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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이 Aug 27. 2023

만리포에서

군입대 한 친구가 보낸 편지 5


ㅇㅇ 에게     

어느새인가 내 곁에는 가을이란 말이 나오는구나.

그동안 잘 있었니?

너를 못 본 지가 두 달 밖에 안 지났건만 몇 년이 지난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낙방이라는 언젠가는 누구나 한번 마셔야만 하는 고배를 들고 쓰러지지 않는 ㅇ가 되려고

재수라는 문을 열고 공부한 지도 무척 시간이 오래된 것 같애.

이젠 얼마 안 남은 마지막 정상을 향해 낮과 밤을 가리지 말고 공부하고 있을 ㅇㅇ를생각하니 무슨 말을 하나 단지 한마디 ‘정상에서 만납시다’ 밖에 안 나오는구나.


나는 이제 군대 생활 4개월째 접어들고 있지만 10월 8일 날 이곳 부대에 배치되었단다. 이곳은 앞에는 천리포 옆에는 만리포 뒤에는 연포로 이어지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태안반도 끝이고 낮에는 서늘하지만 밤에는 겨울 날씨란다.

부대라야 산꼭대기에 있는 것으로 고참도 몇 명 안 되는 평택에서 파견 나온 부대로 가족적인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러나 내 밑에 졸병이 하나도 없는 말단 졸병이기에 밥 먹고 설거지 청소를 하고 잡다한 일들도 또 맡아하고, 또 초소 경비도 서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단다.

 이곳 고참들은 시간이 많이 있어서 전공과목을 공부하거나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있어. 나도 내년 2월 달이면 내 밑에 졸병이 들어오기 때문에 공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네.

그리고 이곳은 한 달에 한 번씩 4박 5일로 외출을 나가는데 11월 달에는 10일부터 20일 사이에 나갈 것 같지만 만나지 말고 12 월달에 시험이 끝난 뒤 그때 만나기로 하자.

자 이제 마지막 노력만이 네 눈앞에 있는 것 같애.


들에서 일을 하는 농부의 손에 거머쥐는 곡식을 감고 환히 웃는 농부와 같이 ㅇㅇ도 가을과 함께 끝맺음을 잘하여 밀알이 싹트려는 노력같이 인생의 참 열매를 맺도록 하려무나

그런 마지막까지 건강하길 빌고 마지막 웃는 자가 되자.

그럼 안녕! 10월 17일  

   

만리포에서     


     

      

여학생 편지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군대 간 친구가 보낸 편지다

그러고 보니 군용 편지지 맞다

만리포에서 군 생활을 한 친구가 보낸 편지다

남편은 대입에 낙방을 하고 재수를 하고

친구는 바로 입대를 했나 보다.

친구는 만리포에서의 군 생활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말하니 다행이다 싶다

군 생활 중에 4박 5일 외출 나오는 그 시간이 얼마나 좋았을까

두 청년의 미래를 응원한다     

젊음이 정말 잠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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