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썸 할머니와 포썸 손녀의 맛 찾아 호주 유람
늦은 포스팅, 이유는 지난 주가 공휴일이라 친구 집에 방문했거든요. 칠복이도 친구랑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그런데 무슨 공휴일이냐고요? 바로바로바로! 호주의 날. 호주의 건국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호주의 날에는 바비큐를 하죠. 밸런타인데이의 초콜릿과 마찬가지로, 호주인이라면 양고기!라는 호주 식육협회의 가열찬 마케팅의 결과 (방송 광고도 해요), 호주의 날에는 양고기가 바비큐에 올려집니다. 물론 맛있는 호주 맥주를 곁들여야죠. (포 엑스는 잊어 주세요.) 그리고 바다 수영을 하고 나와 모래사장에서 호주인이 사랑하는 크리켓 게임을 한 판 하면 아주 모범적으로 호주의 날을 보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왼쪽 위부터: 호주의 상징 아이템 중 하나인 '쪼리' 모양의 물놀이 튜브. (저런 신발도 실제 판매함), 고기와 곁들이는 효자 저렴이인 소시지, 호주의 상징이 모두 나와있는 이미지, 마지막으로 역시 호주의 상징 아이템 중 하나, '스터비' (맥주를 차갑게 유지하기 위해 맥주를 저기에 끼워 마십니다) 한국의 엄숙 주의와 대비되는 호주의 날. 개천절을 진짜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호주가 부럽기도 하네요. 완벽한 국가는 없습니다만, 뭐든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는 호주인의 태도라면, 어떤 상황이든 호주의 날을 즐길 것 같아요.
올해 호주의 날 광고의 특이한 점은 바로 최근 인기 있는 리 린친이란 중국계 방송인이 주연으로 나온다는 점인데요. 제목은 '오퍼레이션 부메랑'. 추운 겨울 호주의 날을 보내는 해외의 호주인들을 구출(?)하는 작전입니다. 호주 텔레비전 광고는 대체로 저예산이라 안습 퀄리티가 많은데 오랜만에 멋진 광고 한 번 찍으셨네요. 여튼 호주 텔레비전에도 조금씩 동양인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러닝맨 호주편도 텔레비전에서 방영하고요. 일본과 중국 예능 프로는 있었는데, 한국 예능도 방영된다니 참 감개무량합니다.
작전 부메랑! 외 다양한 호주의 날 광고를 보고 싶으시다면.
한편, 구글에서는 구글 두들에 나올 호주의 날 이미지를 공모했는데요. 16세 학생이 그린 "Stolen Dreamtime'이란 이미지가 구글의 첫 페이지에 실렸답니다. 드림타임이란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 사람들의 천지창조 전설이에요. 그런데 왜 그걸 도둑맞았냐면... 유럽인들의 이주 후, 애보리진 아이들을 부모에게서 빼앗아 입양 또는 시설에 수용한 사건의 희생자들이 생겨나요. 그 아이들은 고유문화를 금지당하고 친부모와 연락하는 것 역시 금지됩니다.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라는 이 사건의 희생자들은 최근에야 '충분한' 사과를 받았지요. 이전에도 한 번 사과는 있었지만, 유감 어쩌구 해서 충분하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았거든요. 이 후 사람들은 이런 정부의 태도에 반발하여 '쏘리 데이' 를 만들었고요. 2008년 케빈 러드 호주 수상은 'sorry' 라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말을 사용하여 지난 정부의 잘못을 사과했는데요. 'We say sorry' 라는 말은 연설 중 3번, apologize 라는 말도 두 번 나옵니다. 사과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죠
호주의 날을 맞아 제가 자주 가는 지역 도서관에도 도둑맞은 세대 관련 전시가 돼 있더라고요. 식민주의로 시작해 논란이 있는 호주의 날이고, 또 미안하다고 다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호주 정부에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오늘은 호주의 날이니까, 지난번에 소개했던 호주의 국민 어린이 책 작가, 밈 폭스의 처녀작, '포썸 매직'을 소개해 드리려 해요. 밈은 삼십 대에 아동 문학에 입문하여 대학 숙제로 그녀의 첫 동화책 <포썸 매직>을 쓰는데요. 5년간 아홉 번이나 출판을 거부당하고 출간된 이 책은 호주 최대의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잦은 재판으로 오리지널 인쇄 필름의 색이 바래 질 정도였는데, 최근 출판 기술의 발달로 색이 복원됐다는 기사가 기억에 남네요.
그림 작가인 Julie Vivas 역시 이 책이 처녀작이었는데요. 원로 작가지만 아직 왕성하게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입니다. 원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는데 전업했네요. 곧 보시겠지만, 예쁜 수채화 스타일, 그리고 '논란이 될 수 있는 주제를 타협 없이 현실적으로 그림 속에 녹여낸' 작가라고 합니다. 대표작은 "The Tram to Bondi Beach", "Wilfrid Gordon McDonald Partridge", "Let the Celebrations Begin" 등이 있다고 하는데요. 잠시 찾아보니 주제가 치매, 나치 등 정말 쉽진 않은 주젠데 평이 좋네요. 나중에 읽게 되길 바라면서요.
