 저지른 일이야. 그 선장을 들여보내지 말았어야 하는데...... 누구 잘못으로 이렇게 됐는데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
그러나 아들은 냉정하게 아버지의 말을 끊는다.
“ 모두가 저지른 일이에요. 국가들이 했고, 금융이 했고.... 다들 최대한 도롱뇽들을 많이 갖고 싶어 했다고요. 전부 도롱뇽으로 돈을 벌고 싶어 했어요. 우리가 도롱뇽에게 무기도 주고 별별 걸 다 갖다 줬잖아요....... 우리 모두한테 책임이 있단 말입니다”
이지구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있었다.
이런 말은 들으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 같은 소시민들은 화가 난다. 언제나 어떤 무리들이 일을 저질러 놓고 책임을 다 우리 모두의 공통 책임이라고 전가하니까.
돈을 벌려고 하는 자들. 그것도 왕창 벌려는 자들이 저지른 일이 화근이 되어 지구에 위기를 만들었다. 중간다리 역할을 한 (단지 바다에서 도롱뇽을 발견한 선장을 사업가 본디 씨에게 안내한 ) 파 파포 본 드라만이 반성을 한다. 그저 내 아이들이 나를 용서해줬으면... 이것이 유언이 된다.
차페크의 자유로움은 여기서 소설을 마무리하지 않았다.
작가 내면이 소설을 마무리하려는 작가에게 따져 든다. 내면의 작가는 독자가 되어 소설가 자신에게 불만을 얘기한다. 둘을 서로 팽팽하게 대치하며 마지막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 의견을 내세운다. 작가의 내면은 인류가 딱하니 어떻게 좀 해보라고 하고, 작가는 제발 좀 날 내버려 두라고 내가 뭘 어쩌겠냐고 내 힘으로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한다.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 할지라도 그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인물들과 상황을 누구도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만 한다. 책 속에 인물들은 살아있어 각자 자신의 운명을 따라 삶을 전개해간다. 작가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운명에 내맡겨야 한다. 그래서 아직도 그 세계는 살아 존재한다.
..... 그래서 전 세계 바다를 오염시키는 데 성공하지. 바다는 인공적으로 배양된 아가미 페스트에 감염되고... 그리고 친구 그게 끝이야. 도롱뇽들은 멸종해.
전부?
그래, 한 마리 남김없이
그럼 인간들은?
인간들? 아, 인간들. 뭐,
... 바다에는 부패한 도롱뇽들 사체 때문에 오랫동안 악취가 풍길 거야.... 결국은 만물이 예전의 모습을 찾을 거야. 죄 많은 인류를 벌하기 위해 하나님이 내린 대홍수의 전설이 생겨나겠지. 영국이나 프랑스나 독일이라는 나라들에 대한 전설이 생길지도 몰라.
그다음엔?
그다음은 나도 잘 모르겠네.
잘 모르겠다던 카렐 차페크는 독일이 프라하를 점령하기 몇 달 전 인플루엔자 합병증으로 죽었다. 하여 그는 나치가 자행한 비극을 보지 못했다. 로봇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그의 형 요세프 차페크는 강제수용소에 끌려가 45년 4월에 사망했다.
카렐 차페크 작품을 네 번째 읽었다. 간밤에 MB께서 동부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차페크가 말했다." 근데 말이야 그렇게 경망하게 놀다가는 언젠가는 벌을 받아요."라고
오래전에 읽은 차페크 작품들도 다시 한번 보고 미뤄둔 《R.U.R》도 얼른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