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의 영어공부 이야기 2
#26살에 영어공부 시작, 순수 국내파 used to be a private tutor의 생생한 영어정복기
내가 영어를 내 몸에 새기게 된 아주 큰 계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나는 적정기술과 관련한 사단법인에서 일했다.
잠깐 적정기술가 뭔지 이야기하자면,
적정기술은 선진국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고, 그 나라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약간 ODA 사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자연스럽게 국외 현지와 업무 하는 상황이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그 일을 할 수는 없었다.
이유는?
당연히 영어를 못 하니까.
그럴 줄 알고 박사님들은(사단법인 멤버는 대부분 교수, 연구소 박사, 원장님 등이었다.) 영어를 잘하는 또 다른 인턴을 뽑았다. 그 친구는 ‘언어는 언어답게’라는 교육관을 가진 아버지 밑에서 자라 초중고 모두 외국인 학교를 나왔다. 뭘 더 말하나?
그때부터 영어가 약간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굳은 결심과 의지로 영어공부를 하는 것은 또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단법인 소속 박사님, 교수님, 대표님 몇 분이 캄보디아로 출장을 가셨다.
항상 업무에 차질이 있었기 때문에, 영어도 못 하실 거라고 으레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영어 잘하셨고, 현지 업무를 척척 해나가는 모습에 충격받았다.
영어를 할 수 있으니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
영어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겠다. 기회를 열 수 있겠다.
영어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그날이었다.
진심으로 영어를 해보고 싶었다.
그날로 진짜 영어, 다시 말하자면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수 있는 영어를 해보고 싶었다.
'애기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은 쉬울 거야.'
그래서 세서미스트리트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들리는 건 오직 ‘엘모’뿐..
허파에 바람이 들어 세서미스트리트를 보는 게 뿌듯했던 나는 인턴 동기에게 말했다.
‘나 영어공부 세서미스트리트 보면서 하고 있어!’
‘영어공부 하세요?’
‘응!, 어떻게 하면 영어 잘할 수 있어? 이렇게 하면 되려나?’
‘(깊은 한숨) 후, 그냥 단어나 외우세요.’
쥐구멍이 있었다면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그녀의 얼굴
뭔가 세게 무시당한 것 같은 그녀의 눈빛..
울고 싶었다.
세서미스트리트는 그 이후로는 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