작가 소개가 더 궁금하시다면, 지난 포스팅 참조.
일러스트레이터, 줄리 비바스 소개.
.
자 그럼, 포썸이 부리는 신비로운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호주에 사는 귀여운 동물 포썸들이 마법의 맛을 찾아(?) 호주 전국을 누비는 이야기!
옛날, 하지만 그렇게 옛날은 아닌 그런 옛날, 호주의 깊은 사막에 두 마리의 포썸이 살았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허쉬와 포스 할머니였습니다.
마법사인 포스 할머니는 여러 가지 마법을 부릴 줄 아는데요. 그중 가장 대단한 마법은, 손녀인 허쉬를 안 보이게 만든 것이었습니다.
투명인간, 아니 투명 포썸이 된 허쉬는 캥거루 등 타고 미끄러지기같이 재미있는 장난을 치기도 하고, 무서운 뱀에서 도망치기도 하고, 투명 상태를 아주 즐기는데요. 그러다가 어느 날, 할머니에게 말합니다. '할머니,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요. 절 다시 보이게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
그런데 막상 포스 할머니는 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뭔가 사람 음식과 관계가 있었다는 거 말고는요. 그래서 둘은 식도락 여행 몸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지요. 그리고 애들레이드에서 안작 비스킷을, 멜버른에서 모네와 민티, 시드니에서 스테이크와 샐러드, 그리고 브리즈번에서 펌킨 스콘을 먹습니다. (음식과 도시 이름이 같은 글자로 시작하죠?... 브리즈번만 빼고요. 역시 Beer는 아기 포썸에게 무리였겠죠. 후후후)
그리고 드디어, 멀고 먼 북쪽, 다윈에서 베지마이트 샌드위치를 먹은 포썸의 꼬리가 돌아옵니다!
*베지마이트 샌드위치는 호주인의 식탁에서 말하자면 김치랄까, 된장이랄까의 권위를 가진 스프레드입니다. 오묘한....... 맛이 나죠. 으음........ 외국인이 처음부터 쉽게 좋아할 수 없는 맛.
그리고 퍼스에서 먹은 파블로바에 몸통과 다리가 돌아 옵니다.
*(파블로바 그림이 작아서..) 파블로바는 머랭을 구워 위에 크림과 과일 등을 올려 먹는 디저트인데 역시 뉴질랜드와 호주가 원조국임을 다투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즈메이니아의 주도 호바트에서 먹은 레밍턴에 허쉬의 머리까지 돌아옵니다!
*레밍턴은 초콜릿으로 코팅된 스펀지 케이크(가끔 딸기잼이 들어 있기도 함)를 코코넛 칩에 굴린 것으로 브리즈번이 위치한 퀸즈랜드가 원조라는 설이 지배적입니다. (가끔 뉴질랜드가 원조임을 주장)
자, 이렇게 귀여운 모습이 다시 나타난 아기 포썸 허쉬! 그 후 매 년 생일 때마다 허쉬는 베지마이트 샌드위치, 파블로바, 그리고 레밍턴을 모두 조금씩 먹는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다시 사라지지 않도록요. 그리고 허쉬는 그 후로 계속 사라지지 않았대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 호주는 굉장히 큰 나라입니다. 할머니랑 아가가 자전거로 돌면 대체 얼마나 걸린 거니...
구글을 해보니 역시 하신 분이 있군요..... 약 8개월 걸렸다고 하네요. 태즈메이니아까지 갔다면 1년은 걸렸겠는걸?
오늘은 호주의 날을 맞이하여, 할머니와 손녀가 자전거로 호주 여행, 아니 맛 탐방, 아니 자기의 모습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한 귀여운 이야기, <포썸 매직> 읽어 봤습니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독특한 호주 동물들, 흥미진진한 이야기, 그리고 할머니와 손녀의 사랑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이야기였네요. 호주만의 독특한 맛 소개는 덤이었고요.
그런데 마치고 나니, 오늘은 영어 학습의 포인트가 좀 부족한 듯? 허전하네요....
오늘의 영어 한 마디입니다. 처음 모습이 돌아오지 않는 아기 포썸, 허쉬에게 포스 할머니가 위로하는 대사!
"실망하지 마!" (Don't lose heart!)
오늘 뉴스에 취업이 많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날씨도 춥고... 혹시 이번에 안됐더라도 하트는 잃지 마세요!
덧.
위에 개미와 배추만의 샌드위치가 대체 무슨 말인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에 그 비밀이...!
호주 팝 처음 빌보드에 오른 Man at Work의 Down Under. 어릴 땐 진짜 저렇게 들렸는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