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온 SY의 편지( 81년 12월 27일) 오른쪽 푸쉬킨의 시는 83년 9월 3일 - 둘이 꽤 오래 편지를 주고받은 사이인가 보다. 앞으로 편지가 더 있을 듯... ( 시 보낸 것은 대필 의혹이 보인다. 친구 중 누군가에게 부탁한 듯싶은 완전히 다른 필체다. ( 그 시절 유행한 필체 )
편지지가 너무 예쁘다.
요즘 청첩장 분위기, 인천에서 온 여학생 편지다.
이런 예쁜 편지지에 밤 12시가 넘어 편지를 쓰고 있는 소녀.
그 시절 소녀들은 그랬다.
1981년 12월 27일에 보낸 편지
둘이는 주안역에서 만나기로 하고서 서로 펑크를 냈나보다.
그 후 83년 9월에는 푸쉬킨의 시를 적어 보냈다.
짧은 만남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편지는 여학생이 남편을 많이 좋아하고 있다.
무거운 눈꺼풀이 1kg이 될 거라는 말이 유치하고 웃기다( 어쩌면 중학생일지도)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남편에게는 이 여학생 말고도
편지를 주고받는 다른 여자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학생이 시 적어보낸 거에 " 어린 나는 오빠의 고뇌를 알 수없고 도움을 줄수 없다" 라고
적은 걸 보면 나쁜남자의 전형적인 이별수법 같은 느낌이 짙다. 분명 남편은 편지에 오빠는 힘들고 어쩌구저쩌구 서서히 고뇌에 찬듯?고상한 척하며 이별암시를 했을듯 싶다.
한마디로 이 남자는 바람기 있는 나쁜 남자였다
끼 있는 나쁜 남자들이 그렇듯이 매력은 있었을 것이다.
<스프링팜스의 위켄드>라는 영화를 찾아보았다.
이태리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로마의 휴일>처럼 로마를 배경으로... 위켄드 (주말?)라고 한 걸 보니 < 로마의 휴일> 패러디영화였을 것이다. 당시 이런 영화는 얼마나 낭만적이었을까.
아, 그 시절 그 나라는 우리 모두 꿈꾸던 곳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오빠를 생각하는 그 여학생의 마음이 보인다.
함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싶어서 얼음이 녹기 전에 보고 싶은 마음. 조용한 스케이트장에서 데이트하고 싶은 마음. 아 그러나 이 오빠는 양다리 문어 다리를 펼치고 계셔서 많이 바쁘셨다. 이 여학생은 나중에라도 알았으려나, 알고 헤어졌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