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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Apr 05. 2016

POOL

아무렇지 않게 해외 서가에 꽂힌 한국작가를 발견하는 기쁨2

지난 번에 리뷰를 올렸던 나일성 작가의 Welcome Home Bear에 이어 또 하나, 저를 자랑스럽게 했던 책은 이겁니다. 이지현 작가의 <수영장>. 이 책은 한국에서 발행되어 영문판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출판됐는데요. 영문판 제목은 Pool 이네요.


이지현 작가의 <수영장>

<똑똑똑> 과는 분위기가 약간 다른 이 책은, 사실 칠복이가 조금 말을 잘하게 된 후에 읽으면 더 좋을 법한 책입니다. 글이 없거든요. 잔잔하고 환상적인 그림이, 읽는 동안 다른 세계로 떠나게 해주는 듯 해요.

.


사람들로 와글와글한 풀 아래로 헤엄치던 소년은 소녀를 마주치게 되고,

 둘은 신기한 바다 세계를 유영합니다. 


빨강 파랑의 신기한 소라 물고기들, 길쭉길쭉 물뱀들, 심술궂거나 어리숙해 보이는 큰 물고기들, 그리고 아주 예쁜 눈을 가진 복슬복슬 흰 고래까지.. 


풀에서 나온 둘은 처음 물안경을 벗고 서로를 마주합니다.


색감이 은은한데다 판형이 커서 온라인으로 이 책의 느낌을 전하기가 좀 힘든데요. 이렇게 여백이 많은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읽어 보실만한 책입니다. 도화지에 색연필로 칠한 듯 소박하고 은은한 푸른 배경이 보는 내내 힐링 효과를 주기도 하고요.


이 책은 2013년 그림책 작가 양성 학교를 졸업한 이지현 작가의 졸업 작품인데요, 작년에  미국 일러스트레이터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션 금상(최고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한국 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작품은 미국 크로니클 출판사와 계약하며 한국 그림책 계약 사상 최고가라는 만 오천 달러를 선인세로 받았다고 하는데요. 선인세란, 작가가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할 때, 출판사가 이 책은 최소 몇 부 정도 팔리겠다라고 예상을 해서 그 부수에다가 인세(저작권료)를 곱하여 선불로 지급하는 금액입니다. 책 뒤에 미국 판매가가 16.99불이라고 적혀 있으니, 대략 만 부 이상은 팔릴 거라는 예상을 한 것이죠. 정확한 금액은 몇 % 계약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확실히 단권으로는 많은 금액이네요.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계약도 됐다고 하니 그쪽은 책 단가가 비싸고 책을 사시는 분들이 많아서 더 많은 수익이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어쨌든 짝짝짝. 



벌써 8년 여가 지났지만 한국에서 해외 출판 저작권 업계에 종사하던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한국 출판 시장은 갈수록 불황이고, 책을 사 보는 사람은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저작권 사업이 점점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인구가 많고, 유럽은 책을 사 보는 분위기가 있고, 양 쪽 다 책값이 한국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저작권료 수입이 짭짤했죠. 아시아 시장도 나쁘지 않았고요. 어쨌든 한국이 안 좋은 상황이니 부가 수익이 중요해졌던 거죠. 


그래서 급기야는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발행되는 작품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한국 작가가 해외 독자를 타겟으로 작업하기엔 한계가 있다 보니, 한국에서도 안되고 해외에서도 안돼서 빨리 접어 버리는 작품도 있었죠. 반대로 한국에선 판매가 저조해 해외 출판 생각도 못했는데, 갑자기 해외에서 대박이 나서 작가님께 많은 수익을 가져다 드릴 수 있었던 작품도 있었고요.  


그런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역시 작품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되는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걸 했을 경우에 1. 잘되면= 좋고, 2. 못돼도= 자기만족이 되는데, 

자기가 좋아하지도 않는데 시장에 맞춰하면 1. 잘되면=좋지만, 2. 못되면= $%%@#$? 한 상황이 오더라고요. 다른 곳에서 읽은 작가 인터뷰 중, 한국에서는 책이 너무 어렵다는 반응이 있었지만, 해외에서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모두 좋아한다는 반응이 많아 즐거웠다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작품이나, 일에 애정을 쏟는다면 어디선가 누군가는 알아 준다는 제 믿음이 증명(?)된 듯 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 는 짐 캐리 졸업 연설. 

짐 캐리도 진지할 땐 감동을 많이 주는 듯.



위의 기사를 보면 이지현 작가님은 동화 작가로서의 첫 작품을 30대에 내신건데, 이 분도 늦지만 성실하게 꿈을 실현하신 케이스가 아닌가 싶어 더욱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두 번에 걸쳐 두 작품 만나봤는데요. 해외 도서관에서 마주쳐 더욱 반가웠던 두 작품! 은은한 물결 속 환상적인 세계, 힐링과 상상력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그림책 <수영장>, 만져질 듯 화사하고 생동감 있는 그림으로 집의 소중함을 전해 주는 그림책 <똑똑똑>. 해외에 사신다면, 이 두 작품 꼭 읽어 보세요!


Welcome Home Bear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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