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니 Apr 05. 2016

Welcome Home, Bear

아무렇지 않게 해외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는 한국 작가를 발견하는 기쁨 1

갑자기 촬영 코디 일이 연속으로 들어와서 지난달엔 거의 글을 쓰지 못했네요. 올해도 벌써 4월인데, 새해 다짐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못했는데요. 촬영 코디란 어떤 방송의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 해외에서 촬영하는 부분을 현지에서 보조해 주는 역할이에요. 운전이나 통역뿐 아니라, 사전 조사 영역부터 거의 팀의 일부가 되어 일하게 되는데요. 재미있긴 하지만, 며칠간 온종일 하는 일이라 다른 일은 거의 하기가 어렵답니다. 그래도 꾸준히 할 테니까요,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방송계 여러분이 계시다면 브리즈번 촬영 오실 때 연락 주세요. :) ㅎxㅎ



도서관에 가면 항상 한국어로 된 책이 있나 먼저 살펴보는데요. 대부분 그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실망하곤 해요. 마음 같아선 한국에서 많이 공수해 오고 싶지만, 배송비도 그렇고, 뭐가 좋은 책인지도 모르겠고... 특히 그림책은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알기가 어려워요. 직접 펼쳐보고 내용뿐 아니라 그림이나 편집도 다 봐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데 이번엔 정말 예기치 않게 반가운 책들을 만났어요. 먼저 나일성 작가의 <Welcome Home, Bear>인데요. 한국에선 <똑똑똑>이라고 소개됐네요. 


다채로운 색감과 동물들의 묘한 형태감에 눈이 끌려 집은 이 책. 


내용은 이렇습니다. 

숲 속에 사는 곰은 어느 날, 똑같은 푸른 하늘과 숲에 질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집을 하나 하나 방문하는데요.

오랑우탄 네 집은 비가 계속 왔고, 가파른 절벽 위 염소네 집은 현기증이 났고, 새 집은 너무 높았고, 북극곰이랑 퍼핀네는 너무 추웠다.



그 외에도 여러 친구들 집을 방문하지만 곰에게는 맞지 않았어요.  처진 어깨로 집에 돌아오는 곰....

친구들 집을 모두 방문하고 나자, 곰은 피곤했다.
곰은 그냥, 너무 높거나, 답답하거나, 가파르거나, 깊거나,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오거나, 진흙 투성이이지 않은 그런 곳에 있고 싶었다.


그곳은 어디였을까요?

바로 떠나왔던 곰의 집, 숲 속이었죠. 덤불 이불에 바위 베개를 벤 곰의 모습이 아주 행복해 보입니다.


익살스럽고 생동감 넘치는 귀여운 곰과 그의 다양한 친구들, 만져질 것 같이 화사하면서도 입체적인 색감이 돋보이는 <Welcome Home, Bear> 인데요. 보시다시피 이 책의 그림이나 내용은 특별히 한국적이진 않습니다. 단어의 선택도 동화책에 전혀 어색하지 않고요.  그런데 이름은 당당하게 Il Sung Na라고 한 자 한 자 영어로 옮겨 놓은 모습이 아무리 봐도 2세는 아니고.... 

번역서를 보시면 판권장이라는 게 있는데요. 작가가 누구고 원래 어느 출판사에서 몇 년에 출판했으며, 어느 에이전시가 **언어권 출판을 도와 **출판사가 몇 년에 몇 쇄 발행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원래가 랜덤하우스 키즈라는 해외 출판사를 통해 발행됐군요. 자기 스타일을 지켜가며 해외 출판사에서 계속 책을 내고 있는 이 작가, 대체 누구지? 


비밀은 여기에 있었군요. 나일성 작가는 영국 유학 중 그림책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합니다. 2008년에는 he Big Picture Best New Illustrators Award(영국 최우수 신인 일러스트레이터 상)에 지명됐다는데요. 이 상은 2000년 이후 영국에서 출판한 책 중 단 10명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수여하는 상이라고 하네요. 같은 해 ‘영국 도서 디자인 출판 상’에선 아동도서 부문 최종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고요. 미국에선 <Snow Rabbit, Spring Rabbit> (한국명 호기심 토끼)가 전문 서평지인 Kirkus Reviews에서 선정한 The Best of 2011 Children’s Books list에 오르기도 했다고 하네요. 


짝짝짝. 이렇게 해외에서 열심히 자기 자리를 찾아간 교민들을 보면 참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강남 스타일>이 한 번 세계적인 붐을 이루긴 했지만, 아직 한국 문화는 이곳의 매일매일의 삶에 자연스럽게 흡수되진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서가에 꽂혀있는 한국 이름을 발견하면 더욱 기쁠 수밖에요. 그리고 또 감사하죠. 덕분에 우리 칠복이가 좋은 책을 볼 수 있으니까요.


작가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고요. 현재는 미국에 살고 계시군요.

눈을 뗄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나일성 작가가 계속 좋은 책을 많이 내 주시길 바라며...


브리즈번에서 만난 반가운 한국 책 두 번째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