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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Jan 07. 2016

I'm a Dirty Dinosaur.

나는 더러운 공룡이에요

퀸즈랜드 주의 도서관에서는 일주일에 3-4일 정도, 아침에 미취학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요. 한국의 문화센터 프로그램과 대략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 날 때마다 여기 가는데요. ‘문센’에 다녀 본 적이 없으니 질은 비교가 안되지만 일단 공짜니까요. 이 동네는 공짜가 잘 없거든요… 프로그램 전후로는 동네의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 나눌 수도 있고, 또 간 김에 다른 책이나 장난감을 빌려오기도 해요. 그리고 에어컨도 항상 빵빵하고, 근처에는 공원이 있어서 도서관에 갔다가 공원에서 놀다 오기도 하고요. 아, 정말 호주 도서관 사랑합니다. 도서관에 앉아서 수유도 하고… 


칸막이 의자와 게임기 (흰색 책상) 회의실, 원탁 등도 있어요

하루 30분 정도인 어린이 프로그램은 보통 Nursery Rhyme (동요)이나 책 읽기 시간, 동요에 맞춰 춤추기 등이고요.  오는 아이들은 4주 된 아기부터 2-3살 아이들까지 다양하답니다. 처음 칠복이를 데려갔을 땐 한 8주?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처음엔 앉지도 못하던 칠복이가 이젠 15분 정도는 제법 앉아서 이야기를 듣거나 노래를 듣는 걸 보면 대견합니다.  

비치 의자에 누워 잡지 읽기, 공원 저쪽엔 놀이터가...

책 읽는 시간이 끝나면 그날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서 누나, 또는 할머니께서 아이 등이나 가슴에 “난 오늘 도서관에서 책 읽고 왔다” 는 스티커도 붙여주고, 색칠 공부도 한 장씩 선물로 줍니다.  사실 거창한 활동은 아니지만, 참 아기자기하고 흐뭇한 느낌이에요.

알록달록 벽에는 레고를 붙일 수 있다

최근엔  First 5 Forever라는 프로그램이 시작됐는데요. 45분간 도서관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다른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 반, 책을 읽고 율동과 함께 동요를 부르는 시간이 반이에요. 저희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에서는 매주 금요일 이 프로그램을 하는데요. 어느 날 이 프로그램에서, 이런 선물을 받았어요.














주정부에서 새로 시작한 도서관 캠페인이에요.  First 5 Forever! 아기 생후 첫 5년 중에 아기 뇌 발달의 90퍼센트가 진행된다며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고, 노래도 많이 불러주라…. 는 내용인데요. 여하튼 동요집에, CD에, 책도 한 권 공짜로 받았으니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저 인형은 제 작은 손으로는 감당이 안되네요..) 도서관에서 줄 정도의 책이면 분명 내용도 좋겠죠?


<I’m a Dirty Dinosaur 나는 더러운 공룡이에요>라는 이 책의 표지에는 호주 음성 병리학회 2014년 최고의 책, 호주 어린이책 협회의 Honour를 수상한 책이라는 딱지가 자랑스럽게 붙어있네요. 작가 중 한 명, Janeen Brian 재닌 브라이언 홈페이지를 방문해 봅니다. 호주의 그림책 작가로 80권 이상의 책을 펴냈군요.  초등학교 교사에서 전업해서 현재는 어린이/청소년 책 작가로 20년 이상 활동 중! 원로 작가네요. 남호주에서 자라 지금도 근방에 산다고 하는데요. 으음…  지난번 소개해 드렸던 Mem Fox도 남호주의 애들레이드에 산다던데,  남호주... 아직 가보지 못했지만 궁금해집니다. 아는 분의 말로는 너무나 건조해서 김을 꺼내 놓으면 바삭해진다던데요. 


작가에 대해서 더 궁금하시다면...


 Ann James 앤 제임스는 따로 구글에 홈페이지가 뜨지 않네요. 호주 펭귄 출판사의 프로필을 볼까요? 앤 제임스 역시 미술 선생님에서 전업해 20년여 동화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직접 지은 책도 두권이나 있고요. 동물을 좋아해서 바닷가에 있는 집에서 두 마리의 개를 기르고 있대요. 또, 멜버른의 작업실 아래층에 친구와 함께 서점 겸 삽화 갤러리 <Books Illustrated>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부럽네요. 부럽습니다….


예쁜 카페 느낌이죠!?


이 책은 매직 펜슬, 진흙, 수채로 작업했다고 하는데요. 매직 펜슬이 뭘까요. 어릴 때 여러 가지 색의 크레파스를 스케치북에 겹쳐 칠한 다음에 칼로 긁어내는 놀이가 생각나는 그런 색이기도 하고요. 아니면 중학교 때인가 한 심에 여러가지 색이 하나로 합쳐진 색연필이 생각나는 색이기도 하네요.




자, 그럼 책을 펼쳐봅시다. 음…. 수상 경력과는 상관없이 속지 건너뛰고 시작합니다. 역시 외국책은 참 검소하죠? 하하하. 



진흙을 좋아하는 장난꾸러기 공룡은 몸 여기저기 진흙을 묻히며 놉니다. 이렇게 코에서 시작해서 점점 온 몸이 더러워지는데요. 신체의 이름, 각 신체에서 날 수 있는 소리, 그리고 Dirty라는 단어가 반복됩니다. 


아기를 키워보시면 아시겠지만  Dirty라는 단어, 참 많이 사용하게 되죠…. 책으로도 이렇게 가르치게 되니 좋군요. 요즘 기저귀를 갈아줄 때, Dirty라고 하면 한 20초 정도 가만히 있어요. 참 아기가 크는 게 신통방통하죠.


이 책은 라임도 충실한데요. 영어 공부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라임을 살펴 볼까요?

사용된 라임

Snout(동물의 뾰족한 코 부분)- sniff and snuff about
Face- shake about the place 
Tum (tummy: 배) - tap it like a drum
Feet- stamp about the street 
Tail- slide it like a snail 
Oh, my gosh!– Give myself a wash!


역시 도서관에서 추천한 책인 만큼 처음 말을 배우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네요. 실제로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고 얼마 후  Yucky라는 말을 시작했습니다…. (왜 다른 좋은 말 다 놔두고..)



단순한 내용이지만 손에 들고 읽으면 즐거운 책인데요.  동화책은 소리 내서 읽기 때문에 읽는 맛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부모가 읽는 게 지겨우면 안 읽어 주게 되니까요. 이 책은 라임과 반복되는 부분을 노래하듯이 읽으며 아이와 엄마가 같이 웃게 되는데요. 이렇게 부모가 아이가 그림책을 읽는 활동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은 단순히 책의 내용을 배우는 것 이상의 좋은 추억을 아이에게 주는 것 같습니다. 


한편 그림을 보면 더러움을 즐기는 장난꾸러기 공룡의 표정이 재미있고요.  불필요한 묘사가 생략돼 각 장면이 시원시원한데요.  어디가 더러운지 한눈에 들어와 아이에게 각신체 부위의 이름을 알려주기가 쉽죠. 또 진흙의 색깔이 편안한 느낌을, 공룡의 윤곽에 쓰인 알록달록한  매직 펜슬이 단조로울 수 있는 화면에 다채로운 느낌을 줍니다.

헤헷!

퀸스랜드 정부에서 말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선물한 책, <I’m a Dirty Dinosaur 나는 더러운 공룡이에요> 읽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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