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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Jan 21. 2016

Where's Bear?

말을 시작하는 아기에게 - 문제 청소년일 수 있었던 작가의 화려한 성공

어느 날, 곰과 토끼가 나란히 앉아 응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작업(?)이 끝날 때쯤 되자, 곰이 “토끼야, 너 털에 응아 묻는 거  괜찮아?”라고 물었습니다. 토끼는 “어, 뭐  괜찮아.”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곰은 “그래? 그러면…” 하고 토끼의 귀를 잡고 자기 엉덩이를 닦았…


다는 옛날 조크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신지. 웃기긴 한데, 왜 곰과 토끼인가라는 부분이 왠지 맘에 걸렸었지요. 토끼와 거북이도 아니고, 보통 미련한 곰의 짝은 여우인데 말이죠. 이 책에서 그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Bear and Hare 시리즈 중 한 권인 Where’s Bear? 는 아주  어린아이부터 대략 말하는 나이까지는 봐도 될 듯한 간단하고 인터랙티브 한 책입니다. Bear와 Hare 중 Hare가 토끼인데요. 베어/ 헤어가 라임을 이루죠? 


여기서 잠깐 질문- 왜 rabbit이 아니라 hare일까요? 아래의 사이트가 친절하게 설명해 줍니다. 이 두 토끼는 전혀 다른 종이네요. 일단 겉모습에서 hare는 검은 점이 있고 귀가 더 길다고 합니다. 바로 이 시리즈의 Hare 같은 모습이네요. 또 Hare는 야생 토끼에 가까워요. 땅 위에 살고,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대요. Rabbit은 피터 래빗처럼 땅 속에 살고, 사람들의 채소도 가끔 훔쳐먹고, 무리를 이뤄 산다고 합니다. 


출처는 아래에. 더 자세한 설명도 아래에




Emily Gravett의 작가 홈페이지를 들어가니 맥밀란 출판사로 들어가지네요. 전속 계약이라도 맺은 걸까요. 위키로 들어가 보니, 오호. 참으로 흥미로운 인생인데요. 그녀는 영국 브라이튼에서 미술 교사인 어머니와  판화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이 이혼, 이후 16살에 미술 과목만 중등 검정 시험을 치르고 학업 중퇴(다시 말해 다른 부분은 중등 졸업증이 없음), 8년간 영국을 여행하다 배우자를 만납니다. 결혼 후, 웨일스에 정착하여 딸을 낳고 갑자기 일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할 줄 아는 게  미술밖에 없어 미술 학원을 열었다가 닫고 귀향. 지역 대학에 거의 우겨서 입학합니다.


그런데 2학년 때 학교 프로젝트로 맥밀란 아동 일러스트레이션 대회에 출품한 두 권의 책이 1, 2위로 나란히 입상해 버립니다.  그중 Wolves(늑대들)가 맥밀란과 출판 계약을 맺게 되고요. 졸업 후 출판한 그녀의 책들은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이라는, 아동 그림책 일러스트레이터를 대상으로 한 권위 있는 상을 2번 연달아 수상합니다. 아직 3번 수상한 사람이 없다고 하니 최다 수상자 중 한 명이겠네요. 수상작은 첫 작품 Wolves와 네 번째 작품, Little Mouse’s Big Book of Fear (겁쟁이 꼬마 생쥐 덜덜이/어린이 작가정신 출간)고요. 다수 작품이 같은 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2008년엔 세계 책의 날에 영국 공식 일러스트레이터로 참가했고요. 그 외 네슬레 아동서 프라이즈 동메달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네요.


이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다면...


심사 위원들이 극찬한 Wolves는 학교 숙제로 6주 만에 완성하여 그대로 출판, Orange Pear Apple Bear는 꿈에서 영감을 받아 일어난 자리에서 11시간 만에 완성. 대단한 속도입니다. 열여섯에 학업을 중퇴하고 여행을 떠난 에밀리를 보며 누가 이런 미래를 점쳤을까요. 본인의 재능도 물론 대단하지만, 엄마가 된 후에도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 주었겠지요. 


그럼 책의 내용을 볼까요?  

오늘도 대출 감사합니다, 도서관 님!


내용은 간단합니다. 약간 똑똑한 친구 헤어(이름이  Hare)와 약간 멍한 친구 베어가 숨바꼭질을 하네요. 



아이고... 베어는 너무 찾기 쉬운 장소에만 숨으니 이번엔 헤어가 숨어볼까요?




그런데 애먼 장소에서 헤어를 찾던 베어는 침대에서 잠들어 버리고 헤어는 그런 베어를 다시 찾아 나섭니다.



하지만 아무데서도 베어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어요! 친구를 찾을 수 없어 슬퍼진 헤어가 “I want bear!”를 외치자 깜짝 놀란 베어가 일어납니다. 


둘은 껴안으며 끝!


귀엽고 생동감 있는 동물들, 화사한 색상, 재미있는 디테일 (침대 밑에 놓인 도자기는 분명 요강이지요. 영어로 Bedpan이랄까. 베어가 쉬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네요. )이 사랑스러워요. 읽으면서 진짜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숫자를 세며 숫자도 알게 되고, 몇 번 읽어 준 후엔 아이한테 곰은 어디 있어? 아니면 토끼 여기  있어?라고 물어볼 수도 있는 그런 책입니다. 그러면 아이가  There, No 같은 간단한 단어로 대답할 수 있겠죠? 지금 말을 막 시작하려는 아이에게 딱 맞아 자꾸 집어 들게 되는 책이네요. 


어릴 때 친구들과 같이 놀러 가는데, 자꾸 동생이  따라왔어요. 누나들끼리 논다고 아무리 말을 해도 저만치서 따라오던 동생. 친구는 벽 뒤에 숨자고 말했고, 저는 친구가 마음 상할까 봐 그 말을 따랐는데요. 동생은 누나가 보이지 않자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힘없이 뒤돌아 집으로 향했어요. 친구는 재미있어했지만, 저는 그 뒷모습이 내내 맘에 걸렸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까지 생각나는 걸 보면 말이죠. 이 책은 약간 똑똑한 헤어가 약간 부족한 친구 베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같이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베어가 잠깐 안 보인다고 완전히 풀이 죽는 헤어의 모습을 보세요.


요즘은 칠복이가 숨바꼭질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제가 숨을 땐 항상 팔  한쪽, 발 한 짝을 잘 보이게 내놓습니다. 잠깐이라도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요. 


남과 조금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영국에서 손꼽히는 일러스트레이터 중 하나가 된 에밀리 그래빗의 Where’s Bear 읽어봤습니다. 이 책은 Hare and Bear 시리즈로 같은  등장인물이 다른 에피소드를 겪는 책들도 나와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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