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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니 Jan 04. 2017

Orange, Pear, Apple, Bear

PPAP 동화책 버전?

너무나 오랜만에 하는 동화책 포스팅. 그동안 재취업을 하고, 아들은 그만큼 어린이집에 가고... 정신없는 하루하루였네요. 다행히 취업이 고등학교에 되어 방학을 쉬게 됐습니다. 호주 초중고등학교 여름 방학 (=한국의 겨울 방학에 해당하는 12월)은 약 한 달인데요. 최대의 명절인 크리스마스를 중심으로 다른 방학보다 한 번에 길게 쉰다는 것이 특징이죠. 다른 방학은 10여 주의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2주 정도거든요.


호주 학교 역시 12월이 되면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는 카드, 초콜릿, 꽃 등 작은 선물을 가지고 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학생들이 수줍게 선생님 사무실의 (분과 별로 사무실이 있어요) 문을 두드리고 선물을 건네는 아주 훈훈한 풍경을 볼 수 있죠.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가 봅니다.


한국과 비슷하게,  요즘 호주 온라인 문화의 최첨단을 알고 있는 아이들은 역시 고등학생들입니다. 얼마 전에는 제 페이스북 일본 친구의 타임라인에 떴던 PPAP(펜 파인애플 애플 펜) 동영상 얘기를 이틀도 되기 전에 하는 학생들이 있어 저는 본의 아니게 누구보다 빨리 PPAP의 전 세계적 바이럴을 예감했는데요.


바이럴 덕에 긴 버전도 나왔습니다. 하아.......

이런 느낌을 영어로는 lame이라 하죠. (구리다 정도?) 또는 Cringe... (오그라든다?) 


자국에서도 엄청나게 유행한 나머지 누군가가 데스노트 영화의 사신 (사과를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한 듯)을 이용해서 3D를 만들었네요...  후회 없는 재능 낭비? 


강남 스타일도 그렇지만, 유튜브 같은 비디오가 전 세계로 퍼지는 속도는 참 무섭다 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런 PPAP의 동화책 버전이 있으니!


지난번에도 소개한 적 있죠. 중등 교육을 받지 않고 여행으로 10대를 보내고, 엄마가 된 후에야 지역 대학에 억지로 입학했지만, 2학년 재학 중 맥밀란 아동 일러스트레이션 대회 수상과 함께 출판 계약, 이후 케이트 그린어웨이 메달 등 각종 화려한 수상을 기록하고 있는 Emily Gravett의 Orange Pear Apple Bear 입니다. 꿈에서 영감을 받아 11시간 만에 초안을 완성했다고 하는데... 당신 천잰가요?


자세한 작가 소개는 여기에...


얼마 전에 이 책을 슈퍼마켓에서 특가로 팔길래 재미있어서 샀는데요. 이야기의 주인공들 오렌지, 배, 사과, 곰입니다. Pear와 Bear 가 라임이 되네요. 한 페이지에 하나씩, 주인공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I have an orange, I have a pear...


흐응! 합체!
합체 한 번 더!


합체 또 한 번 더!!! Apple, orange, pear bear.


재미있지 않나요? 이 책은 단지 네 개의 단어와 숨표만 사용해서 익살스런 의미들을 만들어 냅니다.

물론 문법적으로는 모두 명사지만 합쳐진 두 개의 명사 중 앞의 것이 형용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이런 어려운 설명 따위 한 번에 알아지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정말 꿈에서 영감을 받을만한 기발한 책이죠? 작가의 인생 역정도 그렇고, 쓱쓱 그린 스케치가 남아있는 그림 스타일을 보면 시원시원하고 재기 발랄한 성격일 것 같아요. 침대에서 나오지 않고 11시간 만에 죽 그려냈다는데, 엄마면서도 어쩌면 이렇게 마음 가는 대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일어나서부터 밥 먹이랴 청소하랴 놀아주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사치인 것 같은 그런 생활을 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일 텐데... 작가의 개인 생활에 대한 정보는 많이 나와있지 않지만, 어린 딸을 낳고 나서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고 하는 부분을 보면 가족들이 엄마의 커리어를 많이 존중해 주는 것 같죠? 


(작가의 페이스북 페이지- 최근 크리스마스를 무슨 왕좌의 게임에서 보내셨는지 멋진 사진이 있네요)

https://www.facebook.com/Emily.Gravett1/


이 책이 만들어진 날은 어머니날이었다고 해요. 우리나라 어버이날 전통이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 거라면, 이쪽 어머니 날의 전통은 엄마의 침대로 아이들이 계란과 베이컨, 토스트 같은 아침을 만들어 갖다 드리는 것입니다. 항상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가족들 아침 하랴 챙기랴 바쁜 엄마가 이 날만큼은 잠옷 차림으로 편안히 아침을 먹게 해 주는 거죠. 그런데 사실 남편이나 아이들이 부엌에 왔다 갔다 하면 불안하고 불편해서 어느새 앞치마 두르고 나오시는 게 어머니들인데요. 혹시 11시간 동안 침대에서 나오지 않은 작가는 나가면 집안일을 할게 뻔하니 쉬기 위해 일하는 척 슥슥 그렸던 건 아닌지...


단 네 단어만 알아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Orange, Pear, Apple, Bear 소개해 드렸는데요. 2017년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더 편안해지는 한 해가 되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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