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편안함 속에서 썩어라!

by 미상이


폴란드 작가 볼레스와프 프루스의 소설 『인형』


작년에 도서관에서 상하권 모두 빌려와 반납일을 넘기고를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상권만 읽고 하권은 안 읽었다.

나이 들면 시간이 많아 책을 더 많이 읽게 될 줄 알았다.

노인들은 왜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디고 외로워할까, 시간이 많은데 책 읽으면 되지......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내가 나이 들고 시간이 많은 지금 오히려 책을 읽지 않는다. 일단 시력이 안 좋아지니 책에 집중이 안 된다. 집중력이 떨어지니 진득하게 오래 앉아있질 못한다.

젊어서는 하룻밤에 소설 한 권을 읽고 대하소설도 읽었지만, 가만히 앉아 책 읽는 일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임을 내가 나이 드니 알게 된다.

토요일 모처럼 편집 작업할 게 있어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왔다.

지난해 인형 (상)권을 읽고 메모해 둔 글을 읽었다.

“ 이상한 일이야. 하늘이나 새나 지상의 사람이나 저마다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옆으로 비켜서서 보면 그들의 예상이나 의도보다 훨씬 강한 어떤 악의적인 흐름이 그것들을 앞으로 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밤에 기관차에서 발산되는 불빛의 흐름까지도.......? 눈 깜짝할 사이 반짝이다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 ”


내가 책을 읽다가 중간에 때려치운 것은 장정일의 소설 딱 하나였다. 제목도 잊어버렸지만 『보트하우스』였던가? 장정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정일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은 좋아한다. 그런데 그 책은 차마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 중간에 때려치웠었다.

그런데 『인형』은 그렇게 덮어버리면 안 되는 소설이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한, 내가 떨어질 벼랑이 얼마나 깊은지 생각할 수조차 없다니 ..... 이건 추락이 아니라 치욕이야.... 편안함 속에서 썩어라! “

이 아름다운 책을 대충 읽고 그나마 (하)권은 읽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다시 <보쿨스키>씨의 마지막 행보를 지켜보고 싶어졌다. 내용이 아닌 ’ 프루스‘의 그 문장들을 꼼꼼히 저장하고 싶어졌다. 아끼고 아껴가며 다시 이 책을 끝까지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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